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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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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제 친구의 죽음 ㅠ.ㅠ

2010.04.15 16:21

초록호수 조회 수:1855 추천:248

  월요일날 임신 35주차이던 저의 23년지기 초등친구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혈액 수치가 약간 낮아서 걱정했지만 수혈받고 괜찮다고 했었는데... 30주 넘으면서부터 임신 중독증이 왔답니다.

 

 아가가 아직 많이 작아서 꺼낼수가 없어서 좀더 키워야 한다고 해서 지난주에 병원에 입원을 했었거든요

 입원하고 컨디션도 많이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졌다고 통화했었는데..........

 

 주말 지내고 제가 기분이 조끔 안좋았어요 걱정돼서 연락했는데 안돼더군요

 그래서 자나?하고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연락해야지 하며 문자 남겼어요....

 주말은 잘 보냈는지 잘 챙겨먹고 이번주도 잘 보내라고...

 

 그리고 오후 5시가 넘어서 집근처 산책한바퀴하고 왔는데 친구번호로 전화가 오기에 반갑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남자목소리..

 친구의 시동생분이셨어요

 형수님 친구분이신가요????? 번호가 있어서 전화드렸다고 문자도 있고..

 오늘 아침에 형수님이 가셨다고..................

 

 가다니 어딜??? 저는 네? 어딜요..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설마..............지금 내 머릿속에 생각하는 그런일이.......설마설마....

 시동생분이 흐느끼셨어요... 형수님 오늘 아침에 가셨습니다. 형님이 너무 경황이 없으시고 아가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어서 ..............

 

 진짜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안나고 숨이 탁 막히고 눈물이 줄줄줄........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누가 어딜가요?

 저는 재차 묻고 또 묻고..................

 

 제친구는 정말 행복해져야할 아이입니다.

 첫결혼에 실패했는데 너무나 힘들었었거든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 조금하다 결혼해서 6년 넘게 모질게 고생하다 이제 좋은 사람만나고 아가도 생기고...................이제까지 모든 일들이 필름처럼 마구마구 지나가고.. 친구 웃는 모습이 떠오르고.........

 

 부모님도 이혼하고 주변사람들 안정된 가정 꾸린게 좋아보였던 친구는 스물넷에 시집을 갔어요

 일곱살 차이나는 사람하고. 나이차이 많이 나니깐 오빠처럼 아빠처럼 잘해줄거라 생각했었데요

 제가 1년 정도 더 만나보고 가도 늦지 않다고 했지만,,,, 얼른 가정 갖고 아가 낳고 소박하게 알콩달콩 살고 싶다고....

 

 첫남편 직업은 경찰이었어요 당시 서른 한살

 첨엔 행복했어요 아니 우리가 그렇게 생각한건지도...

 나중에 알고보니 신혼땐 형사계에 있어서 친구가 외로운적이 많았나보더라고요

 

 아가 가지고 싶은 친구는 노력많이 하고 이런저런 검사도 받고 , 남편한테도 검사해보자고 하고 그랬나봐요

 근데 그럴때면 화내고 자긴 아무이상 없다고...............

 

 그렇게 6년 넘게 살았는데 아가는 안생겼고.

 오히려 친구는 건강이 좋지 않아졌어요.

 갑상선 수치도 안좋고.. 혈소판 수치도 안좋고..

 미혼일땐 건강했었거든요

 

 결혼생활 4.5년차 되니 이야기 하더라고요

 우리 부부관계도 거의 없고,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달에 60만원 생활비 주는데 거기서 20만원 적금 들고 시엄마 용돈도 드리고 생활비하고 난방비하고 다한다고.

 다른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모인 어느날......

 점심때 고기만 갖다 먹더니.. 나중에 울더라고요.

 고기가 너무 먹고 싶었다고.......... 친구들이 너무너무 놀랐어요

 

 요즘은 고기먹는거 건강에 해롭다고 채소 일부러 찾아 먹는시대잖아요

 

 경찰 10년차가 넘는 남편 월급도 얼만지도 모르더군요.

 

 우리가 다들 조언해주고 위로해주고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했어요.

