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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입양에 대한 고민들

2009.04.20 17:57

해민엄마 조회 수:1448 추천:223

선생님, 그리고  몇 분의 애정어린 댓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누가 지나가다 댓글 한 줄로 '힘내세요!'하고 써줘도

그 행간의 배려가 읽혀서 감동하곤 한답니다.

이쁜 비밀이란 말씀 앞에 무장 해제가 되면서 먹먹한 기분도 들고

다른 분들이 정성껏 써준 댓글에도 마음이 따뜻해 졌고요.^^

 

제가 처음 입양에 대해 검색을 할 때 가장 눈에 띄었던 사이트가

입양홍보회란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전국의 공개입양 부모들이 쓴 일기를 읽으며 놀랐습니다.

흔히 볼 수 없는 내공이 느껴지는 글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어

어찌 된 일인가 했어요.

입양일기들을 읽으며, 공개입양을 실천하는 이들의 삶이

얼마나 많은 성찰과 고민을 바탕으로 하는지 점차 알게 됐지요.

 

처음엔 입양홍보회란 명칭이 의아했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입양홍보를 위한 공적인 업무를 행하는 이들이라기 보다는

아이를 입양해서 평범한 일상을 꾸리는 사람들이었기 땜에

그냥 입양가족 모임이란 명칭이 걸맞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더 깊이 알아갈 수록 입양홍보란 이름이 얼마나 큰 뜻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 단체를 설립한 사람은,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되어

현재 미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가정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모토는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더군요.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단체로 모여들었고

자신이 입양한 아이를 세상에 공개하면서

좀더 많은 이들이 부모 잃은 아이를 입양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더이상 입양이 특별한 단어가 되지 않아야 하고

보육원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입양되는 날이 와야 한다고 믿는 이들,

그래서 방송이든 어떤 미디어든 간에 입양가족이란 이름으로 출연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이들...

그들이라고 해서 아이를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은 욕심이 없었을까요.

그들의 행복한 웃음 뒤에 가파른 고민이 숨어있음을 저는 느낍니다.

 

저도 콩이와 함께 방송국 출연 의뢰를 받았지만 거절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로는 제 행동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실 안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입양부모의 운명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선생님, 모임에서 제가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의 입양사실을 말할 때 전혀 에너지를 쓰지 않았어요.

마치 엄마들이 자연분만이냐 수술이냐를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레

자신의 입양사실을 학교 수업시간에, 친구들에게, 동네 아줌마들에게 말해요..

그렇게 되기까지는 부모들의 보이지 않은 싸움이 있어야 했고요.

부모로선 말할 때 심장이 벌렁벌렁 하는 것을, 아이를 위해 최대한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했던 거죠.

이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고 어른이 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더 예민해지면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보는 아이들 모습은

자연스럽고 건강해 보여서 해민이가 그들처럼 되길 원합니다.

 

 

저도 처음엔 아주 가까운 이들 외엔

굳이 입양 사실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디 모임에서 한 젊은 엄마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어느 누구에게라도, 하다못해 길 가다 만난 사람에게도

입양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입양을 선행이랍시고 떠벌이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굳이 그런 말을 뭐하러 하냐고 불편해 하는 이들을 대하면서도 그렇게 하는 이유는,

누구의 앞에서든 입양에 대해 조금이라도 머뭇거린다든지

거짓말을 한다면 아이는 아주 미묘한 흔들림도 포착한다는 거지요.

'엄마는 실제로는 입양 사실을, 나를 부끄러워하는구나'하고요.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로 나서는 그 엄마를 보며

그 길을 저도 따라가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말하기가 어렵지 두번 세번 계속 되면 내공이 쌓인다고,

방법은 그거 하나밖에 없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아하~ 나도 연습연습 그거밖에 없구나 했습니다.

 

근데 선생님 댓글 보면서 또다른 면도 생각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알게 되는 대로...

너무 애쓰지 말고...

정말 입양부모의 갈 길은 가파르고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두요~ 쌤 전 정말 행복해요.

 

지난 토욜에 해민이가 다니엘이란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어요.

3년전 민이 유아세례 때 눈물 콧물로 뒤범벅이 되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해민이는 삼촌, 이모 선물 한아름 받으며 행복한 유아세례를 받았지요.

사진 찍은 걸 보니 제가 웃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해산을 마치고 지쳤지만 행복한 웃음을 머금은 산모와도 같았어요..

 

쌤..또 소식 전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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