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시인-창비~~~~
<누구에게 물어보았니>
물어보았니, 너는
그 땅들에게 그 땅의 흙눈들에게 물어보았니
그 땅에 살고 있는 지렁이 한 마리
여린 풀포기 하나, 감자 한 톨, 벼 한 포기에게
당신들의 가슴을 찢고 가르고 짓밟고
강제로 물고문까지 시켜도 좋겠느냐고 물어보았니
누군가의 직선을 위해 당신의 둥그런 가슴을 파헤쳐도
좋겠느냐고
콘크리트로 꽁꽁 숨 쉴 구멍을 막아도 좋겠느냐고
사지를 절단 내 지하에 파묻어도 좋겠느냐고
-물어보았니, 너는
그에게 물어보았니
그 강물에 펑펑 사랑의 눈물을 보탠 연인들에게
그 강줄기 어느 한 끝에서 굽이 많은 삶의 이치를 집어
들던 모든 생활 속 철학도들에게
그 강물에 또 하루치의 땀과 정성을 씻고 집으로 돌아가
던 농부들에게
그 강변 모래톱에서 모래알보다 작아지던 이에게
그 강물에 작은 무 같은 종아리를 담그며
물 수(水) 나무 목(木) 쇠 금(金) 흙 토(土)를 배워가던 아이
들에게
그 강변에 회한을 묻던 가난한 인생의 노년들에게
그 모든 벙벙한 가치는 얼마의 가치인지
너는 누구에게 물어보았니
삼성, 엘지, 대우, 현대건설에게 물어보았니
다국적 물 기업, 땅값에 눈먼 지주들
정권에 빌붙은 기생충 거머리들에게 물어보았니
얼마가 네 손에, 너희들 손에 쥐여질 수 있는지
저 골방의 통계학자에게 물어보았니
얼마의 표가 네 손에, 너희들 손에 쥐여질 수 있는지
저 썩은 정치공학도들에게, 다른 무엇이 문제가 아니라
제 자신이 문제의 본질인 문제투성이 사회학자들에게
-너는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보았니
저 영원한 생명의 강을
수많은 파문과 피눈물을 삼키고도
좌절하지 않고 흐르는 이 역사의 강을
무수한 발원들의 교차이며 합인 기억의 강을
늘 새로운 생명이며 문화인 이 강을
나란히 줄 세우겠다는 그 저급한 꿈을
관광상품 하나 만들어보겠다는 그 치졸한 상상을
저 평등한 바다로 나가면 어차피 만나게 될 강물들을
이렇게 빨리 격랑으로 만나게 해주겠다고
고작 화물선 몇척 물류비 계산이나 하고 있는 그 천박한
머리로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보았니
그렇게 무너뜨리고 싶으면
노동자 농민 서민 도시빈민 실업자 비정규직들의 아픔
위에 도도히 선
저 흉악한 자본의 탐욕이나 무너뜨리렴
그렇게 뚫고 싶은 게 많으면
반백년 원한으로 막아선 저 분단의 철벽이나 뚫어주렴
그렇게 성장하고 싶으면 이제 그만 미국의 품에서 뚜벅
뚜벅 걸어나오렴
신자유주의 착취와 소외, 폭력의 세계화 대열에서 벗어나
씩씩하게 독립해보지 않으련
더 많은 평화를 흐르게 하는 역사의 대운하라면
더 많은 평등을 실어나르는 사랑과 인내와 연대의
대운하라면
그 누가 말리겠니
그 누구든 작은 손이나마
뜰 삽으로 내밀지 않겠니
~~~~~이상 끝
파이오니아!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지도자는 파이오니아!
오숙희 선생님책에 나와있는 이 단어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몸을 낮춰 민초를 돌보는 파이오니아가 우리들이 원하는 King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