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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1 -첫 유산과 두번째 임신

2011.03.03 12:39

약초궁주 조회 수:1619 추천:190

 

고백이란 소리에 낚인 그대여.

북카페를 한다고 책정리를 하다보니

예전에 <첫아이>-샘터출판- 책에 쓴

글를 읽게되었네.

 

임신과첫아이를 낳은 경험을 쓴건데

부끄러울것도 없고 숨길일도 아니니

선배로서 이렇게 애를 낳고 키우며

살았구나- 여러분에게 보여주네.

 

그로나 퍼나르지는 말아주셈 ㅠㅠ

 

너 진짜 내가 낳은 딸 맞아

<첫아이 책중에서 ...샘터>

 

 

 

나의 첫 임신은 스물네 살 대학시절이었다.

남편과 연애 중이었는데 졸업은커녕 혹독한 시험과 실습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터라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를 낳겠다는 생

각은 감히 해볼 수도 없었다. 가난한데다가 아버지마저 갑자기 돌아

가셔서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그러니 장학금에 목을 매고 아

르바이트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 밤마다 소리죽여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다가 서로 말 한 마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우리는

조용히 아이를 돌려 보내기로 결심했다.

 

유산을 하고 그 다음날도 학교에 나갔다.

기생충학 점수를 더 받기 위해서 이름도 잊지 못할 ‘지알디아 람블

리아’라는 희한한 원충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 앞에 나가서 발표까지

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아예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학교, 공부, 장학금만이 내

삶을 지탱해주는 동아줄이었으니까.

 

어린 영혼이 저 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는 어느 엄마를 찾아갈까

선택해서 온다는데, 어쩌자고 그 가여운 영혼은 준비가 안 된 내게

왔었는지.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고 뭘 몰라도 한참 몰라서 이별조차

제대로 못한 아기는 딸이었을 것 같다.

 

가늘고 여린 숨결을 끊어내야만 했던 아기와의 인연은, 돌이켜보면

내게 생명과 여자의 몸에 대한 공부의 시작이 되었다. 그렇게 그 애

는 어린 어미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려고 찾아와준

생명이었음을 세월이 흐른 후에야 깨닫는다.

 

두 번째 임신도 평화롭고 여유 있는 환경에서 하지는 못했다.

만삭이 될 때까지 시집살이를 하는 독산동에서 근무하던 병원이 있는

서대문 구청까지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며 출퇴근을 했다. 차에서 내려

걷는 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지하철이 있는 지금도 힘든 코스이건만 당

시엔 별 도리가 없었다. 그저 남편 따라 시집살이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인 줄 알았던 어린 새댁에게 무슨 힘이 있었으랴.

 

남산 같이 부른 배를 주체 못해 한 손으로 허리를 받쳐들고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다시 만원버스에 실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시할머니

부터 층층시하……

 정말이지 손끝 하나 까딱하기 싫은 고단한 날에도 예외는 없었다.

사위가 처가의 머슴이 아니듯 며느리도 시집의 하녀로 들어

간 게 아니거늘.

 

아무리 편하게 해준다고는 해도 시댁 어른들과 같이 사는 며느리는 위아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 병원이라는 일터에서 ‘시집’ 이라는 일터로 공간 이

동한 나는 동생뻘의 시동생마저 도련님이라 불러야 하는 말단 신참. 마음은

불편했고 몸은 고달팠다.

 

분명 둘이 같이 사랑에 빠지고 남들 하는 대로 결혼한 건 맞는데 나의 노동을

당연하게, 수발은 당당하게 요구하는 생활에 지쳐갔다. 내 입 하나 풀칠하러 온

건지 아니면 자원봉사 하러 왔는지 헷갈렸다.

 깨소금 볶는 냄새 폴폴 풍기며 한

창 행복해야 할 신혼에 나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의무사항으로부터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찾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휴일은 하루 세 끼 밥상 차리기에, 밀린 빨래와 청소가 기다리니 차라리 출근하

는 날이 편했다. 아기를 가진 내 입에 사과 한 쪽이 들어가려면 방방이 과일을 깎

아 접시를 돌려야 하니 차라리 입질을 단념하는 게 나았다.

 

뱃속에 아기를 키우는 여자는 늘 빈혈에 시달린다. 핏줄을 돌려 자궁으로 태반으로

피가 흥건하게 흘러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머리 쪽으로 갈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 노곤하고 졸리고 혼곤하기만 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푹 퍼져 낮잠 한숨 편히 자고 싶은 것.

하지만 내게 허락된 휴식은

쉴 새 없이 몸을 놀리다가 잠시 방에 들어와 숨죽여 앉아 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것도

거실에서 누가 볼까 눈에 띄지 않게 방벽에 바짝 붙어 기댄 채.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전래동화의 의미를 결혼해서 아이를 낳

으니 알게 되었다. 아들이건 딸이건 자식 귀한 건 매한가지인데

여자는 시집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무

수리(?) 신세에 선녀 옷은 간 곳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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