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모임에 다녀온 후 아들과의 문답

2009.11.03 14:09

생강 조회 수:993 추천:103

어제 모임에 잘 다녀왔습니다. 보니까 반갑고 정겹고 좋습니다.

 

약초밭 선생님의 격려로 애들이 무진장 잘먹더군요. 집에서 줬으면 안먹는다고 그랬을 음식들(채소다, 맵다 등등)인데 싹싹 잘먹대요.

연꽃밭, 은수, 랄라. 우리 애들 잘봐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재미있게 잘 다녀왔어요^^*

 

우리 두살난 딸은 밤11시에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집까지 15분 거리를 유모차 마다하고 총총거리고 잘 걸어갔습니다. 재밌어서 기운이 뻗히던가 보죠.

 

이불 깔고 자려고 누워서 괜히 아들한테 생색내고 싶어서

'중간에 헤매기는 했지만 재미있었지? 앞으로 이런자리 있으면 또 갈까?' 라고 했더니

 

6살난 아들은 

'아니, 나는 중간에 헤매서 너무 힘들었어. 또 헤맬거면 다시 안놀러가도 좋아.' 라고 준엄히 심판을 내리더군요.

 

 

알고보니 랄라가 편집해준 지도에 그 갤러리가 소재한 '청운동' 말고도

어쩌다가 '삼청동' 지도도 섞여들어가 있었는데 (그 동네 지리를 모르는 나는 지도를 들여다보면서도 다 같은 곳인줄 알았음. 갤러리가 삼청동에 있다가 청운동으로 이전한거 같음)

당연히 삼청동 주소를 네비로 찍고 택시타고 갔으니 내려서 황당할 밖에요.

 

다니는 차는 많고 인도는 없고 해는 졌고 물어볼 사람은 별로 없고.

 

그래도 어쩌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길을 가르쳐주는데

그 지도대로 찾아가면 <공터>와 <건물 신축 공사장>..

 

결국 구멍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잘생긴 젊은 총각이 딱 부러지게 ' 이 지도들은 서로 다른 지도입니다 ' 하면서 그림까지 따로 그려가면서 알려준 끝에 다시 택시를 타고 청운동으로 이동... 그러나 늦어진 관계로 재빠르게 그림만 보고 식당으로 이동.

애들 그림그려줄려고 잘 안시키는 목욕도 다 시켰었는데 ㅠㅠ

 

하여튼 그렇게 헤맨 것이 아들 마음에는 굉장히 못마땅했었는지 계속 투덜거리더군요.

 

'내가 엄마 처음에 헤매기 시작할 때 그림 못그려올줄 알았다.'

'앞으로 그렇게 잘못하면 안된다'

 

.... 듣다가 화가 나서 '야, 뭐 그러냐. 엄마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지도가 잘못되서 그렇지. 어떤 이모가 도와줄려고 지도를 찾아줬는데 잘 몰라서 옛날 지도가 같이 섞여있어서 그랬지. 그래도 잘 찾아가서 맛있게 잘 먹었으니까 재밌게 논거잖어.'

 

그랬더니 '그럼 그 이모가 먼저 잘못한거고 엄마는 두번째로 잘못한거지. 마지막으로 잘못한거지. 그러면 엄마가 잘한거냐?' (아이고 너 집요하다)

 

그래서 다시 반복했더니 아들이 희한한 말을 한다. '알겠어. 알겠는데 용서는 안한다.'

 

'뭐라고? 야, 무슨 이런 일로 용서를 안해주냐. 치사하다. '

 

'엄마도 나 옛날에 용서 안해준거 있다'

 

'그러냐? (음, 미안하군. 이 말투는 나 따라한건가보다) 그럼 엄마가 용서해줄께.'

 

'(황당하다는듯이) 잘못은 엄마가 했는데 왜 엄마가 용서를 하냐?'

 

... 아이고 너 집요하다. 여기까지 오면 더 견딜 재간이 없으니 벌컥 짜증을 내는 수 밖에..

 

'야. 엄마가 너희들 재미있으라고 일부러 퇴근해서 간건데 (사실은 내가 재미있을려고 간거지만), 앞으로 그렇게 중간에 헤맸다고 막 화내고 그러면 이제 아예 안갈거다' (가장 치사한 방법인 협박)

 

'... (화나서 말을 안한다)'

 

 

무슨 6살 짜리 애가 잘잘못을 준엄하게 따지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내가 어려서 얘를 많이 힘들게 했나? 내가 퇴근이 늦어서 아줌마 집에 오래 있을때 외로왔나? 쩌비.

 

흑..

 

그래도 중간에 힘들어도 나중에 재미있었으면 그 재미로 희희낙락할 애로 키우고 싶었는데

 

괴로운걸 잊을 수 없는 아이가 된걸 보니 슬프다 ㅠ

 

좋은 묘안을 알려주세요...

 

 

 

## 팜플렛에 보니까 '당첨'되면 캐리커쳐 그려주신다고 했는데 혹시 기회가 또 없는건가요? ㅋㅋㅋ

 

연꽃밭 그림을 보니까 너무 부럽다... 불끈....

 

 

 

## 은수가 만들어준 쿠키 너무 맛있어요... .. 지금 현재 레서피 열공중... 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48 맨날 눈팅만 하다가... [3] 특공수~ 2009.11.03 1131
» 모임에 다녀온 후 아들과의 문답 [11] 생강 2009.11.03 993
646 나에게 갤러리란, 화가란, 또 어른이란 [8] 랄라 2009.11.03 1156
645 박재동화백님이 그려준 제 그림입니다 [3] file 연꽃밭 2009.11.03 1059
644 결혼사진입니다 히히 [7] file 연꽃밭 2009.11.03 1190
643 영화 " 파주 " & 영화 " 거친 녀석들 " 강력 추천!! [1] 유재언 2009.11.01 1280
642 요리 은수네 음식 품앗이 - 쌀로도 쿠키가 구워져요 버터도 설탕도 없는 건강 쿠기 만들어보세요 [2] 은수 2009.10.30 1141
641 [re]자인제노약도(약초샘 길안내/랄라가 펌질한 지도) file 랄라 2009.10.30 1412
640 박재동판화전 자인제노 벙개 [14] file 약초궁주 2009.10.30 1208
639 지안소녀가 그려준 뽀샵명호^^ [5] file 약초궁주 2009.10.30 1344
638 버자이너 모놀로그 보고 왔습니다 [2] 해민엄마 2009.10.30 1133
637 은수 전기세로 고민하면서도 말린 토마토 만들고 있습니다 ㅋㅋㅋ [3] 은수 2009.10.30 1315
636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사랑이 없는' 이유 장철학정명원 2009.10.29 1039
635 창원 다녀 왔어요 은수 2009.10.29 1261
634 [re] 재동이 그려준 뽀샵 명호 [3] file 약초궁주 2009.10.29 1222
633 박재동 판화전과 장자연 추모씻김굿 [6] file 약초궁주 2009.10.29 994
632 [re]박재동 선생님 판화전에 랄라 데리고 가주세요! 네에~~~(헤고 두렵기도 하다) [1] 랄라 2009.10.28 1226
631 [re]재서 누런코~~(플루비상) 랄라 2009.10.28 1398
630 [사주명리 주역방] 꽃에도 팔자가 있어서 장철학정명원 2009.10.28 1013
629 낼---진짜 오전진료만 합니데이 봐주슈~~~ [1] 약초궁주 2009.10.28 902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