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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표지.jpg 한의사가 되어 여성의 아픈 몸을 돌보며 깨달은 것들이 있다. 그 깨달음을 모아 만든 책이 십여 년 전에 쓴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자궁. 이미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등지에 판권이 팔렸고 국내에선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정작 본인은 맘에 안 들었단다. 그래서 다시 썼다. 맘에 안 든 원인 중의 하나가 분노의 글쓰기였다고. 마치 나를 두고 한 말 같아서 뜨끔했다.

책을 거의 품에 안는 기분으로 앉아서도 누워서도 읽었다.

그리고 물었다. 나의 자궁은 안녕, 한 적이 있었던가?

결국 나는 똑 바로 누워 내 자궁의 안녕을 되짚게 됐다. 자궁으로 상징되는 여성의 몸을 가진 나, 여성의 몸으로 살아낸 내 삶에 대해 되짚는 동안 통렬한 진통이 왔다. 울음이 몸 안에서 울컥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웃이 못 듣도록 이불 뒤집어쓰고 울어야 했다. 남자와 다른 몸을 가졌다는 걸 안 뒤부터 임신이 불가능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쌓이기만 한 통곡.

기다렸다. 고요하게. 숨을 깊이 쉬면서. 하지만 울음은 기포처럼 꺼졌다. 구원은 쉬 오지 않았다. 무엇 때문일까...

내 몸엔 남루한 세월이 켜켜이 굳었고 벗겨 내는 일이 가능하기나 한가? 이미 지난 일. 누구의 잘못인가? 오래지 않아 답을 얻었다. 내가 내 몸을 멸시하고 무시하고 경멸했다는 것.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몸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을.

몸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몸과 마음의 불균형이 극단으로 벌어지고 뒤틀어진 채 살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죄와 함께.

명호의 안녕, 나의 자궁이 더 늦지 않게, 그러니까 죽기 전에 몸에 용서를 빌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한다. 왜 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었는지,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됐는지는 사람마다 공감의 밀도가 다르겠지만 여성들과 공유하고 싶다.

 

.사진 이경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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