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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쉰둘 그남자 이야기2

2011.04.27 23:19

랄라 조회 수:1524 추천:231

내겐 쫌 그랬다.

형부도 언니도.

그냥 모른척 하고 살고 싶었다.

다 큰 어른이니까 설득한다고 설득도 안되는 것을.

그리고 그런게 있다.

어른 고집불통은 정말 꼴불견이거든.

그런데 쌤 붙이신 병명이 '다정도병'인 내병! 어쩌랴.

삶의 끈을 놓아버리려는 사람은 차마 외면하지 못하겠는걸.

아니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이제야 내가 나서야할 때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설마 그 남자가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움직였다.

그날 이상한 동행을 하고 그가 움직였다.

그는 아내하고도 또 딸들하고도 움직인게 아니라

처제하고, 또 자기 아내가 돌봐주고 있는 아이와 그 아이의 아빠랑.

어찌보면 참 이상한 동행!

그 이상한 동행이 지금 그 남자가 처해져 있는 상황이다.

아내도 딸들도 이제 더이상 그의 악악됨을 봐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가족들이 모두 이 남자를 시설이나 밀어넣자고 할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삼자들이 그 남자편이 되어 움직였다.

가족들은 모두 당장 그 남자의 술을 끊게 하고자 하는 최단방식을 택하려 할때,

적어도 술을 마시는게 그 남자의 유일한 삶의 낙이 아니었을까하고 공감한 두어른(처제와 그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는 아이아빠)과 7년 넘게 그집에서 살면서 유일하게 그남자 편이 되어준 아이가 동행을 했다.

그날 그의 입에서는 술냄새가 풍겼다.

이상한 것은 내 감정이었다.

그전 같았으면 그런 그의 모습과 술냄새에 눈쌀이 찌뿌려졌겠지만 이날은 그렇지가 않았다.

아!

아이의 설득에 못이겨 나왔다지만 그는 살고자 자기발로 움직여 나온것이다.

파들파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복주머니 가득 만원짜리지폐를 채워가지고 들고 나온 그는 살라고 움직인 것이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언니를 조카들을 힘들게 하는 원흉으로만 생각하고 화부터 올라오고 외면했었는데 아! 이 남자를 정말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움직여 약초샘 곁에 닿아준 그가 한없이 고마웠다.

술과 수면제에 쩔은 그는 샘 말씀에 대답도 못했다.

그리고 무언가 나에게 선생님이 당부를 했는데도 나는 내내 언니를 다시 선생님께 보내야지 보내야지 하고만 생각했는데 그는 정신없는 그 와중에도 진맥을 짚으며 그에게 당부한 선생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한의원 다녀온 그날 그는 자기 손으로 면도를 했다.

면도를 하면서도 두번이나 화장실에서 넘어졌다.

세면대에 기대어 면도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은 그!

그는 그 다음날 삼만오천원짜리 수박을 사다라고 아내한테 요구했다.

그리고 참외도 사달라고.

목이 마르니 시원하고 달다란 참외와 수박을 좀 먹으면 나아질거라는 선생님 말씀을 잊지 않은 것이다.

다 듣고 있었다.

아!

사람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

처음으로 그를 위해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의 쾌차를 마음으로 빌어주게 되었다.

한약이 무슨 기적을 일으키는 명약인것처럼 이 남자 약이 안왔냐는 말을 매번 뱋더니 결국 월요일에는 또 무너지고 말았다.

피검사 마치신 선생님은 그 움직이기 싫어하는 남자와 그 아내를 한의원으로 다시 보내라 엄명을 하신다.

연구소에서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가 움직일것 같지 않은데 어쩌지 하면서

하지만 말은 전하자했다.

설득이 아니라 그냥 말만 전하자했다.

가고 안가고는 이제 그의 의지에 달렸으니.

퇴근하고 가보니 그는 또 술에 절어 완전히 탈진해있다.

그런 그를 흔들면서 명호샘이 형부 얼굴을 다시 보고 싶어하신다고 전했다.

피검사 한것도 있고,

약을 주어도 형부 얼굴을 꼭 다시보고 주고 싶어하신다고.

그는 힘없이 그러마했으며 약간 실망한듯 했다.

다음날 그녀의 아내는 그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얼마나 온신경을 세워 약초샘 말씀을 듣는지 간파했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았다.

출근전에 다시한번만 형부한테 이야기를 하라는 그녀.

좀 귀찮았지만 해야만했다.

전날 저녁 했던 이야기를 했다.

형부를 명호샘이 꼭 보고 싶어하신다고.

이유를 물었다.

피검사를 했던거 기억하느냐고 그결과를 보고 형부에게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고.

언니도 함께 오라고 했다고 했다.

형부를 돌보는 사람이 언니니까 언니가 형부를 도우려면 언니가 들어야하는 말도 있으니 이번엔 꼭 두사람이 같이 가라고 했다.

언니 말로는 2시부터 스스로 시간을 챙겼다 한다 그 남자가.

그는 살고 싶은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속이 안 좋아 내과약을 10년 넘게 복용해왔다고 한다.

위내시경 검사를 하고도 무성의하고 딱딱하게 말해주던 양의사들.

그 어떤 의사도 이 고집불통의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는 처음으로 아주 친절하고 따뜻하고 소상하게 자기병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다.

보았으니

들었으니

느꼈겠지.

그래 안다.

하루 아침에 그가 번쩍 일어서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그 밑으로 추락하지 말기를 바랜다.

아이를 핑계대고 자기발로 어려운 걸음을 옮긴 살고자하는 자기 마음에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흘려들어 언니한테도 전달하지 못한 수박을 잊지 않고 아내한테 사달라 요구한 그 마음을 그 살고자하는 그마음을 그가 잊지 않기를 바랜다.

내가 그랬듯이 이제부터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기를 바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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