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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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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결자해지

2010.05.18 22:33

랄라 조회 수:1268 추천:168

사실 재서아빠한테 갈 악다구니 마음들을 약초밭에 좀 풀어놓고 나면 순화되는 점이 있다.

결론은 여기와서 이러구 저러구 이바구 하는 이유도 결국 재서아빠랑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어째튼 쌤 말씀대로 되도록 일 이야기는 그하고 하지 않았지만, 무언으로 일관하는 나에게 그가 부처님오신날 연구소 웍샵을 제안했기에 일은 불거진 것이다.

이제 그건 안다 이제 결론을 지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두려운 것은 그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그가 내게 마음을 닫고 밖으로만 돌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었다.

사실 그게 제일 걱정인거지.

그러나 그렇다고 그에게 기대부흥하여 선생님의 선배처럼 될 수는 없다. 뭐 그분은 남편분께서 후원했다고는 하지만 역량이 대단히 크셨던 분 같다. 50명되는 사람들을 거느릴 정도니.

나 고작 내 밑으로 직원 하나에 파트너 언니 한명 두었을 뿐인데 을매나 마음 고달픈지.

그리고 그나마 매출 창출하지 못하는 직원 먹여살리려고 주당40섹션 넘는 수업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 직원 내보내고 나니, 월급 안나가니 을매나 마음이 한가한지.

강사언니야 말그대로 언니가 벌어가니 걱정할 일은 아니고. 수입 분배비율만 맞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이다.

어느 틈엔가 이런 소박한 마음으로 변해 버렸으니,

사실 이런 소박한 마음으로 변하기까지 나도 어느 정도는 수업료 톡톡히 치렀다고 생각한다.

어째튼

모기만한 소리로.

'여보! 이젠 죽이 되는 밥이 되는 나 혼자 힘으로 해볼께. 실장님께는 죄송해도 지금이라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게 낫잖아. 당신 말대로 자꾸만 헛된 꿈을 꾸도록 해드릴 수는 없어.'

그게 일요일의 이야기.

'뻔하지 뭐'하고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던 재서아빠가 속상했다.

퇴근 길에 전화해도

'왜 전화했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참 사무적이고 냉정하다.

그래도 어느새 이 약초밭에서 놀면서 나도 어느정도 내공은 쌓인 모양이다.

'당신 직원도 아니고 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전화하는 사인가!'

'할 말이 뭔데. 용건만 말해.'

'보고 싶고, 사랑한다는 것도 용건이지. 그건 용건이 안되남.'

내 말에 재서아빠 말 그대로 할 말을 잃었나 보다.

내친 김에.

'난 재서아빠가 하는 일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재서아빠가 나 하는 일 잘되기를 바래주었으면 좋겠어.'

냉정한 그가 잠시 멈짓한다.

'재서아빠 당신은 가끔 어디에서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었는지 그것을 잊어 버리는 거 같아.'

'뭔데?'

'내 꿈, 내가 하고 싶은 일, 슬픈 일, 힘든 일 그런 것들을 조잘조잘 말하기 시작했었어. 당신한테. 그리고 그것을들어 주었고. 내가 가장 힘들어 지고, 슬퍼지고, 속상해질 때 제일 먼저 말하고 싶은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어.'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말한다.

'연구소 일 얘기는 빼고'라고.

실장님에 대해서는 나더러 직접 얼굴을 만나고 마무리를 하랜다.

그래 그래야겠지.

그냥 전화로 삐죽 말하는 것은 '배은망덕'이라고, 또 실장님을 빌어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래 그냥 전화로 삐죽 말하려고도 하지 않았어.

어떻게 시작했건 마무리도 중요하니까.

우리 부분 이제 겨우 13년 만에 분리되어 서기 시작한다.

그는 또 요구한다.

생활비를 따악 반반씩 하자고.

자기도 자기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금 슬픈 생각도 들었다.

내가 연구소 빚 청산하고 나면 그를 도울 수도 있을텐데.

그러나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언가 자기 힘으로 해보고 싶다면, 그 정도 꿈은 꾸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많이 골치아프다는 그의 말도 믿어 주기로 했다.

시원 섭섭이라는 말은 정말 이런데 쓰는 것이다.

불편한 이야기였지만,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그에게 이야기한 나 자신이 대견하고.

이제는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집 나가겠다 어쩌겠다 으름장 놓지 않고 어떤 부분을 허용할 것인지 제한을 두면서도 자기역할은 하겠노라는 그가 고맙다.

잘살자!

끝은 어떤지 몰라도.

어째튼 아직까지 우리는 부부로 살고 있다.

지지고 볶고 하면서.

또 불편한 이야기들도 밑바닥까지 펼쳐놓고.

어느 부분에서 한계를 그어야 하는지도 서로 배우면서.

그럼 그만 파헤치자.

그가 나를 놓고 무슨 꿈을 꾸었건,

적어도 그 꿈을 충분히 속상해할 시간은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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