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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편한 집-공선옥 (작은숲)

2008.10.23 10:43

yakchobat 조회 수:2642 추천:423



세상에서 가장 편한 집

 

                                                                                                          - 소설가 공 선 옥

 

우리 어머니아버지의 '무덤'은 흙으로 된 동그란 봉분을 이고 있다. 어머니는 당신이 평생을 일궈 먹었던 밭머리의 한 뼘 땅을 차지하고 누워 계시고 아버지는 어머니 한테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 '공동산'에 죽음의 집을 짓고 계시다. 두 양반은 살아 생전 사이가 그리 다정한 편은 못 되었는데 돌아가셔서도 같이 계시지 못하게 되었다.

 

 자식이라고 딸만 셋 있는데 그중 나는  가운데다. 부모님 산소는 맏이인 언니가 도맡아 관리하고 불효막심한 나 둘째는 명절 때도 아니 가고 성묘한 지도 꽤 됐다. 언니는 늘 이런 무심한 동생이 야속하다. 벌초하면서 울고 엄마, 아부지 따로 누워 계시는 것이 섧다. 다른 사람들 다하는 석곽묘도 못해드리는 것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못내 죄스럽다. 

 

 그렇지만 나는 울엄마아부지 산소를 생각하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하나도 섧지 않고 이제 돌아가신 지 오래 되어서 울음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따금 고향에 가면 산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도 변해 있고 죽은 사람들 묘지도 옛날하고는 다르게 쓴다. 나는 흙 봉분 둘레를 돌로 감싼 무덤을 육영수 여사 묘 쓸 때 처음봤다. 그 다음에 박정희 대통령묘도 그렇게 하는 것을 봤다. 대통령 내외야 그러거나 말거나 백성들은 '산천초야'를 잡아먹으며 기를 쓰고 흙 봉분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언 30여 년. 이제 평범함 백성들도 조상 무덤 둘레에 잘 깎은 비싼 석곽을 두르더니, 이젠 아예 중국 사람들의 묘처럼 무슨 비석같기도 하고 돌집같기도 한 낯선 석묘를 쓴다. 일종의 가족묘란다.(그리고 납골당은 죽은 사람들의 아파트같다.)

 

 나는 흙 봉분을 돌로 감싼 무덤을 볼 때마다 마음이 갑갑했드랬다. 편안한 흙무덤 놔두고 웬 돌무덤이란 말인가. 행여 흙이 무너져 내릴까 봐서 그랬거나 박대통령 내외의 무덤처럼 돌로 감싸놓아야 어쩐지 있어보이는 느낌 때문이어서일까.

 

 이렇든 저렇든, 묘를 치장하는 것은 모두 죽은 사람과는 아무 상관없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정신적 만족을 위한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조상의 무덤에 비석을 겹겹으로 세워 두는 산 사람의 속마음엔 이렇게라도 해서 조상 덕을 좀 보려는 심리가 깔려 있지 않다, 라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언니여, 너무 슬퍼하지 말지니, 엄마아부지는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집에 누워 계신다. 흙집만큼 편한 집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사람도, 짐승도, 나뭇잎도 죽으면 다 흙으로 돌아간다. 흙이 되어야 완벽한 소멸이고, 완벽한 소멸인 흙이야말로 또다시 생명이다. 흙이 되지 못하는 것들은 생명이 없는 것들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내 정 많은 언니여!

 

~~작은숲을 펼치다가 공선옥의 글이 실려 있길래 베꼈다오.

두분이 합묘를 못해서 섭하다는건 산 자 들의 인연법이고.

죽으면 남편아내 역할을 훌훌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넋이 되고 싶을 거.

 

사진은 불가의 다비장 (이주완 작)

엄니는 불구덩이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하시는데

새가 쫒아먹는 티벳의 조장도 있고 다 생각하기 나름.

오히려 난 찬 흙구덩이속에 묻히고 싶지 않던데.

 

비가 샤방샤방 내리는 가을 아침

조금 앞질러 쓸쓸한 생각을 해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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