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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조숙 시인글

2009.02.03 13:32

약초궁주 조회 수:1400 추천:173

우리집 애완견은 무슨 종이라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은 대뜸 개 품종부터 묻는데 우리집 고주는 치와와와

발바리 잡종이다.

 

그러니 품종을 물으면 면구스런 표정으로(약간 욕하는 기분이 들어서) 잡종입니다, 라고 말하게 된다. 우리집 개의 내력을 아는 <어느 시인>이 똥개를 집안에서 애완견으로 키운다고 혀를 찼다. 잡종 공주 뿐 아니라 병아리, 다람쥐, 잠시 맡아 둔 중닭만한 유황앵무새도 키우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 세 살던 집이 그 <어느 시인>의 집이었던 것이다. 그 시인은 잡종도 다람쥐도 앵무새도 다 괜찮은데 병아리가 문제라며 걱정했다. 병아리가 부리로 벽을 쪼면 벽에 금이 가게 되고, 벽의 금을 따라 물이 스며들게 되고, 종국에는 집이 무너질 거라는 것이다.

 

 

  그런 집주인의 태산 같은 걱정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동물을 키우다가 앵무새와 잡종이 너무 싸워서 앵무새는 돌려보내고 잡종만 우리와 지내게 되었다. 나는 워낙이 개를 보면 사족을 못 쓰는 관계로 괜찮은데 남편은 동물은 몽땅 싫어했다. 병아리는 시끄러워서, 앵무새는 무서워서, 다람쥐는 귀찮아서 싫어햇는데, 특히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에 대한 혐오증은 심각했다. 개를 사람처럼 안고 다닌다던지 개의 엄마,아빠를 자처하는 꼴을 보면 시비라도 붙을 태세였다. 잡종이 집안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베란다에 가두고 저지레를 하면 짜증을 냈다.

 

 

  그런데 개가 인류에 기생해서 종족을 번식시키는 특이한 생존방식을 취하는 만큼 그런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집안에서누가 가장 끝발이 있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잡종은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며 현관문을 지키고 남편이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해도 온 몸으로 아부를 떨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 년 이 년이 흘러 아이들은 자라고 나도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럴수록 잡종과 남편이 함께 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어느새 둘은 마치 연인처럼 발전을 하였다.

 

 

  잡종이 좋아하는 산책, 장난감, 음식, 놀이, 그리고 잡종이 두려워하는 색깔이라든지 산책 중에 서로를 잃어버렸을 때 잡종을 침착하게 이끌어 두려움을 가라앉게 하는 방법까지 터득하고 있었다. 특히 잡종이 음식을 먹는 모습과 그 부른 밸ㄹ 예뻐하는데 근래에는 내가 먹고 있는 음식까지 뺏어서(특히 생선이나 고기, 돈가스, 닭고기)잡종에게 헌납하는 것이다.

 

개에게는 음식을 나중에 줘야 버릇이 나빠지지 않는다고, 나중에 주라고 요구해 보지만 남편은 건성이었다. 내가 밥 먹는 옆에서 개에게 줄 음식찌꺼기를 모아놓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개밥을 뺏어먹는 것 같아지는 것이다. 제발 좀 그러지 마라고 하면 남편은 희색이 만면해서 개 좀 그만 질투하라, 고 햇다.

 

  가끔 내가 개를 질투하나, 반문해 보기는 한다. 그러나 나는 맹세코 개 따위를 질투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잡종을 누가 질투하겠는가.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환경은  하나도 모르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개에게는 그런 것들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진지하게 얼굴을 마주 보고 물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만 대봐, 묵묵부답. 애가 좋아하는 거 말해 봐, 역시 눈만 껌뻑껌뻑. 개는 알면서 어째 우리는 몰라, 한 참 후에 하는 말, 사람은 너무 복잡해. 역시 단순하게 기쁨과 슬픔을 표현 할 줄 아는 개를 질투할 수밖에 없는것이다.

 

 

~~~작가회의 회보에 실린 글인데

넘 재밌지않나. 널리읽히고자 베꼈쓰.

 

개가 좋아하는 건 모조리 시시콜콜 꿰고 있는 남편이 혹은 아내가

상대방이 좋아하는건 아는게 별로 없다는 거.

 

부부생활자들이 체크해봐얄듯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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