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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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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2009.02.12 15:42

강위 조회 수:1316 추천:198

 

 

요즘 점심 도시락을 싸다니는데요,

아침마다 반찬 만드는 재미가 꽤나 솔솔해요

점심 때 근처라곤 하지만 나다니는 것도 귀찮고, 뭐 먹을지 궁리하는 것도 지겹고,

양배추랑 버섯도 많이 먹어야 하고, 무엇보다 내 반찬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주도성이 좋아요.

 

점심을 먹고 짬이 나서 <게르음의 찬양>을 읽었어요

아직 후기는 안 읽고 남겨뒀어요. 일부러.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데, 그림책을 잘 읽는 사람이 책을 잘 읽는 사람인 것 같아요.

내용 파악에 골몰하고 마음대로 뛰어넘는 습관 때문에

책을 읽을 때 온전히, 느리게, 천천히 들여다보는 게 어렵거든요.

문장 하나 하나를, 토씨 하나를, 숨결 하나를, 곳곳에 배인 마음과 생각을 바라보기 위해선

조금씩 머뭇대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사를 하고 좋은 점이 천천히 움직일 수 있다는 거.

지하철 타고 다닐때는 사람에, 시간에 부대끼는 게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걸리는데, 퇴근하고 집에 가면 4,50분 정도 걸려요.

홍대 주변은 천천히 걷고, 조금 앉았다 쉬기도 하고, 옷가게 걸린 옷들 구경도 하고,

남의 집 담벼락 나뭇가지도 보고, 하늘도 보고, 장도 보고... 이러다보면 거의 한시간이죠.

똑같은 한시간인데 지하철에 부대낄 때와는 차원이 달라요.

시간이라는 거, 돈이라는 거

머릿속으로 암만 굴려도 여유가 안생기는데, 몸은 아는 것 같아요.

어떤 시간이 나에게 맞는지, 소중한지, 의미있는지.

 

여튼,

게으름의 찬양 탓인지, 복대 때문에 소화가 안돼서인지 나른한 오후네요.

친구가 전화와서 오가피 물 끓여먹으래요. 한약이랑 부대끼지 않으려나?

 

 

(참. 이번 약은 입에 조금 쓰더라고요. 몸에 좋으려고 그러나?

첫번째 약은 맛있었고, 두번째 약은 포근했는데 이번약은.... 허리 아픈게 억울해서 그런지

입에 좀 쓰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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