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2/25ac150166d1c1b79cef64f80f51bc28.jpg
  logo    
먹고! 읽고! 걷고!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먼 곳의 벗에게 쓰는 편지

도종환

벗이여 우리 만나 이런 것을 서로 자랑하면 어떨까
그대와 우리 중 누가 더 많이 서로를 사랑했는지
그대들과 우리 중 누가 더 서로를 그리워했는지

 


먼 곳의 벗이여 그대들과 우리가 만나
이제는 누가 더 총칼을 많이 쌓아두었는지 자랑하지말고
누가 더 이땅의 하나됨을 간절히 소망했는지

 


누가 더 한 나라 한 겨레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었는지
벗이여 그런 마음을 서로 털어놓는다면 어떨까

이제는 누구의 곳간이 더 넉넉한가 견주지 말고
어떻게 서로 나누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 밤새워 의논하고

 


서로를 쓰러뜨리던 기억보다는 서로를 부축해 세울 수 있는 마음을
누가 더 똑똑했던가를 겨루기보다는 누가 더 많이 부끄러웠던가를
터놓고 다독이며 새도록 밤을 밝힐 순 없을까

 


그대들과 우리 포연 자욱히 묻었던 옛날 옷 벗어 묻고
보통강 물줄기에 빨아 헹군 그대들 옷과
북한강 상류에서 빨아 입은 우리 새옷을 입고
누가 더 전쟁을 미워했는가를 이야기하는 일은 어떨까

벗이여 이땅의 구석구석 아직도 아
물지 않은 상처들을
우리 함께 찾아나서 삽질해 묻으면서
삼천리를 우리의 새로운 땀으로 적시면 어떨까

 


우리가 못다 했던 사랑 능금빛 얼굴 우리 착한 아들딸들에게 주어
그대들의 아들과 우리의 딸들이 서로 사랑하게 하면 어떨까
벗이여 그렇게 우리가 화해와 축복의 잔치마당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춤추며 만나는 일은 또 어떨까

 


아직도 만날 수 없는 먼 곳의 벗이여
이제 다시는 싸움으로 만나지 말고 화해와 용서로 만날 순 없을까

진정으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순 없을까

 


내가 먼저 거짓을 버리고 네가 더 너그러워져서
압록강 낙동강 물이 큰바다에서 만나듯 섞이며 만날 순 없을까
목이 타듯 그리운 사람들이여 목마르게 애타는 산하여 사랑이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82 길가는 자의 노래와 교동올레 [2] file 약초궁주 2009.11.17 2614
1381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file 약초궁주 2009.08.19 2600
1380 책 읽어주는 남자 영화 보고왔어요. [1] file 보아 2009.03.14 2599
1379 날개짓...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file 약초궁주 2009.07.22 2594
1378 우리 그래도 괜찮아 (싱글맘 고군분투기) file 약초궁주 2009.08.20 2585
1377 [길따라 소리따라] 위도 띠뱃놀이 장철학정명원 2009.05.13 2582
1376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읽고나니 땡기는건.. [1] file 약초궁주 2009.06.18 2581
1375 문경미기자의 <강화올레+제주올레=합동올레> [2] 약초궁주 2009.06.03 2578
1374 싱글맘의 끝나지 않은 사투 (최진실 이야기 읽어주세요) [2] 약초궁주 2008.11.10 2564
1373 브래지어를 안하면 가슴이 미워진다? (경향신문) SBS 방영 [1] 약초궁주 2009.12.10 2561
1372 걸레론에 대해 정은주 2009.04.13 2556
1371 강화올레 - 3탄 - 연미정 file 초록호수 2009.06.04 2541
1370 '산에 가는 건 내가 개미처럼 보이라고요'(월간 산 인터뷰) [1] yakchobat 2008.10.22 2536
1369 초록색 자전거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고 부모다) file 약초궁주 2009.06.13 2526
1368 나쁜 남자는 이제 그만! 김연 소설가 약초궁주 2009.02.12 2521
1367 페미니스트로서의 예수 (마키노 도커오) 약초궁주 2009.04.10 2514
1366 축하해! 안심하렴 너는 장수 풍뎅이야 [2] 약초궁주 2008.12.11 2514
1365 뉴요커들은 어떻케 점심 먹을까? 약초궁주 2008.11.05 2499
1364 콘돔을 선물하는 날이 올까-김연과 약초궁주 [3] 약초궁주 2009.05.07 2493
1363 3월 8일 여성대회에서 우리 번개놀이하자! [10] 약초궁주 2009.02.19 2493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