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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원과 올레꾼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를 쓸 때마다 늘 설레는 맘, 즐거운 맘, 기쁜 맘으로 쓰곤 했습니다. 새로운 길 개장이나 축제 등의 소식을 전하는 일이었고, 그동안 다녀간 올레꾼들이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여러분들이 도와주시는 사무국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전해드리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번 편지는 참으로 비통하고 참담한 심경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여러분들께 어떻게든 제 심경과 올레의 최근 사정을 알려야지 하면서도 선뜻 컴퓨터 앞에 앉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기에, 펜을 들었습니다.



#그녀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만 납니다#

이미 고인이 된 강은경씨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무사히 가족과 저희들 곁으로 돌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면서 저희는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마침내 훼손된 시신이 발견되는 날, 그 참담함과 충격을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서막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일부 여론은 범인보다는, 그런 범인을 양산하는(통영에서도, 울산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여자아이와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발생했음에도) 우리사회에 초점을 돌리기보다는 ‘제주올레’와 길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안전이 미비한 올레라는 길이 한 여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처럼 말입니다. 올레가 지난 5년 동안 올레꾼에게 준 행복과 치유의 수많은 나날들, 5년 동안 별다른 사고 없이 운용돼온 기록, 이 사건이 길의 안전사고가 아닌 사람이 저지른 사고라는 점은 모두 묻혀진 채 어느덧 올레길은, 올레길을 만든 저희들은 한 여자를 죽인 주범 내지는 공범처럼 묘사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사실 유족 못지않은(물론 유족에 비할 수야 없겠지만요) 슬픔과 충격을 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여론의 뭇매라는 더 충격적인 사태를 맞았던 것입니다. 그 참담함과 비참함이란....올레길을 낸 지 5년만에 처음으로 ‘왜 내가 이렇게 길을 내서 이런 수모를 감당해야 하는 걸까’ 자괴감과 자책, 후회마저 들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대책회의와 기자회견 등에 시달리면서도 틈나는 대로 사건이 일어난 올레 1코스와 그밖의 다른 코스를 걸었습니다. 마치 죄인처럼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마음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우리가 낸 그 길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나 길과 풍경은 여전했고,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다웠고, 그런 충격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올레꾼들이 걷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 자연은 무죄인데 여자를 마음대로 유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반사회적인 피의자와 그런 피의자를 만들어낸 우리 사회, 즉 인간이 유죄였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으로 올레길은 올레를 사랑해서 걷고자 내려온 한 여성을 영원히 잃었고, 수많은 올레꾼들은 이 길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훼손당했고, 1코스 출발점인 시흥리 마을은 올레의 성지에서 범인이 살았던 부끄러운 마을이 되고 말았고, 사)제주올레는 민간의 땀과 열정으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낸 주인공에서 무책임하게 길을 내고 운용한 문제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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