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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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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술상도 남편술상 차리듯

이번 출장은

출발하는 첫날부터

염장질이 시작되었다.

 

 

도심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 아저씨는 ‘짝꿍’ 타령을 하시고,

매일매일 다른 주(州)로 이동하는 강행군 속에서

묵는 호텔마다 커피 두 잔을 한꺼번에 내리는

‘커플용 커피머신’이 비치되어 있었다.

 

 

매일 ‘One Cup’에 세팅하고 한 잔씩 내리다가

두 잔을 한꺼번에 내리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해서

그냥 컵만 하나 더 얹어봤다.

안 쓸 컵은 비닐도 벗기지 않은 채로.

 

 

뭔가 심히 처량하구나.

그만하자.

스타일 구긴다.

간지 하나로 살아온 인생.

 

 

얼마 전에는 누군가 수제 두부를 선물해서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 두부김치를 만들었다.

사소한 것에도 ‘미장센’을 추구하는 성격상

김치를 참치랑 같이 볶아서 가운데 동그랗게 쌓고

데친 두부를 잘라서 접시 가장자리에 라운드 대열로 배치하고,

컬러감을 위해서 두부 사이에 크래미를 교차 배치하고,

브로콜리까지 데쳐서 데코 완성.

 

 

차려놓고 보니 너무 훌륭한 술안주라

선반 한 켠에 있던 일본소주를 꺼내 데운 후

혼자 먹기 아까워서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

곧, 이런 친절한 답장이 왔다.

“미친년, 누가 보면 남편 술상인지 알겠네.”

 

 

~~~~~이거 빵터졌다.

나도 혼술 하면서

여왕같은 마음가짐으로 마신다.

마이다스의 안주손 답게

안주 한가지 해놓고

오랫동안 천천히 음미하며....

 

그게 좋지않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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