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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가를 부를 때 악보보다는 그냥 습관대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악보 그대로 정확하게 부르는 자매가 있다.

모두가 4박자를 대충 3박자만 하고 지나갈 때 혼자서 기어이 4박자를 끈다거나, 다른 사람들의 음은 쳐지는데 혼자 원래 음 높이를 유지하여 오히려 불협화음을 조성한다.



그러나 이 정확함의 화신인 것 같은 자매는 다른 모든 면에 있어서도 원칙대로 산다. 철저한 근검절약에다가 엄격한 규칙 준수, 그리고 희생이 필요한 일 앞에서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다.


삭당 일을 맡은 자매는, 아무리 우리 집 인원이 들쑥날쑥하기로서니, 항상 식구 수 계산을 틀린다. 접시 몇 개가 인원 수보다 더 놓여 있거나 반대로 모자라서 뒤늦게 더 건내는 일이 매일 반복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어쩌면 저렇게 꾸준히 틀릴까 싶기도 하지만,

바로 이 자매의 느슨함은 넉넉함이기도 하여, 연달아 손님이 와도 귀찮아하는 적이 없고 예고도 없이 갑자기 누가 와도 아무 문제 없이 우리 식사에 초대한다.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된다면서 놀라운 유연성을 발휘한다.


항상 밤늦게까지 일하는 자매가 있다. 유달리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늘 일이 밀려 있다. 그러면서도 누가 전화를 하거나 찾아올 때 간단히 용건만 말하고 끝내는 적이 없다. 아주 따뜻하게 안부를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리고 누군가의 딱한 소식을 우리에게 전해 줄 때만 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


누가 뭘 잘못하면 어김없이 지적을 하여, 자기가 무슨 검열관인가 싶은 자매가 있다. 그러나 우리 정원에 누가 들어와서 꽃을 꺾어 가거나 이상한 사람이 배회하가나 하면 나가서 해결을 짓는 자매가 이 자매이다. 그뿐 아니라, 얼마 전 우리 이웃에 혼자 사는 노인이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도 자기가 오히려 다 뒤집어썼을 때 그 가해자의 집에 찾아가 따진 사람도 이 자매이다.



한 번도 전례 당번을 하지 않는 자매가 있다. 좀 얌체 아닌가 싶었는데, 살아 보니 이 자매는 어떤 소임에 구멍이 생길 때 이를 메꾼다. 그리고 무슨 축일이 되면 자진해서 부엌일을 도와 주러 간다.


식탁에서 항상 끊임없이 말을 하는 자매가 있다. 다른 사람이 말할 틈이 없다. 그런데 이 자매는 일도 그처럼 끊임없이 한다. 정원, 채소밭,묘지관리까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바지런히 종종거리고 돌아다니며 80이 넘은 나이에도 엄청남 양의 일을 해낸다.

아직 불어가 서투른, 외국에서 온 자매가 있는데, 전화도 잘 못 받는 정도이지만, 성당 꽃꽂이를 어지나 정성스럽게 하는지 우리 성당은 늘 아름답고 미사에 오시는 분들도 모두 감탄을 한다.


매우 병약하여 공동체 모임이나 식사에 자주 빠지는 자매가 있다. 항상 아프니 맡겨진 일도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자매가 처원기도를 할 때 보면,온 세상의 모든 사건, 공동체 자매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 그리고 가족들과 우리 이웃의 일 등 참으로 많은 것을 위해 넓게 열린 기도를 한다. 일은 거의 못하지만, 기도를 통하여 이 세상에 더 많은 은총을 얻어주는 자매는 이 자매가 아닐까 싶다.



각자가 다 이처럼 약한 면과 아름다운 면을 갖고 있다. 마치 채송화와 글라디올러스,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등,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다른 온갖 종류의 곷들이 섞여 피어있는 꽃밭 같다. 이부조화 속의 조화를 하느님께서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시며 “보시니 좋았다” 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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