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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현의 연애

2009.07.29 11:58

랄라 조회 수:1095 추천:135

'너와 한 꿈을 꾸고 있다 생각하고 10년을 위해 달려온 내 세월이 너무 아까워~~'

 

남편이 일을 접고 내 연구소에 들어 오겠다고 했을 때, 나는 드디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가 내 일에 사람들을 모아 줄 때만해도 그런 일이 현실로 이루어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물론 그때도 나는 저항했다. 아주 모기만한 소리로.

 

'근데 내가 이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맞추어 줄 수 있을까? 나는 그냥 내가 가르치고 싶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뿐인데....., 내가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럴 때마다 남편은 말했다. 당신은 그저 프로그램만 개발하면 된다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한다고. 불안한 기운이 내 안에 없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 그것은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라고만 그렇게 우기고 싶었다.

 

그때 남편이 꿈꾸는 것과 내가 꿈꾸는 그것이 그렇게 상이하게 다른 것을 내가 알았다면 나는 반드시 피를 토해서라도 그가 그런 꿈을 꾸지 못하도록 막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현이 이진의 심장을 찢어 놓고, 그녀의 노트를 결단코 건드리지 않겠노라고 해놓고 버억버억 그 소중한 것을 찢어 발기었던 것처럼 나는 그렇게 내 소망이 남편의 손에 의해 낱낱히 찢어 발겨지는 꼴을 당해야만 했다.

 

10년간 달려 왔다던 그의 꿈!

나늘 통해 100억, 1000억을 창출할 수 있다던 그의 꿈은 내가 그에게 동의해 주지 않음으로써, 그는 수포가 되었노라고 악다구니를 쳤다.

 

10년?!

그 10년동안 그가 그런 꿈을 꾸었단 말인가?

그의 말은 내 심장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10년!

 

특수교육과에 들어온 나는 자력으로 들어왔다.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다만 세상에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카톨릭 신자가 되고,

생활봉사를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었던 생령들-나환자, 정신지체, 지체장애인들, 청각장애인들, 시각장애인들....., 나는 그 생령들이 나와 무관해지지 못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나 자신과 그들이 분리가 되지 않는 이상한 심리가 내 안에 있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나는 스무살부터 스물세살까지 그 생령들과 조금씩 친분을 쌓아가다 드디어 그들의 삶속으로 뛰어들어야만 그들을 진정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가지 단일한 목표! 특수교육과를 들어가기 위해 2년을 달린 뒤 원하는 대학을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기존의 생령들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그 대학은 그 생령들에게 다가가는 나를 방해하는 무엇으로 작용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흔들렸다.

몹시!

불안정한 나는 다시 시작한 첫사랑도 흘려보내고 흐느적흐느적 대학 1학년 내내 그렇게 보냈다.

 

그러다 그해 겨울 나는 남편을 만났다. 전혀 내 타입도 아닌....., 그런데 그는 내 곁에서 이현과 같은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프로포즈를 했고, 대학 4학년까지도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으니까 충분히 생각하고 나에게 오라고. 미친놈! 처음엔 그랬다. 미친놈이라고. 야 니가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현이 이진에게 흔들림없이 확고부동하게 프로포즈를 제안했듯 남편은 무슨 연유인지 모르게 나에게 그렇게 확고한 프로포즈를 했고, 서서히 불안한 나는 그에게 빨려들어갔다. 그는 늘 내 식사를 챙겼다.(남편을 만나고 끼니 걱정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는 내가 하고 싶다는 것을 사 주었다.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고 하자, 아르바이트를 해서 전자오르간을 사주었고. 내셔널지오그래피같은 다큐멘터리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자, 돈100만원 거금을  들여 내셔럴지오그래피잡지와  DVD 한 세트를 내 앞에 갖다놔 주었다.

 

그는 그렇게 나에게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시간적이든 헌신적이었다. 좋았다. 밥 걱정 할 일도 없고, 잘 걱정 할 일도 없고 그와 결혼을 하면 모두가 안정적이어서 나는 내 꿈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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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현이 그러하듯 남편도 그의 헌신을 보상 받기를 바랬다. 어느 시점부터 내가 돈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나를 그의 사업의 도구로 생각했었다는게 슬펐다.

 

나는 그가 자신의 컴플렉스를 떼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오손도손 따닷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꿈을 꾸었다. 그의 컴플렉스 떼기를 돕기 위해 나는 그가 석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의 편이었다. 우리는 너무나 턱없이 가난했는데도 꿈을 꿀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젊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컴플렉스는 석사를 했다고 해서 사라지는게 아니었다. 그는 늘 분노하고 있었고, 그 분노가 간혹 내게 여과없이 던져지고 있었다. 분노! 그는 자신의 부모에게 분노하고 있었고, 동생은 질투하고 있었다. 본인의 영혼은 내게 간파당하고 있었지만 현실 속 그는 내게 쏟아 붓는 분노가 자신의 부모나 동생에 의한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의 부모와 동생이 결코 그에게 이롭지 않은 사람들임을 알고 나는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그는 그들과 분리되기를 한사코 꺼려했다. 오히려 그들에게 잘하지 못하는 나를 질타했다.

 

그는 나를 이용해 그들(그의 부모와 동생)에게 복수하고 싶어했다. 돈을 많이 버는 마누라가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기를 꿈꾸었던 남자. 늘 동생에 가려 한번도 있는 그대로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영혼! 그의 영혼은 나에게 읽히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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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의 순진 무구성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내 안에 바로 이진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순수영역이 발기발기 찢어졌을 때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녀는 나에겐 차라리 부럽기까지 한다. 그러나 나는 죽을 수도 없다. 한 아이의 엄마이고, 또 남편을 만나기 이전 만난 내 소중한 생령들에 대한 나의 소임! 그것이 바로 내 운명이기 때문이다. 죽고 싶었지만 나는 싸웠다.

죽기를 각오하고....,

드디어 내가 정말 원하는 그것을 비웃음, 조롱을 당할 지언정 이현인 내 남편에게 드러내야만 했다.

그리고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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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면 끝일 것 같은 그것은 오히려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의미했다.

이진을 사랑했던 이현과 그 이현에 기대어 자기의 생령의 기록을 소망했던 이진은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지만, 영섭과 정화는 죽음을 통해 새로운 관계가 부활되었다.

 

나는 더이상 그에게 내 소망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그는 더이상 나에게서 그의 소원을 성취하려는 망상을 꿈꾸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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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온전히 우리들만의 여름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영섭과 정화의 분신 재서와 함께 말이다. 올 여름 휴가엔 아무도 우리 사이에 들어올 수 없다. 시엄니도, 시압지도, 시동생도, 또 동서도 그의 딸 민우도. 나는 올해만큼은 오로지 우리들만 보내고자 결심했고, 그가 그런 내 결심에 동조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s. 쌤 심윤경씨의 소설 참 멋지네요. 두편 더 주문했습니다. 다른 것보다 몬저 좀 읽고 싶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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