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무엇을 마시는가...

2016.09.06 16:56

이룸 조회 수:288

작년 겨울 화실에서 그림 클래스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다. 모처럼의 파티여서 화기애애한 축제분위기 속에 선물 받았던 와인을 한 병 오픈 해서 한 모금씩 나눴다. 와인 맛과 향이 일품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신의 물방울이라는 칭호가 감돌았다. 그 흥겨운 말미에 와인에 얽힌 이야기를 잠시 하게 되었다. 왜냐면 삶은 매 순간이 배움 속이기에 그 안에서도 이치를 보아 이해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우선 와인의 족적을 밝히기로 했다.


「언젠가 화실에 학부모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손에는 모 백화점 마크가 박힌 선물용 와인 한 병이 들려있었다.

'이거 저희 집에 선물 들어온 와인인데요. 저희는 아시다시피 기독교라서 알콜은 입에도 안 대고 선물로 받은 술은 양주던 와인이던 계수대에 부어버리거든요. 이것도 계수대 수쳇구멍에 부을까 하다가 혹시 여기서 필요하실까 싶어 가져와봤어요.'라고 만연한 미소를 띄며 와인을 내미셨다.

그 와인을 감사하게 받아들고 파티 때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좀 나누고 학부형은 돌아갔다. 그리고 화실 한 쪽에서 파티의 날까지 고이 모셔져 있었다.」

이러한 과정 이야기를 파티에 온 사람들에게 하자 모두 다 어안이 벙벙해서 기분 나쁘다는 듯 그 학부형의 말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어떤 이는 포도주 맛 떨어진다, 뭐 그런 재수 없는 인간이 다 있나, 자기 안 먹는건 남도 주지 말 일이다, 말도 참 지저분하게도 하신다 등등등 한 마디씩 늘어놓았다.

그 상황에서...

"여러분, 포도주가 다만 백화점에서 그 집으로 갔다가 여기로 왔다는 사실 외에는 전부 비본질이 아닐까요? 포도주 맛과 향을 음미하며 찬사 속에 맛있게 마셨잖아요? 여러분들의 반응을 잘 살펴보세요. 언어는 포도주 포장지만도 못한 껍질입니다. 껍질 씹어서 드신건 아니지요? 또한 그녀가 볼품 없는 태도를 취하든, 아름다운 태도를 취하든 그녀의 인품은 그녀의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모두 조용해졌다.

길 가다 우연히 그 학부형을 뵈면 와인 아주 잘 즐겼다는 인사를 했다. 그건 그녀의 인품과 상관 없이 사실이기때문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88 너 이름이 모니? ( 꽃이름은????) [2] file 약초궁주 2020.06.02 287
» 무엇을 마시는가... [2] 이룸 2016.09.06 288
2586 영동 뉴우스~ 입니다^^ [2] file 신선한새 2017.04.11 288
2585 보자기인가 스카프인가. ㅎㅎ [1] file 약초궁주 2019.11.05 288
2584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 ) [3] 늘픔 2020.07.02 288
2583 인생의 묘미?? [4] 제이 2019.12.05 289
2582 태풍이 지나간 뒤 내가 달라진 것은??? 약초궁주 2020.08.27 289
2581 하소연하러 왔어요~~ [2] 제이 2020.11.20 289
2580 쌔앰 ~~고추파동 났어요?? [2] file 약초궁주 2017.10.10 290
2579 삶 자체가 수행이며 배움이다. 배울 수만 있다면... 이룸 2016.09.07 290
2578 이 땅의 딸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그녀 - 이명옥기자(오마이뉴스 퍼옴) [2] 알럽커피 2018.07.17 291
2577 총체적 난국인 몸! 또 한번 살아났습니다 [2] 랄라 2021.04.15 291
2576 이번주 수목금 진료! (토욜 템플스테이 가요) 약초궁주 2018.07.17 292
2575 한양도성길을 지나가는 과객~~(북악 인왕산성곽) [1] file 약초궁주 2018.01.16 292
2574 언니표 밑반찬은 사랑이어라~~~ [2] file 약초궁주 2018.02.13 292
2573 엄마가 무서워 졌다고들 ㅜㅜ 약초궁주 2020.11.11 292
2572 만화카페..첫경험 [4] file 약초궁주 2018.02.20 293
2571 내눈꺼플이 이렇게 무거울줄이야 ㅜㅜ [2] 은수 2019.07.13 293
2570 아버님..아저씨...어퐈~~~ [1] 약초궁주 2017.11.17 294
2569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2] file 약초궁주 2019.01.07 294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