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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네가 내 형이다 | 알래스카 싯카

 

한겨레 신문 esc

형이라니...남자인줄 알았는데

북극여행하는 명애씨란다.

 

갸름한 얼굴 사진으로 봐선

기운도 쎌것같지 않은데..ㅋㅋ

마음 힘이 쎈걸꺼다.

 

글 읽다 간만에 많이 웃다가

연어 백마리중 겨우 한마리만

모천으로 귀환하다 너덜너덜 죽는다니

울컥했다.

 

연어보다 못한 나다.!

[매거진 esc] 수상한 북극

내가 처음 알래스카에 간다고 했을 때 녹색연합의 윤 실장님은 잠시 머뭇거리며 <연어 도감>을 사다 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연어? 연어는 결혼식 뷔페에 나오는 물고기가 아니었던가. 곰도 아니고, 고래도 아니고, 백번 양보해 독수리도 아니고, 잘라져 얼음 위에 올라오는 연어라니. 윤 실장님은 느릿느릿 말했다. “연어가 종류도 많고, 굉장한 데가 있어요. 매력이 있지요.” 음, 맛은 있지요.

 

 

그 여행에서 윤 실장님께 연어 책을 사다 드렸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안 사다 드린 것 같다. 앵커리지의 서점에는 연어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와, 잡은 연어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100만권이 꽂혀 있었으나 연어 도감은 없었다. 대신 공항 기념품 가게에서 갖가지 연어가 그려진 머그컵을 샀던 것 같다. 언제나 훈제된 분홍색 살만 봐 왔는데, 연어는 제법 큼직한 물고기였다. 어, 저기 하고 말하려는 것처럼 입을 약간 벌리고 있는.
 

그 뒤로 이따금 연어를 생각했다. 주로 결혼식 뷔페에서 생각하고,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훈제 연어를 담으며 생각하고, 마트에서 ‘노르웨이산’ 딱지가 붙은 냉동 연어 살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강어귀를 막는 댐도 없고 보도 없어 세상의 모든 연어가 제가 떠난 강물로 돌아올 수 있던 시절, 스코틀랜드 죄수들이 매일 나오는 연어에 물려 반란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생각했다. 그리고 온난하고 습윤한 알래스카 남동 해안의 숲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우리가 여행하는 늦여름의 알래스카는 연어의 계절이었다. 야트막한 개울과 강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연어들로 넘실거렸다.
 

싯카의 인디언리버 트레일도 그렇게 연어가 거슬러 오는 강을 따라 난 길이었다. 곰도 나온다니까 어디쯤 갈색곰이 진을 치고 앉아 풀쩍 급류를 뛰어넘은 연어를 통째 잡수시려고 목을 빼고 있을 것 같았다. 급류 아래에는 떼를 지어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는 연어들의 지느러미가 그림자처럼 흔들거렸다.
 

그러나 급류 위에서 연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곰만이 아니었다. 급류 위에는 어김없이 죽은 연어들이 쌓여 있었다. 최선을 다해 뛰어올랐지만 그 이상은 가지 못했다. 연어는 ‘거꾸로 강물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피똥을 싸가며, 죽을힘을 다해, 그리고 죽어가며 올라가는 것이었다.
 바위에 긁히고 나무에 찍혀 연어의 몸뚱이는 희끗희끗하게 벗겨졌고 지느러미는 너덜너덜했다. 내려가라고, 돌아가라고 강물이 쏟아지는데도 묵묵히 꾸역꾸역 운명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 차가운 북극의 베링해에서 상어의 먹이도 되지 않고 그물에 걸리지도 않고 살아서 고향 땅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100마리 중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뭔가 뭉클한 심정이었다. 언제 한번이라도 연어처럼 저렇게, 강물을 거슬러 정면 돌파하며 살아온 적이 있었나. 급류가 나타나면 어떻게든 피하려고만 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싯카의 인디언리버에서 결심했다. 연어처럼 살아야겠다. 그전까지는 연어 먹을 자격도 없다. 앞으로 연어 먹으면, 연어 네가 내 형이다.
 
그러나 그날 밤,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 연어 크림치즈 베이글을 만들었는지 죽도록 원망하고, 연어 클램차우더 수프를 만든 인간은 찾아 패주고 싶어졌다. 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나이까. 결국 그렇게 나는 연어만도 못한 인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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