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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에게...(어떤 유산에 관하여)

2014.11.28 14:51

약초궁주 조회 수:1124 추천:140

Y 에게

최승자 시인의시!


너는  나를 버렸지
이젠 헤어지자고
너는 날  버렸지
산속에서 바닷가에서
나는  날 버렸지.


수술대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을 때
시멘트 지붕을 뚫고 하늘이 보이고
날아가는  새들의 폐벽에 가득 찬 공기도 보였어


하나  둘 셋 넷 다섯도 못 넘기고
지붕도 하늘도 새도 보이잖고
그러나 난 죽으면서  보았어.


나와  내 아이가 이 도시의 시궁창 속으로 시궁창 속으로
세월의 자궁 속으로  한없이 흘러가던 것을.


그때 부터야 .
나는  이 지상에 힌 무덤으로 누워 하늘을  바라고
나의 아이는 하늘을 날아다닌다.
올챙이꼬리 같은 지느러미를 달고 ,
나쁜 놈 , 널 죽여버리고 말거야


널 내 속에서 다시 낳고 말거야
내 아이는 드센 바람에 불려 지상에 떨어지면
내 무덤 속에서 몇 달 간 따스하게 지내다
또다시 떠나가지 저 차가운 하늘 바다로,

오 개새끼
못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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