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2/25ac150166d1c1b79cef64f80f51bc28.jpg
  logo    
먹고! 읽고! 걷고!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자궁표지.jpg 한의사가 되어 여성의 아픈 몸을 돌보며 깨달은 것들이 있다. 그 깨달음을 모아 만든 책이 십여 년 전에 쓴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자궁. 이미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등지에 판권이 팔렸고 국내에선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정작 본인은 맘에 안 들었단다. 그래서 다시 썼다. 맘에 안 든 원인 중의 하나가 분노의 글쓰기였다고. 마치 나를 두고 한 말 같아서 뜨끔했다.

책을 거의 품에 안는 기분으로 앉아서도 누워서도 읽었다.

그리고 물었다. 나의 자궁은 안녕, 한 적이 있었던가?

결국 나는 똑 바로 누워 내 자궁의 안녕을 되짚게 됐다. 자궁으로 상징되는 여성의 몸을 가진 나, 여성의 몸으로 살아낸 내 삶에 대해 되짚는 동안 통렬한 진통이 왔다. 울음이 몸 안에서 울컥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웃이 못 듣도록 이불 뒤집어쓰고 울어야 했다. 남자와 다른 몸을 가졌다는 걸 안 뒤부터 임신이 불가능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쌓이기만 한 통곡.

기다렸다. 고요하게. 숨을 깊이 쉬면서. 하지만 울음은 기포처럼 꺼졌다. 구원은 쉬 오지 않았다. 무엇 때문일까...

내 몸엔 남루한 세월이 켜켜이 굳었고 벗겨 내는 일이 가능하기나 한가? 이미 지난 일. 누구의 잘못인가? 오래지 않아 답을 얻었다. 내가 내 몸을 멸시하고 무시하고 경멸했다는 것.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몸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을.

몸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몸과 마음의 불균형이 극단으로 벌어지고 뒤틀어진 채 살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죄와 함께.

명호의 안녕, 나의 자궁이 더 늦지 않게, 그러니까 죽기 전에 몸에 용서를 빌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한다. 왜 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었는지,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됐는지는 사람마다 공감의 밀도가 다르겠지만 여성들과 공유하고 싶다.

 

.사진 이경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소설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22 휴가 3일 보고 ㅋㅋㅋ (출근했슈) [1] file 약초궁주 2021.08.19 100
1321 80대 여사님들의 김치 걱정 ㅋㅋ [1] 약초궁주 2021.08.10 121
1320 산에서 아침밥 먹다 도망 ㅜㅜ [1] file 약초궁주 2021.07.21 323
1319 습관은 못 말려유~~~ [2] file 약초궁주 2021.07.16 165
1318 명호 호프집 개업???? [2] file 약초궁주 2021.07.16 161
» 내 몸을 부끄러워한 죄 3 (여한의사로 안녕,자궁을 쓰다) [1] file 약초궁주 2021.07.07 174
1316 내 몸을 부끄러워한 죄 2 (책 쓰기 전에 놀던 고향 ) file 약초궁주 2021.07.07 113
1315 내 몸을 부끄러워 한 죄 1 (이경자문학상을 주셨다) [3] 약초궁주 2021.07.07 78
1314 내 몸을 부끄러워한 죄 (소설가 이경자의 자궁에 관한 고백) [1] file 약초궁주 2021.07.06 93
1313 여러분께 드리는 여름특선 선물~~~ file 약초궁주 2021.06.30 115
1312 전투식량 첫 경험 ㅋㅋ(도시락이 맛나다) 약초궁주 2021.06.29 112
1311 용서 하지 않는 이들은~~(당신이 너무 늦게...) [1] 약초궁주 2021.06.18 139
1310 산책자...아내가 두부 한 모 사오라면 ㅎㅎ 약초궁주 2021.06.11 167
1309 6월의 책.. 연꽃 한 순 [2] 약초궁주 2021.06.10 121
1308 너랑 안살아, 나랑도 안살아 [3] 약초궁주 2021.06.01 125
1307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하소서 기도문 2 약초궁주 2021.05.12 830
1306 위대한 자연에게(가족) 드리는 기도 1-게리 스나이더 약초궁주 2021.05.07 102
1305 행주를 삶으며~~강지혜 시 약초궁주 2021.04.14 179
1304 홈피 사진을 바꿨습니다아~~(이게 십년만????) [3] 약초궁주 2021.04.13 142
1303 인왕산 고향의 봄에는.... [2] file 약초궁주 2021.04.07 426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