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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꿈을 꾼다-박재동

2010.06.16 12:23

약초궁주 조회 수:1178 추천:117

나는 이런 꿈을 꾼다.

 

꿈을 꾸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그 꿈이 행복을 위한 꿈이라면. 생각해 보라,사랑하는 사람의 행복해 하는 얼굴을 생각하며 꿈꾸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가!

 

나는 꿈을 꾸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아침이면 학교에 가고 싶어 설레는 꿈, 저녁이면 집에 오기 싫어 아예 학교에서 자고 오겠다고 우기는 아이가 우글우글 하는 꿈. 어렵지만 재미나게 공부하고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밤늦도록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무언가에 몰두하는 꿈. 여러 명이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하거나 만들어 내며 그 짙어 가는 우정에 깊이 깊이 빠져 드는 꿈.

 

선생님들과 같이 무언가를 하는 기꺼운 꿈. 나날이 넘어 가는 해에 하루가 뿌듯한 꿈. 이제 어떤 문제라도 풀 수 있으며 그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교문을 나서는 꿈. 12년 청춘을 멋지게 불태우는 꿈. 그리하여 졸업한 후 학창시절을 회상할 때 너무나 좋았다고 아니 너무나 행복했다며 고개를 젓는 꿈. 그래서 우리학교는, 우리나라는 좋았고 그래서 우리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운 거라고 말하는 꿈.

 

 

아이들은 팀을 만들어 모듬학습을 한다. 여기서는 누구나 선생이 될 수 있다. 가르칠 수도 있고 발표할 수도 있다. 서로 도와 가며 어려운 문제를 풀어 간다. 때로는 질문을 만들어 간다. 역사도 연대기 식이 아니라 테마별로 공부한다. 결혼제도는 어떻게 변해 왔는가? 우리나라 전쟁의 역사는 어떤가? 입시제도는 어떻게 출발하여 변화해 왔는가? 피타고라스가 살던 시대에 수학은 어땠는가?

 

공의 표면적을 구하지 않으면 탈출할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공의 표면적은 어떻게 구할 수 있는가? 돈은 어떻게 벌 수 있으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 사람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헤어져야 하는가? 빛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을까? 바퀴벌레가 사람만큼 크다면 그 속도는 얼마나 될까?

 

국어 시간에 시나리오를 써서 연극을 하거나 미술시간에 만화를 그리거나 영화를 만들거나 움악시간에 뮤지컬을 만들어 본다. 물론 역사나 사회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갖고 해도 좋고 자유로해도 좋다. 공부가 어려운 아이는 대학생 멘토가 가르쳐 준다. 모두 같이 장을 담그고 김장을 하며 멸치 볶음을 만들어 점심 식사를 한다.

 

 

그리고 드디어 방과 후! 이제야 말로 진짜 즐거운 시간이다! 연극반, 영화반, 요리반, 태권도 반, 산악반, 농구반, 미술반. 합창반, 밴드부 ,댄스반..... 그리고 국어 보충반, 심화반, 영어 보충반, 심화반... 영화반, 만화반, 애니메이션 반, 모듬으로 공부하는 서클, 극장에서 영화 보기, 게임실에서 게임하기 노래방에서 노래 하기. 학교에 동물키우기, 채소 키우기.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학교에 동아리가 없거나 관심 있는 교사가 없을 때는 마을에 있는 전문가를 모시거나 대학생이나 졸업생을 지도자로 모신다. 아니면 아예 밖으로 나간다. 동네 태권도 도장을 가거나 당구장으로 간다. 빵집아줌마한테도 제빵기술을 배운다.

 

이분들은 모두 명예교사가 된다. 체육시설이 없을때는 구청 체육관을 간다. 극장도 거의 무료이다. 미술학원이나 피아노학원이나 다른 사설 학원도 학교와 연계하여 수업활동으로 인정 받는다. 학교만 학교가 아니다 마을 전체가 커다란 학교이다. 이렇게 학교와 학교 밖에서 했던 공부와 활동을 일년에 두차례 발표회를 한다. 축제형 발표회이다.

 

축제형 발표회! 발표회형 축제!

여기서는 그룹별로 발표를 하기도 하고 개인별로 부스를 받아 발표 하기도 한다. 창호는 로봇모으기와 로봇의 역사에 대한 연구 발표. 영길이는 풍뎅이 키우기 발표, 영희는 인형모으기의 즐거움에 대한 발표. 우석이는 자장면 만드는 기술에 대한 발표. 정희는 인터넷쇼핑몰로 돈 번 것에 대한 발표.

 

영훈이는 신발점 알바를 하면서 느낀점에 대한 발표. 성수 그룹은 독도에 대한 발표, 노미그룹은 수학의 역사에 대한 발표. 강만이 그룹은 우리나라 현대문학에 대한 발표. 정철이네는 그룹사운드 발표. 덕만이네는 뮤지컬, 재민이네는 영화발표...... 선생님들도 당연히 참여 한다.

 

교장 선생님은 도자기를 구워 출품했다. 교감선생님은 자신의 평소에 쓴 시를 모아 시집을 만들었다. 3반 담임선생님은 태어난 아기가 자라나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 전시했다. 김용길 선생님은 수선화의 꽃가루 받이에 대한 연구발표를 했다.

 

영선이 어머니는 수예작품을 발표하고 장수 아버지는 자신이 낚은 고기들의 사진을 발표하고 구청장님은 잘 키운 난초를 출품했다. 여섯 살 진우 동생도 형을 그려 찬조로 출품했고 동네 통기타 가수 아저씨도 기타 콘서트를 열었다.물론 수업시간에 한 것들의 결과물들도 같이 발표하며 한 아이가 여러 종목을 참가하고 발표 할 수 있다.

 

 

이렇게 모두들 모여 작품에 대해 감상도 하고 평론도 한다, 인기 투표도한다. 영화제 음악제에서는 투표와 전문가 심사로 상을 준다. 아이들은 다음에 하면 훨씬 잘 할수 있는데.... 아니야 이것도 잘 한거야 하며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같이 식사를 하며 뒷풀이를 한다.

 

그리고 졸업 후 아이들이 서로 만나거나 선생님과 함께 만나거나 그때 발표회 하던 이야기로 웃음 꽃을 피운다. 함께 하자고 해놓고 도망가서 속상하던 일, 학교 운영위에서 건의 하던 사항이 잘 안 받아 들여져서 힘들어 했던 일, 나중에 치킨집 아저씨가 도와 주고 영희 어머니가 도와 주고 목수 아저씨가 도와 줘서 일을 완성하던 일. 그래서 이제 뭘 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민수, 그 때문에 영화감독이 되었다는 정진이.

 

 

나는 이런 꿈을 꾼다. 환상일까?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는 이런 일을 실현 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서울의 새 교육감의 취임 준비 위원장의 자리에 내가 있는 것이다. 정말 이게 꿈은 아닐까? 물론 이 모든 일이 쉽게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현장에서 교장과 교사가 즐겨 참여 할지, 스트레스가 될지. 학생과 학부모가 어떤 반응을 할지.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도와 줄지. 예산은 되는지 인력은 되는지. 이런 활동을 어떻게 평가에 반영해야 할지. 스펙에 반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가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난 날 내가 했던 수업에서 아이들이 행복해 했던 얼굴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운동장에 집을 지으라고 허락만 하면 집도 지을 수 있던 아이들의 능력과 열정을 떠 올리며 오늘도 준비위원회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0. 6. 13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취임 준비위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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