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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알약

2010.05.25 22:10

약초궁주 조회 수:1668



<푸른알약>

왜 날 좋아하는 거야? / 횡단보도를 건널 때, 당신이 온 거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크루아상 냄새를 맡는 모습도 보기 좋고...
푸후웃... / 이게 다야.
하하하! 대체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나오지? / 뭐라고! 지금 날 놀리는 거야?!
아, 아냐... 그냥 너무 근사해서! /

그러지 말고 진지하게 말해봐, 왜 날 좋아하는지. / 좋아, 근데 당신 질문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야! 왜 사랑하냐고? 우리가 무슨 ‘작은 아씨들’의 주인공쯤 되는 줄 알아?
이런! 우리 얼음 장군이 본격적으로 싸워볼 기세로군!

그럼 내 곁에 있는 이유가 뭐야? 대답해봐. / 푸후훗...
어서! 솔직히 말해보라니까! 우리 둘밖에 없잖아! / 좋아... 당신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이지.

또? / 또? /
어어... / 날웃게 만드니까... 항상 날 존중해주고 기분 상하게 하지도 않고...
         또 날 흥분시키고... 현명하고... 정직하고...
         게다가 당신 눈과 엉덩이도 맘에 들고, 당신 턱과 목덜미, 살결, 배, 거친 손,
         내리깐 속눈썹... 이런 걸 만지는 것도 좋기 때문이지.
        
         무엇보다 당신은 내가 장난삼아 관계하지 않은 유일한 여자야.
         섹시하기도 하고 강하면서도 약한 여자지.
         게다가 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게 멋진 세상을 꿈꾸게 하고...
         마치 내가 근사한 남자가 된 것처럼 날 으쓱하게 만들거든.
         사실 당신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 삶에 필요한 재능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야.

아아, 그렇군. 그럼 내 발은? / 당신 발? 음... 그것도 좋아.
그럼 아이를 갖게 해줄 거야? 하하하! / 아니, 왜 웃어? 웬 변덕이지?
                                     차라리 조금 전 오르가슴 후에
                                     침울해 있던 모습이 더 나은걸!
난 가서 뭘 좀 마셔야겠어. 당신은? / 난 됐어.


~~~~푸른알약은 에이즈커플의 사랑이야기다.
프레데릭 페테르스가 그린  만화책으로
세미콜론에서 출판되었다.

먹물로 죽죽 그린듯한 선들의
예술성도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있는 에이즈
공포와 두려움과...성문란처럼 여겨지는
편견의 어시석음을 걷어내고 보면.
(한의사인 나의 시력과 의식조차 후짐을
고백하면서)

야 멋지다 멋져.
아기까지 딸린 에이즈환자여성을
정상?인 남자가 사랑하면서
가족이 되는 스토리에는
가슴이 뜸끔하고 뭉클하고
부끄럽고...나중엔 그들이
위대해보이기까지 한다.

영원토록 콘돔형을 언도받고
접촉도 조심스러울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 아이의 아빠까지
되주는 실화.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고
몇십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사람들도
이런 의식수준에 도달할수 있을지
감탄하게 만든 만화책.

그들의 병은
조심히 다루면 될일이고
죄도, 바리케이드도 장애도 아니란걸
이 나이에 알게되었다.

사랑이야기로도
이름다운 대화장면.
기막히다.

늘 패턴에 젖어
쇼핑과 레스토랑 전전하는
연인이라면

사랑의 대화가 부족한
칭찬의 기술도 애무도 결핍된
연인이라면.
같이 읽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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