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2/25ac150166d1c1b79cef64f80f51bc28.jpg
  logo    
먹고! 읽고! 걷고!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다시 길을 떠나며 (수경스님의 편지)

2010.06.15 14:11

약초궁주 조회 수:1649 추천:234

다시 길을 떠나며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납니다. 먼저 화계사 주지 자리부터 내려놓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은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초심 학인 시절, 어른 스님으로부터 늘 듣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분들로부터 절을 받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원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제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제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살면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납니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습니다. 제게 돌아올 비난과 비판, 실망, 원망 모두를 약으로 삼겠습니다.

 

번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습니다.

 

2010년 6월 14일 수경 

 

번다했습니다....속가 나이로 61세.

........

 

이렇게 살다가는

 

공부도 못하고

 

자신이 불쌍할것 같다는 말씀에

 

끄덕끄덕. 후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43 아기 기저귀 -이정록 [1] 약초궁주 2024.05.01 15
1442 4월 슬픔에 관한 시 한편 ~(나의 안부를 묻고 싶거들랑) 약초궁주 2024.04.24 31
1441 남자답게 라는 말의 폭력성~~ [2] 약초궁주 2024.04.16 37
1440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안다.~~언제???? [1] 약초궁주 2024.04.12 45
1439 심폐소생술 기회되면 실습해두셔들~~~ [1] file 약초궁주 2024.04.06 30
1438 대파의 무덤일땐 잎마늘을 먹읍시다.^^ 약초궁주 2024.03.28 39
1437 그럼 엄마, 당신이 묻힐곳은 ... 1 [1] 약초궁주 2024.03.23 51
1436 파묘 - 화장 이후 3 [2] 약초궁주 2024.03.21 56
1435 파묘- 엄마의 결단 2 약초궁주 2024.03.21 44
1434 파묘- 우리 집안 이야기 1 [1] 약초궁주 2024.03.21 46
1433 너희 점심 오늘 모니??? [2] file 약초궁주 2024.03.15 51
1432 콜센타 상담사에게서 이런 문자를 받았어요^^ [1] file 약초궁주 2024.03.08 43
1431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길채는~~~ [1] 약초궁주 2024.02.23 62
1430 영화 소풍을 권합니다, (공부 예습) 약초궁주 2024.02.21 62
1429 라이너 마리아 릴케,1900년 시월 약초궁주 2024.02.16 52
1428 날마다 눈뜨면 생일--당연한 내일은 없는 거니까 약초궁주 2024.02.14 73
1427 떡볶이 - 시 랍니다. [3] 약초궁주 2024.01.30 70
1426 매맞던 할머니가 다녀가셨는데ㅠㅠ 약초궁주 2024.01.24 65
1425 화는 조용히 내려구요~~새해 결심! file 약초궁주 2024.01.18 60
1424 올바른 가슴, 예쁜 가슴, 나쁜 가슴 (이유진 선임기자) 강추 약초궁주 2023.12.27 95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