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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새들도 명상을 하는 섬 (여성신문)

2008.10.16 11:55

yakchobat 조회 수:2181 추천:257



 

강화, 새들도 명상을 하는 섬

 

아무래도 난 조증이다. 머리 꼭대기 백회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지경으로 일거리를 늘어놓고 포맷도 못하고 허부적 거리는걸 보면.

 

  잿빛의 매캐한 공기 속에서 찌들어 가며 무거운 몸과 마음을 끌고 까칠한 채 살아

가자니 누군들 자연의 품이 그립지 않겠는가. 그러나 오고 갈 때의 체증과 관광지

의 번잡을 생각하면 차라리 방콕이 낫다고 집에 눌러 있기 일쑤. 쇠털 같이 많은 날이라고 하지만 지지고 볶다 보면 털 뽑힌 새같이 몇줌 안되는 날만 고작 남을 터,

 

목숨 다하면 소나무 옷입고 실컷 잘 수 있으려니 밀린 피로와 잠, 숙제 타령은 접고 설 연휴에는 어디로든 떠나보자. 자주 산과 바다의 순정한 기운을 흠뻑 마셔 닳아 가는 몸과 마음을 충전해보자.

  강화도의 외포리에서 카페리를 타고 석모도를 찾아간다. 가까운 거리지만 바다를

건너는 설레임과 뱃전에서 새우깡을 던지면 멋지게 낚아채는 갈매기를 볼 수도 있다.

섬에는 기도처로 유명한 보문사의 '마애석불'이 있어 사람들은 대개 절 뒤편의 400

계단을 올라 눈썹바위까지만 갔다온다.

 

  좀더 호기심 있는 사람이라면 염전 가운데 소금창고를 지나 '어유정항'이나 해수욕장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갯벌이지만 '민머루 해수욕장'을 찾아 볼것이다. 또는 섬의 뒤를 차로 돌아 일주하며 영화 '시월애'의 촬영 장소였던 하리를 지나칠 것이다. 곳곳에 예쁘게 지은 카페도 통나무 민박집도 많이 늘어났다. 여기까지도 무척 괜찮은 새끼줄이긴 하나...

 

 

바뜨, 내가 권하는것은 이 섬에 솟아오른 작은 산맥의 등뼈를 달리는 능선 종주다. 해명산 낙가산. 힘이 남으면 상봉산까지 줄기차게 걷는거다..

배가 닿자마자 보문사행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나즈막한 고개를 올라간다. 자그마한 초가 교회를 지나 전득이 고개에서 내리면 우측으로 해명산 등산로다.

 

해발 300여 미터 밖에 안되고 고개에서 시작하면 절반은 올라간 거라 힘은 안든다. 노란 리번이 매인 등산로가 외길로 꿈틀대면 뻗어있고 양옆은 탁트인 바다라 거칠 것이 없다.

 

  남쪽에서 시작된 해명산을 넘고 나면 왼쪽 마을길로 내려서도 좋다 여기까지 2시간.

계속 북쪽 산줄기를 걸으면 마애석불 위를 지나 고갯마루 억새밭 무덤가에 이른다.

 

여기가 내가 좋아하는 명상터.

 청명한 날이면 인공조명과 화장으로 찌든 얼굴에 햇살을 쪼여도 좋고 바람이 불면 몸을 맡겨 겹겹이 쌓인 번뇌와 욕심을 풀어 헤쳐도 기쁘리라.

  바위에 걸터앉아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접고 거칠고 신선한 대기를 흠뻑 들이

마시면 바람소리에 몸 전체의 세포가 우웅하고 울리는 것이 느껴진다.

 

소나무도 되었다가 돌멩이도 되었다가 바다도 되었다가 골을 넘는 세찬 바람에 등을 떠밀려 세상으로 내려오면 보문사 종점....나에게 돌아갈 곳이 있었던가.

 

(수년전 새해맞이 여행지로 강화 석모도를 소개했던 글이다.

지금은 너무 개발이 되어 가기가 겁날 정도다.

그래도 산속에 들어가면 간판과 시설물이  안보일테니

다시 한번 종주 할 마음만 굴뚝같다.  사진은 멀리서 바라본 석모도의 상봉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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