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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님이,,,와 용산

2009.08.12 11:17

약초궁주 조회 수:1561 추천:156

 정님이

 

- 이시영

 

용산역전 늦은 밤거리

내 팔을 끌다 화들짝 손을 놓고 사라진 여인

운동회 때마다 동네 대항 릴레이에서 늘 일등을 하영 밥솥을 타던

정님이 누나가 아닐는지 몰라

 

이마의 흉터를 가린 긴 머리, 날랜 발

학교도 못 다녔으면서

운동회 때만 되면 나보다 더 좋아라 좋아라

머슴 만득이 지게에서 점심을 빼앗아 이고 달려오던 누나

 

수수밭 매다가도 새를 보다가도 나만 보면

흙 묻은 손으로 달려와 청색 책보를

단단히 동여매주던 소녀

꽁깍지를 털어주며 맛있니 맛있니

 

 

하늘을 보고 웃던 하이얀 목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지만

슬프지 않다고 잡았던 메뚜기를 날리며 말했다

 

 

어느 해 봄엔 높은 산으로 나물 캐러 갔다가

산뱀에 허벅지를 물려 이웃 처녀들이게 업혀와서도

머리맡으로 내 손을 찾아 산다래를 쥐여주더니

왜 가버렸는지 몰라

 

목화를 따고 물레를 잣고

여름밤이 오면 하얀 무릎 위에

정성껏 삼을 삼더니

동지섣달 긴긴밤 베틀에 고개 숙여

달그당잘그당 무명을 잘도 짜더니

왜 바람처럼 가버겼는지 몰라

 

 

빈 정지문 열면 서글서글한 눈망울로

이내 달려나올 것만 같더니

한번 가 왜 다시 오지 않았는지 몰라

 

 

식모 산다는 소문도 들렸고

방직공장에 취직했다는 말도 들렸고

영등포 색싯집에서 누나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미니는 끝내 대답이 없었다

 

 

용산역전 밤 열한시 반

통금에 쫓기던 내 팔 붙잡다

날랜 발, 밤거리로 사라진 여인

 

~~~시인은 통으로 붙여서 시를 쓰셨건만

내가 읽기 편하게 줄을 띄고 칸을 바꾼다.

오라버니..미안허요잉

 

용산 용산...막달레나의 집이 있던 용산

지금 80년대의 광주처럼

용산은 시대의 상처구덩이가 되었다.

 

망해가는 두바이, 마천루에 입주자는 없이
텅텅비어가는 두바이.

기름때서 만드는 전력공급이 끊어지면 거대폐허가 될
사막중의 사막- 두바이
그걸 따라하고 싶어 만든 용산의 마천루.

에밀레종도 아닌데 화형식을 치른
인신공양에 피눈물을 짓밟고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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