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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올레, 세대기행

2010.04.12 18:14

강민아 조회 수:2163 추천:306

http://blog.naver.com/syneswings.do

어제 한 가족의 3세대와 함께 강화도로 이색적인 소풍을 다녀왔다.

 

79세 할머니, 50대 중반의 엄마, 그리고 나와 동갑인 손녀딸.

난 손녀딸의 친구로서가 아니고 50대 후반의 엄마와의 친분으로 이 소풍에 동참했다.

그 손녀딸의 입장에서 나는 엄마 친구였고 그녀와 나는 또래였던 거다.

나와 또래인 엄마 친구, 나는 좀 당황할 것같았지만...

독특하고 범상찮은 엄마의 딸답게 그녀는 의연했다.

 

그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인물은 바로, 할머니.

 

하얗게 변한 앞머리에 자주빛 브릿지로 넣어 세련된 느낌을 주는 79세 할머니.

할머니는 다음주 친구들과 그리스 여행을 떠나신단다.

나의 꿈이기도 한 크루즈를 타고서.

 

환갑을 맞으셨을 무렵, 할머니는 말씀하셨단다.

난 일흔까지만 여행을 다닐란다. 뭐 그때까지 밖에 더 다니겠냐.

그런데 정작 할머니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계속 다니고 계신다.

바람의 딸, 한비야 씨는 이 할머니에게 <바람의 할머니>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단다.

오지여행도 마다않는 여행자 할머니. 와우!

오지여행을 싫어라 하는 나는 아마 나이가 들어도 <바람의 할머니>가 되진 못할 듯.

 

강화도로 이동하던 차 안에서 할머니는 내게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읽은 에피소드르 언급하시며 그 책을 권하셨다.

내가 이미 읽었다는 사실을 아시고는 이어서 <박헌영 평전>을 읽으라셨다.

그 책을 읽고 다시 이야기하자 하셨다. 난 책을 주문했다. 아이폰으로.

할머니의 계속 되는 정치평론에 딸과 손녀딸은 엄마 오늘은 휴일이니까 정치이야긴 하지말자 하셨다.

푸핫! 이건 내가 울 엄마에게 늘상 듣는 소리다. "넌 정치적 불만말고 엄마한데 할말 없냐?"

 

난 언젠가 부터 나이들어 눈이 나빠져서

책을 읽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을 하곤 했다.

그런데 할머니에게 들으니 오히려 잠도 줄어 책읽기 더 좋노라 하셨다.

걱정하나 덜었다.

아무래도 나이드신 분들이 책을 안읽는건, 처음부터 책을 안좋아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할머니와 친구들의 그리스 여행이야기 들으러 가야겠다. ㅋㅋ

 

두번째 세대인 엄마는 내가 선생님이라고, 때로는 샘이라고 부르는 분이다.

트워터를 배우겠다 하셔서 가르쳐 드렸는데, 바빠서 못들어온다 하신다.

폐미니스트이자 또 사회적 관심이 많은 전문강사이며 여러권의 책을 집필한 필자다.

그리고 정작 직업은 한의사시다.

 

병원에서 만날 일보다는 제주도에서, 마포 인근 밥집에서 만난는 일이 잦아

한의사심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때로 기침을 할라치면

"너 비염있구나, 혹은 목이 답답하냐, 귀가 가렵나, 눈이 빨갛게 변하지?" 등등의

명의같은 말씀을 하셔서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세번째는 나와 동갑인 손녀딸이다.

아직 살짝 어색해서 말을 놓진 못했다.

그녀는 대학원생,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북경에서 여러해 머물렀고, 세계 여러곳을 다녔단다.

길게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친구 같다.

다음에 만나면 더 친해질 수 있을 듯.

 

강화도에 닿아 할머니는 집 마당에서 잡초도 뽑고, 집안 정리를 하셨고

셋은 집 뒷산에 올랐다. 4시간 남짓 여러개의 봉우리에 오르고,

능선도 따라 걸었지만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다.

 

그야말로 호젓한 산행.

4월의 여느 산에서도 불가능한 것이다.

진달래는 다음주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피어날 듯하지만이른 봄을 느꼈다.

 

다채로움과 세대별 삶의 재미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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