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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희 언니의 사랑법 계속-고정희 시인

2011.06.24 15:27

약초궁주 조회 수:1936 추천:237

 

겨울여자

 

황진희가 이옥봉언니에게

-고정희

 

 

그러므로 한 번의 사랑에

한 번의 계약결혼을 일삼았을 뿐이거늘

황진이의 사랑법은 이러합니다

 

사랑이 명월의 문전에서 원하되,

명월이 만공산하니

흐르는 벽계수가 쉬어 갈까 하노라

 

명월이 원을 받아 답하되,

흐르는 벽계수에 명월이 잠길손가

머무는 바다에 명월이 잠기도다

 

이리하여 그리움이

푸른 물결 이룰 때

물굽이에 명월이 내려앉아 속삭이되,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이렇듯

흐름과 머묾이 마주치는 그곳에

나의 계약결혼이 있었습니다

 

삼삼육합이라 하여 육 년으로 정하되

앞 삼 년은 남자가 내집에 머물고

뒤 삼 년은 내가 남자 집에 머물고

밥도 반반 돈도 반반 분담했지요

 

밥과 돈을 똑같이 책임지는 일

정해진 시간만 서로 하나 되는 일

이것이 결혼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깨질 때 머물게 됩니다

이것이 깨질때 집을 짓게 됩니다

머룰면 마땅히 쌓이는 것 정이요

집을 지으면 대범 남는 것 미련이라

정과 미련 훌훌 털어내는 화두 하나,

일은 다 끝났도다

 

내일 하침 우리 둘 이별하고 나면

사무치는 정 길고 긴 강물처럼

그렇게 다시 흘러가는 겁니다

그렇게 새로 마주치는 겁니다

새로운 물이 되어 돌아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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