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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목요일판 이에수시- 강제윤 시인이 쓰는
<섬에서 만나다>
우리나라 섬을 다 걷겠다는 화두를 들고 있는 중~~~~~
 
 
영광군 안마도. 신기마을은 거의 폐촌 지경이다. 도로가의 집들 몇 채만 사람이 살고 대부분 빈집이다. 빈집들은 모두 염소와 닭들 차지다. 이 집도 빈집일까. 인기척 없는 마당에 들어섰다 돌아서려는데 사람 소리가 들린다.
 
“가지 마시오. 나는 사람 구경 못하고 사요. 어서 들어오시오.”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방문을 열고 나그네를 애타게 부른다. 할머니는 다리를 끌며 마루로 나오신다. “서러워 죽겄소. 이러고 살면 뭐 한다우. 아들 죽고 울고 다니다가 한 다리가 뿌러져버렸소.” 관절염에 시달린 노인의 손가락도 모두 비틀려 있다.

 

 

날마다 일만 하고 살았응께 손도 발도 이라고 오그라졌소. 어서 가야 할 틴디, 안 강께 걱정이오. 안 죽어서 걱정이오.” 노인은 광주에 살던 아들을 잃고 벌써 6년째 상심에 빠져 허깨비처럼 살아왔다. 할아버지는 일흔넷에 이승을 떴다. “영감은 자식들 하나도 안 앞세우고 갔어. 자식들 다 앉혀놓고 갔어. 험한 꼴 안 보고. 참 복도 많은 영감이오.”

 

 

작년에는 광주의 딸마저 유방암으로 앞세워 보냈다. “나 혼자 엎어져 있응께 사람도 아녀요. 날마다 눈물만 흘리고 살고 있소. 밤낮 앉아서 땅굴만 파고 있소. 며칠씩 잠도 안 와 헛굴만 파고 있소. 아들 보내놓고 놈 부끄러워 집 밖으로도 못 나가고 담 안에서만 사요.” 할머니는 아들 둘, 딸 열을 낳았으나 여섯은 먼저 떠났다. “아들이 참 잘났었는디. 마흔아홉에 가버렸어. 내 아들 가버링께 나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자식들이 모시겠다고 해도 안 가고 병원에 입원하라 해도 안 하고 섬에 혼자 사는 노인. “내가 뭐하러 병원에 간다우. 얼마나 더 살라고. 여름인디도 춥소. 추우면 뼉다구 오그라징께 불 넣고 사요.” 백발 성성한 노인은 여든넷. “내 나이 다 먹고 남의 나이 넷이오.” 지금은 덤으로 사시는 중이다. 노인은 선산에 묘지도 잡아 놓으셨다. 이제 온 곳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신다. “나는 내 땅으로 갈라고 병원에 안 가요.” 걷지도 못하는 불편한 몸이지만 노인의 집 안팎은 정갈하다. “풀풀 기어 댕기면서라도 걸레 갖고 방 닦고 부엌 닦고 그라요.” 외롭지만 노인은 누구 눈치 볼 일 없이 울고 싶을 때 맘껏 울고 배고플 때 라면이라도 끓여먹을 수 있는 당신 집이 가장 좋다.

»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그렇게 혼자 문밖출입을 않고 틀어박혀 살아가니 더

 

 

교인들이 교회에 가자고 찾아오기도 한다. “교회 다니라 하면 나가 그라요. ‘하느님 아부지가 누구는 차별하겄소. 교회 다니나 안 다니나 아부지 자식이제. 어떤 자식은 자식 아니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다 같이 짠한 자식이제. 교회 안 댕긴다고 자식이 아니겄소. 바람만 불어도 아부지 살려주시오, 그라고 사는 세상 아니요.’ 그라요 내가.”

 

 

노인은 집도 절도, 자식도 없다는 나그네가 안쓰럽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라. 자식 없으면 사람이 암것도 아녀요. 내 자식 없으면 누가 전화하고 그런다우.” 늙어서 외롭지 않으려면 자식을 꼭 가지라고 신신당부하는 노인. 자식이 있다 해서 외로움을 피할 수 있을까. 아이를 열둘이나 낳은 노인도 저토록 처절한 외로움 속에서 혼자 늙어가고 있는 것을.

 

 

강제윤 시인(<올레 사랑을 만나다> 저자) bogilnara@hanamil.net


털보 아저씨의 얼굴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

자기도 처음 태어나봐서

어떻게 해야 잘사는지 잘모르는게 당연하다는 강시인.

즐감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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