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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명호샘께-어젯밤 꿈: 학고방

2016.03.29 11:20

랄라 조회 수:455 추천:10

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를 읽고나서, 또 어젯밤 쌤과 톡을 한 뒤 꾼 꿈 이야기입니다.

학고방!
그렇게 부르는 방에서 제 서울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초등학교3학년때 더이상 가정을 유지해 나기기 힘든 엄마는 세살위 언니랑 저를 시골집에 놔두고 돈벌러 서울행을 감행했습니다. 엄마는 아무런 설명없이 떠났지만 무언가 슬픈일이 일어나는 걸 알았지만 무거운 기운에 눌려 저는 엄마한테 어떤 것도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없는 시간은 저에게 죽음의 시간이었습니다. 엄마가 그리울때면 집 옆 무덤가에 누워 별을 바라보곤 했어요. 그리움이 사무치면 무서움도 이겨낸다는걸 그 어린 나이에 이미 알았습니다.

5년후 엄마가 드디어 저를 서울로 불려 올렸을때 저는 중학교2학년! 서울행에 가슴 설레기도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마련한 보금자리는 굴속같은 학고방! 창문도 하나없이 어떤 토굴같이 생긴 곳에 겨우 마련한 잠자리! 그 어린나이에 다시 슬퍼졌습니다. 아~~ 이게 엄마의 최선이구나. 정말 오랫동안 엄마를 원망했던거 같아. 아니 불과 어제까지도. 다 압지 탓인데 왜 엄마를 원망했을까? 시리도록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여서 그랬을까? 엄마의 최선이 엄마의 무능이 짜증나서였을까? 엄마는 결국 압지도 잘라내지 못하고 그 학고방으로 압지도 들였네요. 압지가 없었을때에는 2칸짜리 학고방 그 보금자리도 좋았는데 압지가 오고 방하나 떡하니 차지한 압지! 그런 압지한테 늘 설설기는 엄아! 나는 엄마가 정말 미웠습니다. 왜왜왜 그때 압지 받아들였어? 나는 엄마한테 따지듯이 물었지요. 작년에 저는 정말 엄마한테 잔인한짓을 했습니다. 왜왜왜왜? 엄마는 말했네요. 쥐꼬리지만 압지가 돈 벌어다 주었노라고. 그돈이라도 너무 아쉬웠노라고. 엄마가 가슴으로 따스하게 끌어안아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쌤이랑 톡하고 어젯밤 꿈! 저는 엄마가 마련한 학고방에 있었습니다.
창이 하나도 없었던 그 학고방 한쪽 벽면을 완전히 통유리로 갈아치우고 위태위태해 보이던 학고방에 단단한 철근(집 보강공사할때 쓰는 아주 두꺼운 철근)으로 무너지지 않게 보강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최선의 공간을 그래서 늘 축축하고 어두었던 그 공간을 이제 제가 제대로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한쪽 벽면으로 환하게 빛이 들어올거야. 이제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학고방!! 늘 빛이 그립고 잘때마다 이 방이 무너져 압사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 죽음의 공간을 털어내고 보강공사를 하고 한쪽 벽을 완전히 헐어 빛이 들어오게 하고 있었습니다. 꿈이었지만 정말 행복했네요.

엄마~~
엄마 마음 안 가득 저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는 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마음 너무너무 아파했다는 것도
엄마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
이제 진심으로 수긍해!!
처음 학고방에 왔을때도 어젯밤 꿈처럼 내가 엄마가 마련한 공간에 철근을 세우고 벽을 헐어 창을 내주고 싶었어.
어린 나였지만 그때도 이미 알았고 지금도 알아.
엄마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따스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미안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라서.
쑥쓰럽기도 하고.
약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
엄마처럼 책임감 강한 여자가 내 엄마라서 나 정말 복 많은 딸이야.
사랑해 진심으로~~
송곳같은 말로
칼날같은 말로
엄마 찌르고 베고해서 미안해!!
내 안이 어름 송곳이라
내 안이 날카로운 칼이라
나도 어쩔 수 없었네.
그런데 진심은 정말 엄마 따스하게 해주고 싶어~~
늘 따숩게 해주고 싶어~~
그게 내 진심이야.

p.s. 명호 선생님께,
선생님 만나고 그 동안 제 속에 있던 많은 칙칙하고 어두운 그림자들이 나왔어요. 압지가 나왔고 신랑이 나왔고 시부모가 나왔고 아들이 나왔고 그런데 엄마를 끄집어 내는 것이 가장 두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가슴으로 진심으로 엄마를 끌어안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슴으로 이해한다는 건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니까.
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늘 믿어주고 지지해주셔서 그 믿음이 제게 이런 마음이 자라게 한 것이라는 걸 압니다. 한결같이 변함없이 제 어떤 모습도 다 받아주셔서 그게 가능했다는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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