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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은 거기 없다-이문복

2016.06.28 00:03

랄라 조회 수:395

무너져 내린 어깨 시름겹고
텅 빈 눈길은 담배 연기 따라
하릴없이 허공을 떠돈다
햇살 눈부신 대낮에도
그곳은
무겁고 칙칙하다

노인공원, 그곳에
할머니들은 없다
할머니들은 바쁘다
손주 어르고 빨래 개키고
노점에 쪼그려 앉아
푸성귀며 과일도 판다
시름겹고 고달픈 생애, 그렇게
어르고 개키며 저무는 것이다

대장부 할 일 따로 있고
크고 폼 나는 일몬 남자 몫이라서
할아버지들은 이제 할 일이 없다
잘 나가던 시절의 무용담도 부질없어
도망친 세월 헛헛한 기억
구겨 쥔 담뱃갑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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