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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3 산후우울증을 앓다.

2011.03.11 18:06

약초궁주 조회 수:1791 추천:221

 

샘터사에서 출간된 첫아이중에서

내가 쓴 원고 <너, 진짜 내딸 맞아> 연재중

 산후우울증을 앓다.

 

딸이라는 의사의 말에 제일 먼저 이렇게 물었다.

“손가락이 열 개예요?”

그렇다는 대답에 마음이 턱 놓이면서 핏덩이를 받아들었다.

 애써 자란, 작지만 골고루

모습을 갖춰 힘들게 세상에 나온 아이. 기특하고 고마운 어린 생명, 내 딸이었다.

 

 

나중에 알았다. 한 덩치 하는 고릴라 어미는 보통 100㎏이 넘는데 새끼는 겨우 2㎏

란다. 난 임신 초기 45㎏에서 겨우 5㎏이 늘어 2.9㎏의 아이를 낳았다. 그러니까 산모

체중의 15분의 1이나 되는 새끼를 낳는다는 건 동물계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목숨을 건

혈투인 것이다.

 

 

그러니 ‘겁먹지 말자. 짐승들도 다 낳는 새끼를 내가 왜 못 낳아!’ 이렇게 나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던 주문은 사실 별 효력이 없는 거다. 인간이 제 몸에서 한 생명체를 세상

밖으로 내놓는다는 건, 생명을 내놓고 해야만 하는 위대한 과업인 거다.

 

 

세상의 거의 모든 여자가 다들 겪는 일이라고 해서 당연하고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

라. 낳아보지 않고 출산의 고통에 대해서 짐작으로 미루어 아는 척 말하지도 말라.

여자들은 비로소 알게 된다. 핏물을 쏟아내며 통과한 터널이 가장 큰 공부며 수행임을.

그렇게 나도 엄마가 되었다

 

 

딸은 유순하고 예뻤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출산 후 아이를 안고 있으면 팔이 무겁고 온몸이 가라앉고 마음이

미어지는 듯했다. 젖을 먹이다가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잠을 자도 모자랄 판에 한밤에

깨어나 아이를 안고서 울었다. 어디 한 군데 슬쩍 스치기만 해도, ‘톡’ 건드리기만 해도 내

몸에 고여 있는 수분들이 줄줄 쏟아져 나올 듯 울먹거렸다.

 

그때 심정은 뭐랄까. 나로 인해

세상에 나온 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그 아이의 모든 것에

무한 책임을 져야만 할 것 같은 중압감이 몰려왔다.

 

 

그때 친정은 더욱 형편이 어려워져 살던 집까지 날리는 위기에 처했다. 마음대로 가볼 수

도 없는 형편이었지만 중풍에 걸리신 작은아버지를 치료해준다는 핑계를 대고 친정 일을 해결하러 쫓아 다녔다. 그런 며느리가 못마땅해서 시아버지는 꾸중을 하셨지만 너무도 절박한 상황이었다.  아이는 시어머니께 맡겨놓고 다시 직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 안팎으로 조여드는 상황에서 내 안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불안감과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좌절감에 웃음을 잃어버린 나의 병명은 다름아닌 산후우울증.

 별 거 있나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난 너무도 힘들었다.

 

 

그 시절 시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쟤는 다 좋은데 말이 너무 없구나.”

 

 

목청 우렁차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가끔은 방송에 나가서 말 잘한다는 칭찬도 듣는 현재의 내가 그런 시절을 보냈다고 하면 과연 누가 믿을까.

 

산후우울증 회복은 보살핌에서 온다. 난 그때부터 내가 나를 보살피기로 했다. 명색이 한의사 아닌가. 원래 저혈압에 저체중인 내가 혈부족증으로 뇌 순환이 나빠져서 우울증이 생긴 것이었으니 어찌되었든 잘 먹고 기운을 차려야 했다.

 

 

산후 몸조리 약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없는 형편이라 방에서 커피포트에 녹용 든 한약을 달여 먹으면서 창문을 열어 냄새를 내보냈다. 남편이 좀 떳떳하게 아내를 챙겨주면 좋으련만.그의 맏아들 컴플렉스와 부모님 눈치 보기에 나도 덩달아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사그라진 줄 알았던, 바닥을 헤매던 나의 힘은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다.

아이 엄마는 슬퍼할 시간도, 좌절할 시간도 없다.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어린 것을 업고 있는 듯했으니 강해져야 했다.

 

그렇게 기운을 차려 따뜻해진 내 피는 유선 및 혈관으로 흘러 들어갔고, 아이는 이마에 땀방울을 맺혀가며 힘껏 젖을 빨아 먹었다.

 

망각도 뇌의 능력이다. 시간이 흐르자 아기 낳는 고통도, 산후우울증도 희미해져갔다. 대신 아이가 보여주는 방긋 웃음과 뜻 모를 옹알이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단풍잎 같은 손가락을 감아쥐고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깨물며 젖살 냄새에 취해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쳐버렸다.

 

아이는 부서질 듯한 내 생의 밀도를 강하게 만들어준 ‘딱풀’이었고 뼈대였다.

 

 

~~~~~다시 글을 읽어도 눈물이 핑도네요. 정말로.

앗 이건 현숙노래가사?

엄마는  참 대단해, ....

 

당시 식구는

시할머니. 시부모. 시동생 2명.

아기까지 우리 세식구= 도합8명.

 

호주제로 인해, 남푠집안의 말단신참에

영원한 시다바리로 들어가 삶의 체험 현장을 찍은겨.

 

김수현이 좋아하는 가족드라마 구성에

완벽한 캐스팅이었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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