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토요일밤

2008.11.02 03:15

강위 조회 수:2635 추천:448

 

선생님 뵙고 홍대에서 '안티고네'를 읽고 모임을 가졌더랬죠.

<미쓰 홍당무>를 꼭 봐야겠단 생각에 뒤졌더니 홍대 롯데씨네마는 언제 내리고 없고

대학로 CGV까지 그야말로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갔어요.

 

이경미 감독은 '잘돼가?무엇이든'에서 뭔가 힘이 있다고 느꼈었는데

아직 투박하긴 하지만 뭔가 있긴 하구나, 시종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감독이었어요.

'다찌마와 리'에서 살짝 실망스러웠던 공효진이 다시금 좋아져서 기뻤고

이래저래 상콤하게 극장을 나서는데,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딱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토요일밤 대학로라니- 온통 커플,커플,커플,커플,,,

혼자 삼겹살 구워 먹는 거 말곤 혼자하는 것에는 이력이 났다고 생각하는 저인데

확 기분이 상하더라고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서 요상한 연상작용에 의해 기분이 점점 더 나빠져서

약도 챙겨먹지 않고 그냥 확 엎어져 자버렸습니다.

이번주 내내 잠이 부족했었거든요.

 

 

한참 자고 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어요. 부산에 사는 녀석인데 꼭 오늘 보자네요.

나는 오늘 회사 동료들과 관악산도 가야하고, 직장인에게 일요일밤에 한잔 하자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중얼중얼해도 소용없어요.

저녁 8시에 대학로에서 보자고 빡빡 우기는 거에요.

듣고보니 뭐 못할 것도 없단 생각도 들고, 얼굴본지도 한 4년쯤 되는 것 같아서

그러고마 했어요.

 

 

이미 잠이 깨버렸고 불을 켜고 약을 데워먹으니 - 슬몃 웃음이 나더라고요.

나를 짓누르던 외로움이라는 것이 고작, 한 줌이었구나. 한 줌.

한 숨 자고 전화 한통이면 또 금세 사라질 것인데 뭐 그리 심각하게 몸을 떨었던 걸까요.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들에 휘둘리는 걸 보면

아직 청,춘.인 게 분명해요. 하하.

 

 

새벽, 밀린 옷장 정리를 후딱 해치우고 책 몇 자 읽다가 다시 잠을 청하렵니다.

반 숨 더자고 일어나서 씩씩하게 관악산에서 나무들이랑 대화 좀 하고 숨 많이 들이쉬고

그리고 대학로로 달려가야지요.

 

순간을 넘기면 달라지는 것들이 많다고, 다잡고 또 다잡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8 하루키의 굴위스키와 나의 멍게밥 [2] file 약초궁주 2013.04.01 1978
227 최고의 뮤지컬 배우3인방이 들려주는 유쾌한 '버자이너' 스토리 [1] 이명옥 2009.01.27 1979
226 황당... 조심하세요 [1] 연꽃밭 2009.04.02 1979
225 쌤, 난소에 혹이.. [3] 김연 2008.12.28 1984
224 중요한건 허락받는 일이야! [2] 약초궁주 2013.05.14 1999
223 [re] 명절에 애쓸일 <몸, 따뜻하면 건강해진다> 파이란 2009.01.23 2004
222 주말선물 글-김어준의 연애못하는 처자들에게 고함1 [1] 약초궁주 2008.12.05 2008
221 올해야 말로 상처와 열등감과 맞짱 함 떠보자!!!! [5] 약초궁주 2009.01.06 2010
220 점심벙개의 날.3.8대회 사진(1) [4] file 풍경소리 2009.03.08 2010
219 부음 강위 2008.11.05 2011
218 인간은 좀 불량스럽게 살아줘야 합니다/ 유지나의 강의록 [2] 약초궁주 2009.01.28 2015
217 점심벙개의 날.3.8대회 사진(2) [3] file 풍경소리 2009.03.08 2025
216 이상한거 열어 볼줄도 모르는디 [3] 약초궁주 2008.11.25 2028
215 난 아직 아이란 말야 [3] 은수 2008.11.30 2028
214 어느 열 살 스승님의 서....(퍼옴) 주렁주렁이룸 2008.11.02 2029
213 어제 백분토론에서... [1] 강위 2008.11.21 2030
212 크리슈나무르티 북카페.. file 평화이룸 2013.08.10 2036
211 살아생전 미 흑인대통령을 보다니 [5] 약초궁주 2008.11.06 2038
210 어버이날 다음날까지 휴진/ 10 목요일 출근!!!! [1] 약초궁주 2012.05.02 2045
209 프레이저 보고서 필독!!!! [1] 생강 2012.11.30 2048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