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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정의 고민- 어떻게 할까요?

2009.09.01 09:56

해민엄마 조회 수:1542 추천:295

해민이와 함께 전남편을 만난 것이 어제로 세번째다.

지난 번은 민이 3주기를 맞아 민이가 잠든 대관령에 가면서 셋이 함께 했고 어제는 선유도 공원에서 만나 휴일을 보냈다.

비 내리는 오전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한가로이 쉬다가 유람선을 타볼까 하고 서성이기도 했다.

참 신기한 건 한 달만에 만나도 늘 보던 것처럼, 어떻게 보면 정말 가족인 것처럼

함께 일상 얘기를 하고 즐겁게 논다는 점이다.

처음 만났을 때 '아빠'라고 부르더니 이젠 익숙하게 '아저씨'라고 부르는 해민이가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했다.

참 이상한 관계다.

내 딸의 아버지이면서 내 아들의 아저씨니까.

어쨌든 해민이 요청에 따라 유모차를 힘차게 밀며 뛰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재빠르게 화살기도가 마음 속을 스쳐갔다.

'슬픈 한 아빠에게 유모차를 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민이의 기억으로 괴로워 하는 그에게 해민이의 존재는 잠깐이나마 기쁨의 선물일지 모른다.

 

내가 독신자 입양을 할 때 그는 반대를 했었다.

물론 이미 우리가 이혼한 시점이라 적극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 결정을 매우 걱정스러워 했다.

어제도 신문기사 얘길 하면서 내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허참, 그 기사 나도 생생히 기억한다.

입양된 아들이 재산 문제로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언론에서 대서특필..까지는 아니어도 비중있게 다루었지.

그 기사를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존속살해가 워낙 천인공노할 죄라서 기자의 주관이 반영될 여지가 많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에서 왜 입양아라는 것이 강조되어야 하는가?

키워준 은공을 배신했다는 글의 뉘앙스가 마치 입양의 그늘이 바로 이것이다, 라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기사를 읽으며 사람들은 또한번 쉽게 말할지 모른다.

'머리 검은 짐승은 그래서 거두는 게 아니여...'

그렇다면 낳은 부모에 대한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낳는 게 아니여...'라고 할 것인지?

 

내 아이가 살아갈 편견의 세상에서, 오기에 찬 대응보다는

여유로운 유머감각이 더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민이가 다닐 유치원에서 상담할 때, 연중 행사 중 '아버지와 트레킹'이 들어 있었다.

순간 내 머리속에는 재빠르게 아버지를 대신해 줄 친지들의 리스트를 떠올리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다 참여하는 행사에서 소외된 아이가 받을 상처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바꿨다.

해민이에게 중요한 건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할 다른 존재가 아니다.

현실은 의연하게 받아들이되 자신에게 없는 것을 대체하기 위해 끊임없이 미련을 갖고 위장하는 것이 아닌,

현재 있는 것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년에 아버지와 트레킹이 있는 날, 해민이는 엄마와 함께 평소와 다른 멋진 경험을 하는 날로 보내게 해줄 생각이다.

사람들은 전남편과 재결합하여 해민이의 아빠가 되면 안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도 한때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가능성을 전혀 생각지 않는다(현실적인 여러 이유들은 언급할 필요가 없고).

때때로 만나 서로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다음엔 텐트 들고 함께 캠핑가기로 했는데 과연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

 

제가 쓴 이 글을 읽고 어떤 분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친척도 좋고 아저씨도 좋지 않을까요? 현실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려요. 좀 천천히 하셔도 될 듯해요.

그 나이 아이들도 '대화'라는 걸 해요.

아마도 아버지와의 트레킹에 빠지면 또 다른 상처가 될지도..

잘 생기고 씩씩한 미남을 하루 렌트해서 해민이가 즐겁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셨음..하고 바래 봅니다. 어디선가 읽었던..아버지가 되었던 신부님..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마음이 찡 울렸었는데..

아들 없는 남자들에게 예쁜 아들의 1일 아버지가 될 수 있는 특혜를 좀 베풀어 보세요..

어쩌면 신청자가 구름처럼 많을지도 몰라요..^^"

 

이렇게 댓글 써주신 분의 배려가 고맙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네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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