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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를 보았는가!

2009.05.03 02:07

랄라 조회 수:1348 추천:235



골든에이지를 보았는가?

나는 보았다.

 

그것도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단둘이서.

그 영화가 모든 것을 정리하게 만들어 주었었다.

 

나는 그때 두 여자를 보았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베스!!

 

영화관에는 단 둘밖에 없었지만, 각자 보고 싶은 것만을 보았다.

나는 여왕에 주목했고,

그는 베스에 주목했다.

 

나는 그날 내가 죽어도 베스가 될 수 없음을.

그리고 그는 여왕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오로지 자기의 왕국에 속한, 아니 좀더 엄밀히 말하면 자기의 씨를 소중하게 번성시켜 줄 자기에게 속한 여자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왕국이 아니라 자기의 왕국을!!

 

나는 그 운명적인 영화를 보고나서,

또 운명적인 내 사랑을 그렇게 접었다.

물론 베스의 삶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태생적으로 베스가 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왜 맞추냐는 그의 질문이 결국 정곡을 찌른 셈이다.

내 곁에 붙들고 싶다고

더이상 남자에게 나를 맞추기엔 역부족임을 알게 된 것이다.

 

다만 여자이면서도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람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또 알았다.

그러면서도 전사를 꿈꾸고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해 나가려는 여자가 오로지 있는 그대로 자기를 받아줄 소중한 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것도 간절히.

그러나 결국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왕국에서는 어떠한 행복도 찾을 수 없는지도 모른다.

아니 모든 남자들은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편과 갈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베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전사이고 싶고,

나는 보호 받기 보다는 보호할 대상을 위해 내 온몸을 다 바치기를 희망한다.

나는 내 왕국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나는 알았다.

남편에게도 그에게도 나는 보호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다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을 뿐이라는 것을.

 

p.s. 다 늦은 시간에 왠 골든에이지 타령이냐구요?!! 이 시간까지 아니 귀가하는 남편 덕분에 캐치원에서 그 운명적인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거든요.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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