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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모먼트(<작은책> 2010년 9월호)

김현진/ 에세이스트

 

‘성희롱 발언’으로 잠깐 화제가 된 강용석 사건은, 아무래도 그냥 슬슬 넘어가지 싶다. 국회 차원의 징계는 9월 넘어 이루어진다고 하고 제명 결정을 내렸느니 어쩌느니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제명 결정을 내린 것과 실제로 제명이 이루어진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일단 한나라당에서 제명을 하기로 해 놓고 이 안건을 올린 회의에서 결정을 내리려면 일정 이상의 인원이 모여 확정을 해야 하는데 이 모임이 도통 이루어지지를 않는 것이다.

 

이쯤 되면 어디서 많이 본 시추에이션 아니던가. 구렁이 슬슬 담 넘어가는 광경……. 이쯤 되면 미스 김은, 강용석에게 화나거나 그자의 편을 들어 슬슬 함께 구렁이 담 넘어갈 사람에게 화나거나 그자에게 열렬히 화내거나 하는 사람에게 화나거나 하는 걸 넘어서, 태어난 게 화가 나 버린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니 이 땅의 미스 김들에게 얼마나 수많은 강용석이 있는지, 성희롱이니 발언이니 하는 말들은 딱딱하니 이것을 ‘강용석 모먼트’라고 부르자, 얼마나 많은 강용석 모먼트가 있는지, 그리고 또 매일 매시간 일어나는지 생각하다 보면 화가 나다 못해 힘이 쭉 빠져 버린다.

 

물론 이것은 여성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 저숙련 노동자, 기타 등등 ‘저’자가 붙을수록 심해진다. 한마디로 건드려도 뒷탈 없는 계집애들은 저따위 일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겪는다는 이야기인데 야멸치게 말하자면 좌파건 우파건 이런 강용석 모먼트는 수도 없이 발생한다.

 

그건 ‘남자들이 나쁜 놈들이라서다!’ 하는 단순한 논리가 아니라 일단 교육이 부족해서 그렇다. 사실 강용석도 “대통령이 너만 보더라” 하는 말을 칭찬이랍시고 했을 수 있다. 나는 아마 그랬을 거라는 데 5만 원은 걸 수 있다. 하지만 여자들은 저런 식으로 남자들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법을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아도 금방 습득하고야 마는데 남자들은 그런 법을 습득할 궁리를 하지 않고 살아도 얼마든지 살아지는 걸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그나마 강용석 같은 놈들이 강용석 모먼트를 일으킬 때는 우리 편 아니니까 ‘날라차기’라도 할 텐데, 그래도 ‘동지’인 것 같은 사람들이, 우리 쪽인 것 같은 사람들이 저런 순간을 일으킬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이럴 때 그냥 분위기 맞춰서 좋게 넘어가야 하는 것이 동지인 건지 다음에 어디 가서 저러지 말라고 똑바로 쏘아붙이는 게 동지인 건지 헷갈리다가 나중에 말하려고 생각해 보면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가 나만 뻘쭘하고 나만 속상한 지경이 돼 결국에는, ‘아, 내가 싸게 굴었나’ 하고 자책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성폭력 피해자가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빠져들어 가는 전형적인 개미지옥이다. 저쪽은 발 뻗고 편히 자고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저런 짓 저런 말 또 하는데! 성희롱이라는 개념은 무척 주관적인 것이다. 피해자의 주관적 관점이 중요하다. 내가 성적인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을 때 그것을 성희롱이라고 정의하는 것인데, 아직 한국에서는 가해자의 주관도 그에 못지않게, 아니, 몇 배나 힘이 세다.

 

“아니, 내가 여동생 같아서”, “아니, 내가 딸 같아서”, “농담 몇 마디 한 걸 가지고 얘가 까탈스럽긴” 하는 식으로 얘를 까칠한 여자 만들어 버리면 할 말이 없다. 아는가, 그 순간의 지옥을. 그 순간의 자책을. ‘내가 싸게 굴었나’, ‘아까 내가 너무 웃었나’, ‘별 것도 아닌 걸로 내가 너무 이러나’ 하는 자기 검열을.

 

대한민국 보수층은 보수가 가져야 할 여유가 없다. 돈 많고 많이 배운 놈들이라면 무릇 가진 자의 너그러움도 좀 있고 잘 배워 먹은 도덕성 같은 것도 있어서 ‘원래부터 잘난 놈들은 이렇게 따라갈 수가 없구나’ 하는 매력을 좀 보여 줘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는 건 꼭 이번 일에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진보 쪽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돈도 없고 힘도 없고 뭐 이것저것 다양하게 없으니까 유머 감각이라도 있고 성의라도 있어야 되는데, 재미도 없고 말만 많고 한 경우가 태반이라 피곤하다. 사실 21세기에는 여자 마음을 사로잡는 집단이 이긴다는데 이럴 때야말로 우리는 저쪽하고 다르다는 차별성 좀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일단 누구를 ‘언니 언니’ 하고 부르지 좀 마실 것, 굳이 나이 묻지 마시고 외모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하지 마실 것, 걸 그룹 이야기 좀 꺼내지 마실 것(사교육 시장의 지옥을 통탄하면서 섹시한 여중생의 폴 댄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솔직히 말해 변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타 등등.

 

강용석 욕하는 사람들치고 강용석 모먼트 한 번 안 만든 사람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 중 죄가 없는 사람이 돌을 던지라고 하면 모두 강용석에게 투석을 할 판이니 그동안 당하고 산 미스 김 같은 애들은 속만 터진다. 니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 먹어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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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작고 소박하나 진한 향기를 담은

<작은 책>을 볼수있다.

 

나도 구독신청 하련다.

작은책을 보니 우리의 김현진님이

재밌는 글을 쓰고 있었다.

출판사의 허락을 받고 앞으로도 올린다.

미스김이 녹즙장사. 다방에서 일하는 이야기들.

정작 당사자에게도 안부문자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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