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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봄날 농사꾼의 기쁨과 걱정 / 김계수


우리 동네에서 시내에 이르는 도로에 가로수로 심어놓은 벚꽃은 이제 성목이 되어 한주일 동안 꽃비를 뿌려댔다. 눈부시게 화사했던 벚꽃은 이제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산새들이 버찌를 물어다 퍼뜨린 것일 게다. 산허리 곳곳에 듬성듬성 한 덩이씩 피어 있는 벚꽃을 멀리서 바라보자면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그 꽃그늘 아래 누워 오랫동안 잠들고 싶어진다. 미처 손이 가지 못해 진한 녹색의 클로버와 잡초로 뒤덮인 마당에는 희고 노란 민들레가 점점이 피어나 맑은 밤하늘 속에 박힌 별처럼 반짝인다.

겨울 혹한을 버텨낸 마늘은 키가 부쩍 자라고 대가 실해져 곧 반찬감으로 쓸 ‘쫑’이 오를 것이다. 감자도 땅을 뚫고 튼튼한 싹을 내밀었고, 며칠 전 밭으로 나간 배추는 정연하게 줄지어 서서 갈색의 토양 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석달을 자란 고추 모종도 꽃망울을 머금고 본밭에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논둑 밑으로 볕이 고여 따뜻한 곳에서는 보리가 다 자란 키의 절반도 되지 않는 어린 몸으로 연두색 이삭을 내밀었다. 보리는 봄비를 맞으며 하루가 다르게 키가 자랄 것이고 그와 함께 열매를 살찌울 것이다. 뒤돌아보면 어설픈 부모 노릇에 부끄러워할 일도 많지만 부모 또한 자식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깨우쳐주는 것 같다. 농부들은 서서히 논을 갈고 볍씨를 물에 담가 못자리 준비를 하고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풍년을 부른다는 소쩍새가 울어댄다. 아무리 생각해도 농사만큼 좋은 직업은 없을 듯하다. 거둬들인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야 할 걱정만 없다면 정말 그렇다.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세계 여러 나라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결과 내가 사는 전라남도에서만 농업 피해액이 연간 5800억원을 넘을 거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중 절대액은 중국 농산물에 의한 것이고 미국의 영향도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농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농가는 평균 4500만원씩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대다수의 작물이 풍작을 이뤄 가격이 폭락한 것도 있지만 외국 농산물의 수입이 훨씬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가깝게 지내는 농부들은 도무지 해 먹을 만한 것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암울한 상황은 지난해 정부가 쌀 수입을 개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거대한 농식품 복합 기업이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을 등에 업고 밀어붙이는 개방 압력은 쌀 시장이 최종 목표일 것이고, 정부의 결정은 개방 농정의 완결판이 될 것이다. 정부는 관세율을 높게 책정해서 우리 쌀을 보호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쌀의 관세율은 낮추고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라는 저들의 요구를 버텨낼 뚝심을 우리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아무래도 어리석은 일일 듯하다.


우리나라 농업생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쌀이 무너지면 농업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쌀값이 떨어지면 수익성을 좇아 다른 작물의 재배가 늘어날 것이고 가격 하락은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농업은 빈사 상태다. 식량 자급률이 2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고 농민 10명 중 4명은 65살 이상의 고령이다.


우리 농업이 무너지면 국민들의 식탁은 외국산 농산물이 점령할 것이다. 그러나 출처를 알 수 없고 각종 유전자조작농산물과 방사선조사농산물, 유해한 첨가물들이 섞인 식품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우리 농업의 위기는 단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초미의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다.


김계수 농부·<순천광장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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