 근데 제 친구 소심하고 많이 여리거든요

 

 그냥 참고 산 모양이에요.. 우린 답답했지만.. 어쩔수가 없었어요.

 

 그런 친구가 이혼을 결심한건 폭력때문이었어요...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아마도 결혼생활 하면서 그런일이 생긴거 같아요

 체구 작은 제 친구 때릴때가 어딨다고..

 

 그래서 그 사건으로 진단서도 끊어두고 변호사 사무실도 가보고 그랬나봐요.

 

 근데 신랑이 경찰이란 말에 쉽지 않다고 했다나요.

 때린 놈은 신랑인데 .....오히려 신랑이 큰소리 치고..

 소송 걸어보라고.. 난 이혼안한다고 오히려 윽박지르고.........

 

 저랑 다른 친구랑 기차타고 그 친구 만나러 내려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7년이 못되는 친구의 첫 결혼생활로 친구에게 남은건 나빠진 건강과 맘속 상처들................

 

 여틍 소송까진 안가고 정말 말도 안되는 위자료 받고 친구는 그냥 합의이혼해줬어요.

 무슨 맘이었는지 이혼은 절대 안한다던 그사람.. 나중엔 헤어지자고 했다나요 참내...

 

 그나마 다행인건 헤어지지 몇년전부터 친구들이 여자에게 경제력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조언했고 친구가 이혼전에 간호 조무사 과정을 밟아서 이혼후에 위자료로 작은방 얻고 일자리를 얻어서 새 삶을 시작한거죠

 

 그렇게 2년여 혼자 살던 친구에게

 좋은 사람이 생겼어요.

 

 첨엔 남자 지긋지긋해하던 그친구도 새사람의 정성과 구애에 탄복하고 결혼전에 아기까지 생기고 드뎌 작년 12월에 웨딩마치를 울렸답니다.

 

 우린 진짜 축하했어요 인연이라고.. 그렇게 바래도 안생기던 아가가 .......쉽게 온거 보면 너의 인연은 따로있었다고...

 

 새사람은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사람이라 함께 쇼핑도 하고 그래서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몰라요

 그런거 늘 부러워했거든요

 

 그런 친구가............자기 아가도 못보고 갔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가엽고 안타까워요

 

 아가는 아직 인큐베이터에 있데요 부디부디 부디 아가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나오기를............

 

 친구 마지막을 보지 않으면 평생 한이 될거 같아서 엊그제 대구까지 다녀왔어요

 임산부는 왠만하면 상갓집에 잘안가고 저희 시부모님도 엄청 반대하셨는데

 그래도 설득......설득.......설득..................부탁...

 저희신랑같이 가고 너무 오래 있지 않는걸로 약속하고 다녀왔네요

 뱃속 아가한테도 양해구하고요 엄마를 도와달라고..

 

 친구를 보내는 마지막 길..

 저 배불러 있는거 보고 그쪽 식구들이 빈소 안으로는 못들어가게 하더라고요..ㅠㅠㅠㅠ

 

 바깥에서 웃고있는 영정사진보고.......눈물이 폭풍같이..........................

 

 지난주까지 저랑 통화했는데....

 

 아가를 그렇게 바랬던 친구... 첫결혼 제대로 실패하고... 이번에 진짜 제대로 행복해져야 했는데..

 저도 첫아가 유산되고 결혼 4년만에 임신이라 친구랑 자주 통화하고 격려하고 그랬거든요

 

 나중에 아가 낳으면 같이 놀러도 가고 그럴려고 했는데........

 

 너무나 가엽고 또 가여워요.

 

 서른셋... 아직 너무나 젊은데.........

 

 죽음 앞에서 또다시 초연해집니다.

 며칠간의 일이 꿈같아요........... 초상치는거 보고 왔는데도 실감이 잘 안나요

 

 우리 아둥바둥거리며 사는데

 슬프고, 힘들다고, 아프다고 괴롭다고...................그래도 즐겁고, 유쾌하고 또 살만한 곳이 이 세상이잖아요

 

 정말 잘 살아야겠어요

 

 약초밭 식구 여러분 모두 모두 몸건강 마음건강...........................

 

 그리고 아가가 건강하길 기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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