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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의 사람그물]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등록 : 2013.08.12 19:22수정 : 2013.08.12 19:22

 
이명수 심리기획자, 트위터

우리나라 각 지자체에서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속마음을 전해 듣다 보면 온몸이 밧줄에 옥죄이는 느낌이다. 현장에서 자살 시도자들을 만류하거나 자살과 관련한 응급 상담을 하는 게 주요 업무인데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직업적 애환을 훌쩍 넘어선다. 8년째 오이시디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통계 숫자도 버겁지만 거기에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린 이들의 극단적 심리 상태가 겹쳐지면 상황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다.

 

 

욕설을 듣고 머리채를 잡히는 정도는 기본이다. 흉기로 위협당하고 ‘너 때문에 죽는다고 유서에 쓰고 죽겠다’는 앞뒤 없는 저주에 노출되기도 한다.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몸을 떨고 현장의 참혹한 상황이 떠올라 악몽에 시달린다. 그래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다급함만 하겠느냐고 윽박지르지 않는다면, 먼저 이들 담당자부터 구해야 자살 예방이고 뭐고 할 게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도 직업적 책임감이나 소명의식만 강조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미국 911 응급 콜센터에는 내부 직원들을 위한 심리안정실이 있다. 응급한 응대 전화로 불안정해진 직원들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곳이다. 그래도 안 되면 콜센터 직원들만 이용하는 24시간 상담센터가 있어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그건 이미 직원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온갖 응급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하나의 온전한 시스템이다. 그래야 맞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인식의 새싹조차 없다. 황무지다. 119 구조대원이나 자살 예방 전문요원들이 사람이 아니고 역할 수행 기계인 것처럼 몰아붙인다. 사람에게 마음이 있고 한계가 있다는 걸 모르쇠한다. 직무유기다.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그곳에 투입된 수십만명의 군인들은 총과 수류탄 등으로 중무장했다. 그들이 그곳에 가서 한 일은 아무 보호장비 없이 삽으로 핵을 떠내는 일이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방사능에 노출되어 사망하거나 후유증으로 자살했다. 개인의 보호가 전제되지 않은 채 직업적 책임감을 강요하는 모든 행위는 무의미한 삽질에 불과하다. 마음의 영역에선 더 말할 게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 힐링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치유 프로그램은 의미심장하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일반인을 보듬어주는 기존의 수직적 치유 프로그램이 아니다. 치유를 경험한 시민이 치유 활동가가 되어 다른 이들에게 치유를 경험하게 하는 치유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 과정이 무한 반복되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누군가의 엄마가 되겠느냐는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불필요하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내게 필요한 ‘엄마성’을 누군가 내게 먼저 깊숙하게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엄마성을 느낀 시민들이 치유 활동가로 거듭나서 또 다른 이에게 엄마성 있는 존재가 되어주는 구조다.
 

그런 자기치유 과정을 끝낸 최초의 엄마 24명이 대기하고 있다. 이제 9월부터 씨앗 엄마 24명이 200명으로, 그 200명이 다시 2000명으로 민들레 씨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엄마성 있는 존재가 되어주는 일이 황당한 꿈일 리 없다. 서울시라는 한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지역적인 프로그램에 그칠 리도 없다. 그곳에 참여한 24명의 씨앗 엄마들은 직장인, 주부, 아빠, 농부, 방송인, 요리사, 판사, 시인 등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씨앗 도시 삼아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성 있는 존재가 되는 날을 기원한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경험한 24명의 씨앗 엄마들에게 존경과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이명수 심리기획자, 트위터 @me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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