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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 생생체험 출산기 중계 2

2011.03.08 10:46

약초궁주 조회 수:1590 추천:193

너 진짜 내 딸 맞아 -첫아이-샘터책중에서 베껴올린다.

나름 출산을 생생하게 중계방송하려는 의미로

부디 내 경험이 여러분께도 참고가 되기를.ㅋㅋ

 

~~~~~~~~~~~~~~~~~~~~~~~~~~~~~~

 

 

 

아이는 선녀 옷을 포기한 대신 찾아온 인연이었다. 엄마 고생을 아는지 입덧도 없이 착했다. 달이 차고 기울기를 열 달. 부인과 수업시간에 말로만 들었던 진통이 드디어 내게

오기 시작했다. 정신은 또렷해지고 마음은 비장했다.

 

TV 혹은 소설에서 묘사한 대로

하늘이 노래질지. 까무러쳐서 혼절할지. 비명을 지를지 당사자인 나도 궁금했다.

 

진통 간격으로 보아 시간 여유가 있어 연탄아궁이에 물을 한 솥 가득 데워 머리를

감고 미리 싸놓았던 가방을 챙겨서 친정집을 향해 나섰다. 남편과 같이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타박타박 걸어서 버스 종점에 닿아 택시를 타고 병원에 들어섰다.

 

입원실 복도를 지나는데 방금 전에 아기를 낳은 산모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눈알

부터 목까지 얼굴 전체가 실핏줄이 터져서 새빨갛고 퉁퉁 부은 얼굴에 눈은 토끼눈

이고 입술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기까지.

 

나도 몇 시간 뒤면 저 선배(?)처럼 되려나, 덜컥 겁이 났다. 영화가 아닌 실제는 저

리도 참혹한가! 의연하리라던 결심은 이내 무너졌다. 다리가 후들후들, 몸이 떨렸다.

“어떡하지. 오늘은 딸만 나오는 날인데…….”

 

의사 선생님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날 아침 첫 테이프를 아들로 끊으면 하루 종일 줄줄이 아들 퍼레

이드고 딸이 나오면 딸만 연속으로 낳는다는 징크스가 있다는 거다.

 

순간 여든 넘으신 시할머니를 비롯한 시집 식구들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아이를 낳기도 전에 부담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실망하거나 기죽으면 안 되지!’

‘딸이면 어때?’

뱃속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에 난 정신이 퍼뜩 들면서 남편을 바라

보았다. 내심 당당하고 든든한 말을 건네주길 기대했으나 그는 슬쩍

헛웃음만 흘렸다.

 

 

난생 처음 항문에 관장기를 들이대고 배변을 하고 음모를 말끔히

면도 당하고 준비를 마치니 진통은 점점 빨라졌다.

‘하늘이 노래져야 애가 나온다던데 설마…….’

‘남들도 다 낳는데 내가 못 낳을 리 없어…….’

 

 

산모는 아픔이 밀려오면 반사적으로 배를 웅크리고 숨을 참게 된다.

하지만 배가 아파도 절대 힘을 주면 안 된다. 아기가 나올 때까지 자

궁과 태반에 혈액공급이 잘 되어야 하고 산소도 충분히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에 배에 쓸데없이 힘을 주거나 숨을 참으면 안 된다

 

 

아기가 뱃속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몸을 틀고 돌면서 내려오려고 하는데 엄마

가 밖에서 힘을 잘못 주면 방해가 된다. 그러니 힘들다고 침대 난간을

부여잡고 허리를 비틀거나 손목을 꽉 움켜잡아도 안 된다. 또 잇몸을

악물면 출산 후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 아픈 와중에도 배운 것을 몸으로 오롯이 생생하게 체득하겠다는

일념으로 애써 진통을 참으며 입을 벌려 길게 혹은 짧게 호흡에만 열

중했다. 그랬던 내 자세는 급박해지는 진통 앞에 여실히 허물어졌다.

‘정말 이렇게 아플 수 있다니!’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내장은 칼로 총총 다져지는 듯했고 허리뼈는 난도질을 당하고 골반은

바숴지는 것 같았다. 머리만은 정신이 말똥말똥한데 목 아래서부터는

처절한 고통으로 몸을 비틀고 버둥거리며 비명에 울부짖을 수밖에 없

었다.

엄마가 이럴진대 산도를 빠져나오는 아기에겐 어떤 고통이 있을

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참고 또 참다가 산도가 열리자 그제야 힘주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졌다.

 

“으으~~~읔”

 

“끄으~~~음~~~”

 

‘젖 먹던 힘까지’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다. 뽑아낼 수 있는

마지막 힘까지 다 끌어내 밀어내는데 온몸의 세포들이 팽창하고 머리

혈관이 다 부풀고 눈알이 튀어나오면서 얼굴이 호빵만해지는 것 같았다.

 

덩달아 달걀만하게 빠져나왔던 항문의 점막은 내 평생의 불치병(?)인 치질로 남았다.

‘스~윽’ 하고 메스가 질 입구를 절개하는 느낌이 차갑고 섬뜩했다. 거기에 신경 쓸

여력도 없이 곧 이어서 아기의 머리가, 이어서 어깨가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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