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시인의 시집이 날아왔습니다.
창비에서 나왔지요.
지금의 상황을 가장 뼈아프게
절절 통곡하며 앓는 송시인입니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러나 다들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마주하는일, 힘들지요 버겁지요.
모른척 하고 싶지요.
나는 다만 억지로라도
시를 베껴 여러분께
보이고 싶습니다.
길어서 꼭꼭 씹어 삼키시라고
짧게 올립니다.~~~~~
제목- 너는 누구에게 물어보았니
-너는 물어보았니
그 강변 땅 위의 별인 조약돌들에게
골재가 되고 싶으냐라고 물어보았니
달빛 고운 여울목에서 맑은 돌눈이 되어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고 싶니, 아니면
흙탕물 속에 수장된 병든 자갈눈이 되고 싶니라고
강변에서 볕에 마르는 탄탄한 몸이 되고 싶은지
물이끼 촉촉이 서린 서늘한 몸이 되고 싶은지
너는 물어보았니
그 강물 속 물고기들에게
벼들치에게 꺾쇠에게 피리에게 물어보았니
흐르는 물살을 따라 어디까지 가고 싶은 여행이었는지
물어보았니 우웅우웅 하루에도 몇번씩 스크루 갈퀴가
캐터필러처럼 불도저처럼 삽날처럼 강바닥을 헤집는
탁류 속에 살고 싶은지, 상수원 맑은 물속
조용한 빛화살촉들로 살고 싶은지 물어보았니
갑문 앞에서 줄지어 섰다 우르르 내쫓겨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난민들의 피난행렬이 되고 싶은지
너는 물어보았니
그 실개천들에게 계곡물들에게 물어보았니
당신은 어떤 길을 따라 돌돌돌 흐르고 싶은 영혼이냐고
당신은 어떤 여울목에서 소용돌이로 엎어져 뒹굴며
쿨렁쿨렁 쏟아져 울고 싶은 영혼이냐고
콘크리트 수조 속에 갇혀 썩어가는 물이 되고 싶은지
세상의 모든 정체와 지체를 밀고 흐르는
거센 급류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았니
실버들 선 돌방죽 길을 따라 흐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갈대숲 늪지를 따라 어떤 영혼의 정화를 꿈꾸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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