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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보 <새뜸>에 실린 한창훈 작가의 글

(거문도 거주. 낚시가 부업. 소설 주업)




한창훈 2- 생선 반찬에 대한 예찬

“사람이 뭘 안 먹겠어? 개구리밥이나 못 먹을까.”

오래 전, 대전 인근의 세천에 세 들어 살 때 주인 할머니가 했던 말씀이다. 잔뜩 뜯어온 고사리를 손질하던 중이었다. 철마다 산과 들에서 이런저런 것을 캐오곤 했던 그분은 내 단편 <가던 새 본다>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나하고는 아주 친하게 지냈는데 쓸데없이 덧붙여보면 사물놀이패 김덕수씨의 큰 엄마이기도 했다.  


이제는 개구리밥도 먹는 세상이다. 듣자니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병 약재란다. 정말로 사람이 무얼 안 먹을까. 이 말은 세상 도처에 널린 게 다 먹을거리라는 소리이다. 언젠가 두바이에 갔을때 선물로 대추야자를 받았다. 그곳 토산품인데 정력제라 한다. 그런데 너무 달다. 하나 먹고 나면 머리가 다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니 그저 주변에 있는 거나 먹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대한민국만 해도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그건 그렇다 치고.


IMF 시절, 라디오에서 들은 내용이다. 실직한 남편 대신 아내가 보험판매원 일을 시작했단다. 생일을 맞은 아내가 점심 때 문자를 받고 집에 가보니 남편이 미역국을 끓여놓고 일부러 외출했다는 내용. 강석 김혜영이 전화를 걸어 물었다. ‘간은 맞던가요?’ 여자의 대답. ‘완전 소금국이었죠’ 김혜영과 그녀는 같이 울었지만 듣고 있던 나는 부아가 났다. 소금국이라니. 간 맞추는 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 남편은 중년이 되도록 요리 한번 안 해봤다는 소리 아닌가.


실직을 하고 난 뒤에야 처음으로 음식 만들어본 사람들, 우리나라에 흔하다. 이런 남자가 혼자되면 매식 값으로 얼마나 쓸까. 그리고 그 돈마저 떨어지면 얼마나 궁핍한 밥상을 차리게 될까. 아마 예전에 굴다리 아래 또는 산동네에서 자취하던 십대, 이십대들의 모습을 닮을 것이다. 마가린과 간장만 놓고 있을 가능성 높다. 지금이야 마가린이 트랜스 지방의 대표로 찍혀 엄청 나쁜 존재가 돼버렸지만 그 시절 밥 먹는데 아주 유용하기는 했다. 그러나 현재의 중년이 이러면 참 볼썽사납다.


남길 걸 뻔히 알면서도 잔뜩 차려놓거나 유명 식당으로 차 몰고 가는 모습도 꼴불견이지만 지지리 궁상떠는 것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방법을 찾으면 된다. 사실 내 밥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치와 김에 계란 프라이 정도. 그러나 단 한 가지만 덧붙이면 훌륭한 밥상으로 바뀐다.  


저번에 미역 이야기 할 때 가두리 양식장 낚시 소리를 잠깐 했다. 주로 전갱이와 고등어를 낚는다고 말했다. 이 녀석들은 웬만하면 물어준다. 고등어는 들쑥날쑥 하지만 전갱이는 꾸준한 편이다.  이거 아주 맛있는 생선이다. 맛있고 크고 잘 물어주니 이 애들처럼 고마운 것도 없다. 여차하면 몇 십 마리 잡는다. 큰 것은 50센티도 넘는다. 이 많은 것을 다 먹지 못한다. 아는 사람들에게 간혹 보내기는 하지만 생선을 손질할 줄 아는 이들이어야 한다.


낚시는 괜찮지만 손질은 정말 고욕이다. 하고나면 허리가 아파 한동안 펴지도 못한다. 손질까지 해서 보내라고 한다면 나에게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잘 안 보낸다. 그래서 같이 간 선배나, 식당 하는 후배에게 밀어주고 다른 것을 얻어먹는다).

내가 가져오는 것은 다섯 마리 정도. 내장을 갈라 긁어내고 척추 뼈 좌우로 칼을 넣고 넓게 편다. 그리고 소금 물간을 한다. 급하면 소금간만 한다. 이것 냉동 시켜 놓았다가 한 마리씩 굽거나 지진다. 초라한 밥상이 순간 근사하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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