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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있는 세상

2010.07.06 16:19

약초궁주 조회 수:1634 추천:221

 나비가 있는 세상

 

(40넘어 고양이 박물관을 이룬

조선희 작가의 글-펌)

 

삶의 어려움을/ 고양이가 난간을 여유있게/ 거닐듯이 걸을 수 있다면 /그것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 눈에는/ 분명 다른 세계가/ 보일 것이다. /삶의 쓸쓸함,/ 그 쓸쓸함을/ 인간끼리 서로 다 채울 수 없음을 / 보게 된 신이/ 인간에게 / 보내준 선물이 /고양이가 아닐까.

김은희 <나비가 없는 세상> 중에서.

 

나는 2000년에 신문사를 그만두고 주로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2006년부터 3년 동안 약간의 공직생활을 한 것 빼고는 대체로 집에서 소설을 썼다. 그동안 부쩍 외로움을 타게 된 내게 고양이들은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고양이들은 일상의 즐거움과 따뜻함을 두배로 뻥튀기해서 느끼게 해주는 마술을 부렸다.

 

그리고 바로 그것, 재롱이가 오줌싸개를 그치게 된 이야기를 해야겠다. 2008년의 어느 날 아침 재롱이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로 가고 남편과 나는 각기 출근을 했다.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이제 이불빨래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은 위안이 되었다. 오후 5시쯤 둘째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둘째딸은 모든 조사와 조치를 끝내놓고 내게 결과만 통고했다. “엄마, 재롱이가 지금 노량진 00동물병원에 있대. 전화번호 적어봐. 81*-****.” 사건의 전모는 이러했다.

 

 전날 아침 재롱이가 열린 현관문으로 나가서 우리가 집을 비운 동안 복도를 헤매다가 아래층, 그 아래층까지 내려갔던 모양이다. 고양이가 울어대니까 주민이 신고를 했고 경비실에서 동작구청에 연락했고 구청 지정 동물병원에서 철망을 가지고 와서 재롱이를 담아갔다.

이 동물병원은 재롱이를 데려가서는 중성화수술하겠다고 배를 갈랐다가 다시 꿰매놓았다 했다. 이 얘기를 하면서 둘째 딸이 울먹울먹했다.

 

동물병원에 갔더니 재롱이는 겁먹은 얼굴로 철장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중성화수술 한 표식으로 왼쪽 귀 끄트머리가 잘려 있었다.(재롱이는 일찍이 중성화수술을 했고 숫컷이다. 수술한다 해도 배를 열 필요는 없다

 

. 미루어 짐작컨대, 동물병원에선 배 가르고 귀 잘라서 사진 찍어 구청에 수술비를 신청했던 듯 싶다.) 이름을 불러도, 캔으로 유혹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찌어찌 겨우 차에 실어 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재롱이에게선 무지막지한 지린내가 났다.

 집에 돌아온 뒤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장롱 위에 숨어 있다가 이틀만에 나왔는데 지린내뿐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신산스런 표정과 태도까지, 뭔가 범접할 수 없는 노숙자 분위기였다.

 

 초롱이도 감히 접근을 삼갔다. 그런데 재롱이가 이불에 오줌을 싸지 않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초롱이도 재롱이의 가출경력을 높이 샀던 것일까. 둘이 서로 끌어안고 핥아주고 사이가 아주 좋아졌다.

 

다음은 유기동물보호협회인 ‘카라’에서 내는 <숨>이라는 잡지 창간호에 쓴 축사다.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 먹이던 친구가 있는데 이 식객들이 어느 날 단체로 사라져버린 뒤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친구와 함께 양주에 있는 동물보호소에 간 적이 있다. 친구는 낯익은 녀석들을 도로 찾아오면 이제 집안에서 키울 셈이었다. 층층이 쌓인 조그만 케이지들 속에서 눈을 게슴츠레 뜬 채 생사의 경계를 넘고 있던 무수한 개와 고양이들!


고양이들과 오래 한집에서 살아온 나는 고양이들이 이 종(種)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 때문에 박해의 대상이 돼왔다는 사실 때문에 늘 마음이 아프다. 고양이에 관한 많은 책들은 고양이 마니아들을 위한 선물일 뿐, 사회 전체의 광범위한 편견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것 같다.

 

고양이들이 신문이나 TV를 보게 되면 죄다 일본으로 이민 가려 할 것이다. 고양이들이 다 이민 떠나기 전에, ‘조직의 힘’을 가지고 있는 카라와 <숨>이 사람들 생각을 고쳐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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