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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꿈속에라도 나타나 주세요

2009.04.03 13:04

약초궁주 조회 수:2320 추천:252

..

어제 목요일, 짜증을 내며 팔자 탓을 했다.

5월 31일 일요일, 강화올레를 오마이 뉴스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

기사는 내가 써야 하는 팔자.

걷는 일은 행복한데 글로 쓰는 건 노동이다.

리본도 달았다. 쓰긴 썼다. 데스킹 당했다. 고쳤다. 사진도 찾아 주었다.

아이고~~~귀찮어라. 잉잉.

 

지난주에 엄마 집에 가서 패랭이꽃 모종을 무려 122개나 심고 왔다.

봄이면 마당을 뒤덮는 쇠뜨기와 바랭이를 미워해서다.

일기예보는 비가 온다고 혀서 물은 대충 주고 왔는데.

(어머니가 들으신 일기예보- 이 양반은 전국 어디선가 온다고 하면

우리 동네도 오는 줄 믿고 계신다)

봄 가뭄에 시들 모종을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 살아있는 애기들인데.

아랫집 연로하신 부부께는 부탁드릴 수 없는일.

봄에 농민 마음이 좀 바쁘고 일이 많은가. 모판 흙 고르는 걸 봤는데

농작물도 아니고 꽃모종에 물을 좀 뿌려 달라는 게 도저히 말이 안된다.

 

그래서 수욜 저녁 끝나자 마자 신촌서 시외버스를 타고 또 강화를 갔다.

어두컴컴 한데 눈짐작으로 물을 주고 나서

서울서 출퇴근하는 강화시민연대 대표-남궁선생님 차를 얻어 타고 돌아오니

밤 열한시. 아이구 허리야. 끙끙

 

수요일.

김학민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발췌해서 복사한걸

내미시며 부탁을 하신다.

이순신 장군의 일기에 아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양반의 병의 증상과 원인을 좀 찾아내달라는 것이다. 허걱.

난 숙제 싫은데..주말엔 할 일이 잔뜩인데...

 

그러면서 팔자다 운명이다..그랬다.

새해초 ‘불멸’을 읽었고 ‘칼의 노래’도 읽지 않았던가.

이걸 다 읽은 여자 한의사가 어디 흔할까? (한번은 나오는 자뻑이려니 해라)

역사에 존경하는 이를 꼽으라면 이순신, 김정호를 꼽는 나였었으니.

이 일이 나에게 찾아온 게 운명아니고 뭐란 말인가.

 

이제야 이.순.신을 한 남자로서 보려한다.

그의 아픈 몸에 혼에 접속하려 한다.

임진왜란으로 전쟁에 투입된 이순신. 나이가 오십여세 였다.

 

<난중일기> 에는 ‘몸이 아팠다’ ‘불편했다’ 라는 글이 거듭 반복된다.

구체적으로 왜 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아프게 됐는지는

밝히지 않고있다.

다만 밤에 누워서 신음하다. 앉지도 눕지도 못했다. 밤새도록 신음했다.

식은땀에 옷과 이불이 젖었다. 기운없고 어지럽다.

토사곽란과 발열 속쓰림으로 밥을 일부러 굶은 기록도 있다.

그러나 한 군데서도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기록이

전무하다. 전쟁 중 바쁜 시간을 쪼개어 기록을 하면서

하물며 장수가 구구절절이 자기 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러나 반복되는 몸 불편하단 고백을 읽다보니

워낭소리의 ‘아이 아파“소리와 신음소리가 환청처럼 겹쳐진다.

 

 

문관이었으나 출세가 어렵자 무관시험을 치렀으니

고된 훈련으로 온몸에 여기저기 부상과 만성 통증도 많았으리라 짐작한다.

 

그 시절 나이 오십에 겨우 배 열 두척을 가지고 전쟁에 나선 몸.

소위 말하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막중한 책임감에 짓눌렸으리라.

그 힘겨움과 시름을 술로 달랬음은 자연스러운 일.

밤새 통증에 시달리므로 술로 잠들려고 했을 것도 이유가 된다.

장수라 하나 병영에서 부족하고 거칠기 짝이 없는 식사에

그마저 끼니를 거르고 때를 못 맞추기 일쑤였을 터.

 

도저히 감당못 할 중과부적의 싸움. 7년이라는 긴 세월 전쟁을

기적처럼 승리로 이끌어 민족의 영웅, 세계사에 기록된 명장으로

후세에 칭송을 받는 이순신.

하지만 필설로 형용할 수 없었을 극한 상황과 처절한 고통을

감히 누가 짐작이나 하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는 간단명료하다.

압축파일처럼 꽁꽁 뭉쳐놓았을 그 어른의 심중의 속내 말들을

먼 후대의 여자는 아둔하게나마 미루어 짐작하고 더듬을 따름이다.

.

<순신님~~

제 꿈에라도 나타나서 죽어서나 끝날 수 밖에 없던,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어금니를 사려 물었을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시렵니까.

나, 오늘밤 그대의 영혼과 접속하기를 고대하며 잠들려 합니다.

약초궁주 >

 

400년 연하의 여인이 낯설까 싶어 한복이라도 입어 볼까?

저승에서도 술 고파 하지 않으실지.. 주안상이라도 차려볼까?.

그러는 중인데.

여기까진 좋았다. 근데 근데....

 

어제 목요일 또 일 폭탄 맞았다.

충주대학교에서 예전에 강의한 걸 녹취해서 풀어서 책을 만든다는데

원고가 장난 아닌거다. 빨간펜으로 고치다가 포기하고

거의 다시 써야 한다. 주말엔 빡빡한 일정으로 시간 없는데. 속 터져서 우쒸.

일단 맘을 편히 갖고 닥치는 것부터 무찌르리라.

오늘부터 이순신의 아픔에 집중하고.

충주대는 다음주초에 해결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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