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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왜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을까 아기를 낳은 후에

2010.08.23 13:19

김광희 조회 수:1963 추천: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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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을까 <BR>아기를 낳은 후에 <BR><여성주의 저널 일다> 안미선  <BR> <BR> <BR>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나는 말이 줄었다. 말이 쌓이는 것 같기는 한데 딱히 하라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말해서 무엇 하려는 건지 그냥 입을 다물게 된다.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쓰면서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살았던 결혼 전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내 시간과 공간은 오롯이 육아와 가사에 바쳐지고 내 몸은 나를 가둔다.

 

몸이 나를 가둔다는 것, 그것은 아주 새로우면서 가혹한 경험이다. 아기를 낳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는 고통보다는 즐거움과 뿌듯함이 더 컸다. 십 킬로가 넘게 불었던 몸이 아기를 낳은 후 제대로 줄지 않는다거나, 젖 때문에 가슴이 무진장 커진다든가, 질에서 항문까지 깊은 자국이 남는다거나, 요실금이 생겨 남몰래 속옷을 적신다거나 하는 건, 받아들이기 낯설지만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주부의 시간’

우리 나라에서 엄마와 아기는 분리되지 않는다. 백일 지난 아기를 가진 내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젖을 주고, 방을 환기하고 닦고 쓸고 젖을 주고, 밥을 짓고 먹고 젖을 주고, 아기를 씻기고 기저귀를 갈고 젖을 주고, 빨래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젖을 주고, 밤새 자면서도 젖을 주는 그런 식이다. 다른 돌볼 사람이 없는 집에서 내 몸은 아기에게 담보된 숙주 같은 것이다. 아기는 내 몸을 파먹고 자라난다. 나는 꼼짝 않고 가고픈 곳, 하고픈 것, 먹고픈 것까지 잠시 미뤄둔다. 그래서 아기는 살 수 있다.

 

이 양육의 시간은 오롯이 나에게 떠맡겨진 것이다. 떠맡겨졌을 뿐 아니라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잊혀진 일이다. 집에서 별안간 엄마가 된 여성이 어떻게 아기를 키워내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냥 엄마니까 알아서 키우겠지, 애는 잘 자라겠지 하고 당연히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여긴다. 엄마의 역할을 맡은 여자가 집안에서 홀로 어떤 꿈을 꾸는지, 지쳐 아기를 문득 어떤 눈으로 보는지, 창 밖을 보면서 어떤 서글픔을 느끼는지, 언제나 쌓이는 집안일에 어떤 분노를 느끼는지, 그리고 자신의 욕망과 헌신 사이에서, 자신의 느낌을 솔직히 말할 수 없어 죄책감과 실어증 사이에서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디는지 모르는 것이다.

 

아기를 가진 엄마에게 돌아오는 말은 공감이 아니라 평가다. 엄마인데 이것도 모르냐, 이것도 못하냐, 아기가 왜 아프냐, 집안 꼴이 이게 뭐냐, 그 평가는 언제나 집 곳곳에서 소리 없이 들려온다. ‘엄마’의 기준은 쩌렁쩌렁하고 높다. 그 소리에 쫓겨 여성은 종일 쉬지 않고 안간힘을 써 일하면서 전업주부가 되어간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남지 않고 반복된다

아기를 낳고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만날 수 있는 성인(成人)이 남편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파트에서 사회와 고립되어 종일 아기를 돌보며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에게 이 새로운 생활의 하중을 심리적 압박을 털어놓고 위로 받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된 남편은 가장으로서의 책임에 눌리게 된다. ‘이 애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잘 되고 못 되고는 내 책임이다.’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책임의 무게는 가장(家長)이라는 자의식으로, 집안에서는 가장의 권위적이고 무관심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양육의 소소한 일들은 그리고 눌린 진짜 감정들은 아버지가 된 남성과 나누기는 어려워진다. 이를테면 당신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해라, 나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책임질 테니, 하는 식이다. 연애할 때처럼 서로의 자아를 인정해주고 위로해주기보다는 양육 파트너로서 기능적이고 도구적인 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엄마가 아기를 더 잘 보니까, 더 잘 아니까, 나는 돈 버느라 피곤하니까, 결국 내 일은 아니니까, 하면서 남편은 육아에서 점점 손을 떼게 된다.

 

내 친구는 아기를 혼자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단다.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남편과 이혼하게 되면 나는 아기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가야지. 다시 결혼하지 않고 아기가 어른이 될 때까지 키워야지. 무슨 일을 해서 혼자 키울 수 있을까.’

 

그건 남편이 ‘엄마’의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무관심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하게 되는 생각일 게다. 또한 현실을 견디려는 상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 아이를 키우려면 남편의 도구적 도움이 필요하거나 최소한 결혼한 ‘정상가족’의 조건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그 상상을 크게 내뱉는 것을 막는다.

 

그래서 여자들의 이야기, 특히 결혼한 여자들의 이야기는 수다가 되나 보다. 서로 같은 처지므로 온갖 쌓인 감정을 떠들썩하게 풀어낼 수 있지만 여자들이 수다를 하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남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남지 않으므로, 기록되지 않고 평가 받지 않고 단죄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또한 거듭 같은 삶이 반복된다. 친구와 나는 이야기했다. “왜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나서 여성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아무도 있는 대로 말해주지 않았을까.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사실대로 일러주지 않았을까.”

 

무엇이 나를 가두는가

아기를 낳고 내 몸에 내가 갇히고 집에 갇혀 있다는 느낌은 사실 끔찍한 것이다. 잊혀지고 고립되었다는 느낌은 죽음의 느낌과 흡사하다. 창으로 누가 들여다보는 것 같아 닫힌 방문을 와락 열거나 집을 벗어나려고 추락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나의 느낌이 이해 받지 못하고 하찮거나 되려 짐스러운 것이 될 때, 묵묵히 이루어지는 육아와 가사는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노동이 된다.

 

내 몸은 나를 북돋워주고, 열린 곳에서 다른 몸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꿈꾸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나를 가두는 것은 무엇일까.<BR> <BR>기사입력: 2006/05/09 [21:06]  최종편집: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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