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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칼럼] 동물이 되어가는 사람들
김선주칼럼
한겨레
 
» 김선주 언론인
사람이 한세상 살다 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 누구의 부모로 살면서 그 핏줄의 의무에만 충실하게 살다가 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거라면 다른 동물들도 다 하는데 사람의 삶이라면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수십억분의 1만큼은 좋아지길 바라고 수십억분의 1만큼만 힘을 보탠다면 사람으로서 살다 간 보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정도로 나는 인생의 의미를 정리했다.
 

점점 사람답게 살기가 어려워져 간다. 사람들이 점점 더 동물처럼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나, 내 가족, 내 핏줄, 내 나라, 내 정의만 내세우는 세상으로 변해 가고 있다. 미국의 새 대통령에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었다고 좋아한 것도 부질없어 보인다. 그는 ‘미국 촌구석의 아이가 교육의 혜택을 못 받는다면 그것이 내 자식이 아닐지라도 나의 문제이고, 노인이 아파서 집세와 병원비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면 나는 더 가난해진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미국은 하나라는 이 메시지에 미국민은 열광했다. 덩달아 열광하다가 ‘지구상의 누군가가 헐벗고 굶주린다면 그것도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까지 확장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새 대통령이 누가 되건 한국에, 인류에게, 어떤 보탬이 되겠는가 고개를 젓게 된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드물게 개천에서 용이 나면 사회 전체적으로 축하를 한다. 그러나 그 용이 자기 자신과 가족들의 행복에만 관심이 있고 자기가 자란 개천에 아무 관심이 없으면 사회적으로 대단하게 볼 이유가 없다. 학벌과 경력이 자기 핏줄과 자기 집단의 살길을 도모하는 데만 쓰인다면 학벌에 대한 존경을 바칠 까닭이 없다. 동물의 세계에서나 부러워할 일이다.

 

동물은 자기 존재가 위협을 받으면 불안해서 공격을 한다. 미네르바라는 블로거가 나타나서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자 불안해졌을 것이다. 추적하여 보니 전문대 출신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서른살 무직자라는 사실에 ‘이런 것한테 당하다니 잡아들여’ 했을 것이다. 학벌과 배경을 허가받은 칼과 펜이라고 믿고 마음대로 휘두르다가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떠들자 이른바 학벌과 배경이 있는 무리들이 개떼들처럼 힘을 합쳐 응징에 나섰다. 그가 50대의 학벌도 좋고 경력도 화려한 학자나 저널리스트였다면 결코 흉악한 범죄의 현행범인 것처럼 체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춥고 시리고 저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데 국회에서 활극을 벌인 것이 고작인 의원들이 뭘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다고 따뜻한 나라로 부부 동반 골프여행을 갈 수 있겠는가. 동물들의 행태다. 출산율이 떨어져 이 땅에 학교에 갈 세대가 줄어들어 가는데도 내 자식 내 족속만 특별한 교육을 받게 하겠다고 이리저리 정책을 뜯어고치는 것도 동물의 짓이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가두어 놓고서도 미진해서 그들을 지구상에서 멸실해 버리려는 이스라엘의 만행은 인간도 동물도 아닌, 악마의 짓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생텍쥐페리의 기도문을 다시 읽는다.

“… 주님이시여 제가 저 자신을 알려면 당신이 제 안에 고통의 닻을 내려 주시는 것으로 족합니다. 당신이 줄을 잡아당기시면 저는 눈을 뜹니다. …”

 

고통을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를 깨닫는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고통을 겪으며 인류가 정신을 도외시하고 물질을 숭상해온 것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길 진정으로 바랐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정글논리를 정당화하고 무한경쟁만이 살길이라고 부추기면서 서로서로 동물이기를 강요하는 인류, 특히 이 나라가, 이 고통스런 시절을 통해서 무엇 하나 깨닫지 못하게 될까 진정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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