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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가 좋은 일자리 되려면…
 
김선주 언론인

일요일 낮에 식당에 갔다가 종업원과 싸울 뻔했다. 주문받을 생각도 안 하고 찌개 다 먹으니까 밥 나오고 밥 다 먹으니까 반찬이 나왔다. 소리를 질러서 가까스로 얻어먹는 수준이었다. 불판에 가스 점화가 안 되었지만 고칠 생각은 안 하고 끓여다 주었다. 대접을 하는 자리라 민망했지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종업원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신발 벗고 올라오는 음식점인데도 신발 벗었다 신었다 할 시간을 줄이려고 맨발로 바닥과 손님 좌석을 오르락내리락거렸다.

 

 

계산하면서 불평했더니 아침밥도 못 먹었다며 손님은 많은데 서빙을 두 명만 써서 그렇다고 했다. 곧 단체 손님이 들어오는데 점심도 못 먹는다 한다. 점심때만 어림잡아 수백만원의 매상을 올리는 것 같았다. 달랑 두 명이 주문받고 계산하고 상 차리고 상 치우고 무거운 쟁반에 뜨거운 찌개 받쳐들고 곡예를 한다. 주인은 없었다. 일당 6만원, 두 명 12만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며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뭔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힘주어 발언할 때마다 그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무슨 일이든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로 입길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일도 해본 적 없으니까 현실을 너무 모르는 공주처럼 저런 말을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어 있다. 어쩔 수 없다. 태생적 한계다.
 

시간제 일자리 문제도 그렇다. 시간제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5000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름이 나빠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취급이 형편없어서 안 하는 거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시간제 일자리라는 나쁜 이름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고용률 높이는 데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다. 인식 전환이 필요한 대상은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쪽이며 그들의 필요와 고민에서 나와야 한다. 공급자의 문제이지 수요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알바·시급·일당·계약직 모두 시간제 직종이며 한시적 직업이다. 임금이 일반 정규직의 50%라 하지만 제대로 계약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 당일 주는 업체는 드물고 일주일 혹은 한달 넘게 지나야 계산을 해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친구 아들은 군대 가는 날 받아놓고 ‘쎄게’ 좀 놀아보려고 일당제 일을 쎄게 했다고 한다. 군대 갈 날은 가까워 오는데 업체에선 돈을 안 준다. 주는 날짜는 이 친구가 군대 간 뒤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한달 뒤가 관행이라고만 했다.
 

막노동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일도 마찬가지다. 출판사에 삽화를 그려줬는데 돈을 못 받는다. 책 출간이 지연되어서 책이 나올 때 되면 삽화료를 준다는 것이다. 그게 언제냐니까 지금으로선 확실히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왜 하냐고 했더니 그렇게라도 잡아두지 않으면 프리랜서는 살기가 힘들다고 했다.

일당이든 시급 알바건 계약직이건 그 자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시대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따라간다. 고급 인력의 시간제 일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관공서나 공공기관, 재벌 기업 같은 곳에서 솔선수범해서 고급의 시간제 일을 만들면 그야말로 외국의 경우처럼 좋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 전환은 곧바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계약직·시급·알바 등의 일거리는 사실상 임금 착취의 성격을 갖고 있고 이익을 최대로 뽑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어 왔다.
 

시간제 일자리가 나도 소원이다. 보육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곳의 참상을 들으면 하루 세 시간 정도씩 밥을 해줄까 아니면 보육교사들 여덟 시간 근무가 끝난 다음 근무를 해볼까도 생각해 본다. 주변을 살펴보면 노인·젊은이·여자·남자 할 것 없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갑이 변해야 을이 변하는 것이지 을이 변해봤자 갑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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