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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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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엄마 한대 때려줬네요

2009.04.30 13:29

랄라 조회 수:1273 추천:160

너무 너무 너무 얄미워서.....,

(난 정말 불효녀야T,.T)

 

재서가 연희미술어린이집에 다닌지 따악 10주가 되어가네요.

동안 첫주엔 4시간, 둘째주부터는 3시간 그리고 세째주부터는 따악 1시간 수업하고 집에 오기를 8주째.

그 한시간도 집에 있을래요.

이모집에 갈래요.

이 닦고 옷 입을 때에도 어찌나 꾸물럭 대던지.

가지 않으려는 온갖 핑계를 다 대더이다.

물론 정말 싫었다면, 따악 멈춘다는 것을 알지만. 뭉기적 뭉기적 다니기를 10주!!

 

그 10주째 접어드는 월요일 아침 재서가 수상해졌습니다.

"연희에 가고 싶어"

"연희에 갈래요"

햐~ 무신 이런 희한한 일이 있노.

10시 30분 늦은 아점을 먹고 11시부터 아이는 옷을 입고 설레어 합니다. 연희에 가겠다고.

화요일에 치과에 다녀오느라 겨우 12시에 맞춰가고.

수요일 아침에도 또 같은 긍정적 반응을 합니다.

"연희에 갈래"

"연희에 가고 싶어"

.

.

.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말씀 드렸지요.

재서가 연희에 오고 싶어한다고.

점심을 친구들과 함께 먹을 수 있으면 어떻겠느냐고.

처음에 선생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십니다.

재서 편식이 너무 심해서 어린이집 밥은 잘 먹지 않는다더니.

이내 그러마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넙죽 절하고. 저는 마음으로 다짐했지요. 선생님만 짐 지워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은 입에 맞는 음식을 도시락 싸서 넣어드리자!

좋아하는 과일도 넉넉히 넣어드려 먹게하자!!

식판만 가방에 들춰매고 11시 30분까지 오라 하셨지만, 저는 차마 덜렁덜렁 그리 보내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냥 보내드리면 밥 먹지 않고 돌아 다닐께 너무 뻔하니까요.

그러면 선생님도 점심 못 잡숫고.

마음 불편해 하실 것 같아서....,

재서 좋아하는 '바지락미역떡국'을 끓여 보온병에 담고, 참외도 씼어 가방에 쌌습니다.

 

부산나게 준비했는데, 어느덧 11시 30분이 후울쩍 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나 음식 준비하는 동안 재서 이빨도 닦이우고, 옷도 입혀 달라고 했는데...., 재서가 방바닥에 비비적 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친정엄마 말쌈!

'야 애가 싫어한다 가기. 그냥 집에서 먹자.'

.

.

.

순간 눈물이 피잉 돕니다.

떡살이며, 참외 시장 봐와 어제밤부터 도시락 싸 보냈겠다던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던 친정어머니. 오늘 아침에는 결국 적군으로 변하여 나를 무너뜨립니다. 영원히 이러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재서가 우선은 앉아서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연희에 재서에게만 입맛 맞추어 음식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무리가 있고. 엄마로써 내가 할 수 있는 그것까지는 최선을 다해봐야 하지 않겠냐구요. 그런데 엄마는 그럽니다. "야야 좀 지나면 다해"

정말 좀 지나면 다 할 수 있는 재서였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엄마 말대로 그런 재서라면 저도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아이가 아니인것을요.

 

1시간 수업은 미술 선생님하고 1:1수업을 하는데, 친구들이랑 30분 동안 밥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제 마음을 울 엄마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그리고 재서가 얼마나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있는지 엄마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조금이라도 작은 기관에서 적응을 해야만 내년에는 좀더 잘 적응할 수 있는 것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참을 수 없는 설움이 목 밑으로 올라옵니다.

"엄마 나도 엄마처럼 그렇게 편하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어떻게 얻어낸 30분인데.....,

그분들이 하겠다고 하시면 최대한 재서한테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해드려야 하지 않은가!!

"야 니 엄마 또 화났다"

재서한테 한소리 하는 엄마!

결국 저는 엄마를 한대 때려주고 말았습니다.

"정말로 엄마가 세상에서 젤로 나빠"

.

.

.

.

동안 엄마한테 악악댔는데 이제는 악악댈 기력도 없습니다.

설명할 기력도 없습니다.

멍해하는 재서를 품에 앉고 한참을 현관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약속한 11시 30분은 10분이나 지나버리고.

그렇게 아무 말없이 재서를 품에 안고 앉아 있었습니다.

저도 진정되고, 재서도 진정되고.

엄마는?!!!!

재서에게 물었지요.

"재서야 연희 갈꺼야?'

"응"

"정말 연희 갈꺼야?"

"응"

오늘 같은 기분엔 쉬게 하고 싶었는데, 재서가 간다고 합니다.

그래 가자.

가방을 매게하고, 떡국을 넣은 보온병과 참외를 담은 주머니를 들고 저는 연희로 향합니다.

 

도착하니

선생님들이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합니다.

혹시 점심 시간에 들이밀어 귀찮아 하시면 어쩌나 하고 어제 내내 걱정했는데, 환한 얼굴로 재서를 받아 주십니다. 주섬주섬 준비한 떡국과 참외을 넣어드립니다. 잘 먹겠다는 선생님 말쌈을 뒷전으로 듣고 저는 돌아섭니다. 선생님들의 밝은 모습에서 주루룩 주착없는 눈물이 흐릅니다.

 

꾸역꾸역 밥상머리에서 밥을 밀어넣고, 저는 엄마랑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전에는 힘든 일 있으면 되도록 엄마 앞에서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같이 살고 있으니 제 힘든 것이 엄마한테 감춰지지도 않고 또 감추고 싶지도 않습니다. 특별한 아이를 키우고, 그래서 조금 특별한 일들이 저에게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힘든게 아닙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게 때로는 이 작은 것 하나뿐인 것을요. 편식이 심한 특별한 아들의 점심시간을 위해서 녀석에게 맞는 음식을 만들어 선생님께 보내드리면서 '자알 부탁드립니다' 이것 말고 제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요? 현재로써는.

 

친구들과 음악시간을 공유할 수도,

미술시간을 공유할 수도.

이야기 나누기 시간도 공유할 수 없는 아들을 위해.

최소한 밥이라도 함께 먹게 하기 위해서 제가 지금 할 수 있는게 이것 말고 무엇이 있을까요.

그래도 저는 그것이라도 할 수 있어서 행복한데.....,

그 행복에 빠작 초를 치는 엄마가 너무도 얄밉습니다.

저도 정말 엄마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고.

아니요.

시간이 지나면 문제는 더욱 도드라지고 커질 뿐이지요.

조금씩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수록 그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정말 울엄마는 모르는 것일까요!!

 

때론 가족이 그 중에서도 저를 낳아준 엄마가 저를 가장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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