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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쿨하기 어렵다고? (강위 순정안녕 2)

2009.04.23 23:59

강위 조회 수:1352 추천:199

 

 

쌤. 지난번에 말한 글 올려요.

지난주에 썼던 글에 후속탄이라서 두개 다 올립니다.

이번주 공연, 기대할게요.

호호

 

[강위의 지글지글 14]

 

순정이여, 안녕 2

어른되기 9라운드 - 쿨하지 못해도 방법은 있다

 

 

라퐁텐 우화 중 ‘우유장수 여인 프레트와 우유단지’라는 이야기가 있다. 프레트는 우유 단지를 머리에 이고 우유를 팔러 가면서 공상에 빠진다. 우유를 팔아 달걀을 사고, 닭을 키워서, 돼지를 사고 …… 이런 생각에 들뜬 프레트는 폴짝 뛰다가 그만 우유 단지를 떨어뜨린다. 우유 단지와 함께 프레트의 꿈도 박살이 난다.

 

‘순정은 이제 그만, 분홍색 파티션을 세우자’고 꽤나 다부지게 각오를 늘어놨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파티션을 제대로 세워보기도 전에 안팎에서 관계의 회오리가 몰아친다.(이럴 땐 ‘그대로 멈춰라’를 외치고 싶다.) 프레트처럼 꿈에 부푼 나머지, 품에 앉고 있는 꿀단지를 놓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뱀 머리처럼 고개를 쳐든다.

 

 

“여자는 쿨하기 힘들어”

 

올 초부터 즐겁고 흥미로운 모임에 나가고 있다. 각자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감수성을 공유하는 멋진 ‘언니’들과 함께하는 자리다. 일상적 이야기부터 정치, 역사, 여성, 연애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술술술 풀려나오는 이 자리는, 언니들이 직접 만들어온 요리들로 인해 한껏 빛난다. 딱 부러지고, 똑똑하고, 현명하고, 사려 깊은 언니들과의 만남은 몸과 마음과 머리를 가득 채워주는 즐거운 만찬이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지고 있을 때였나. 한 언니가 속내를 털어놨다.

“전 연애할 때 쿨하지 못해요.”

여기저기서 동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도 그래, 실은 나도.

이 때 우리의 맏언니, 이유명호 선생님의 명쾌한 한마디.

“여자는 쿨하기 힘들어.

“왜요?”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남자하곤 다르지.”

 

 

일전에 지인들과 벌인 설전이 떠올랐다. 쿨하다는 게 뭔가. 연애 중에도 생활과 감정이 확실히 분리되는 것. 즐겁게 만나고 유쾌하게 헤어지는 것. 돌아선 뒤에도 친구처럼 잘 지내는 것.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똑소리 나는 대다수 여자 친구들은 연애에서만은 쿨하지 못했다. 우리도 쿨해지자, 현명해지자, 왈가왈부하던 중 누군가 이렇게 외쳤다.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냐?”

 

 

내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순간

 

연애지상주의자 : 모든 생활의 중심이 연애. 연애가 시작되면 모든 관계가 단절되었다가 연애가 끝남과 동시에 이전의 관계를 회복하는 사람. 연애와 연애의 사이의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한 명의 대상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정주의와는 변별성을 가지지만, 한 명과의 관계가 지속될 경우 가족지상주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대상, 다양한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애‘신봉’주의자인 나는 기본적으로 ‘연애지상주의’를 경계하지만, 반면 연애지상주의가 될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 연애의 무게감과 영향력을 인정하다보니, 아차 방심하는 순간 무게중심을 잃기 쉽다.

 

내 머리는 ‘내 일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연애’라고 생각하지만 내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 ‘그 말은 별 의미 없는 것이야’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서운함으로 가득차고,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야지’하는 마음과는 달리 내 입은 ‘왜 그랬던 거야?’라고 따져 묻는다. 정작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들은 ‘좋아하니까’라는 비이성적 근거로 은근슬쩍 무마된다. 브레이크가 필요한 순간이다.

 

 

쿨하지 못하지만 당당하게

 

누군가 내 인생에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순간, 내 마음은 사소한 자극에도 파르르 진동하는 젤리가 된다. 나는 왜 호두나 초콜릿이 아닌가를 고민하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자극에서 전해지는 파동을 느끼고, 자신을 발견하는 것, 연애의 묘미 아닐까. 젤리인 내 자신을 인정한다면, 내 마음을 너른 접시에 풀어둘 것이냐, 단단한 사기에 담을 것이냐에 대해 공들여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이는 연애의 의미와 목적, 연애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것일 테니까.

 

‘쿨한’ 연애가 종적, 횡적으로 단절성을 확보했다면, ‘쿨하지 못한’ 나의 연애는 내 인생과 현재의 시간을 타고 구불구불 이어진다. 위로, 아래로 솟구치고, 멋대로 까불며 춤을 춘다. 그래서 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분홍색 파티션’을 꿈꾼다. 내 자신에게 당당하기 위해서. 눈에 보이는 것에 편승하거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나, 내가 원하는 곳에 닿기 위해서, 폴짝 뛰어오른다. 벌꿀이 가득 찬 꿀단지를 품에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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