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개소리....조숙 시인글

2009.02.03 13:32

약초궁주 조회 수:1400 추천:173

우리집 애완견은 무슨 종이라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은 대뜸 개 품종부터 묻는데 우리집 고주는 치와와와

발바리 잡종이다.

 

그러니 품종을 물으면 면구스런 표정으로(약간 욕하는 기분이 들어서) 잡종입니다, 라고 말하게 된다. 우리집 개의 내력을 아는 <어느 시인>이 똥개를 집안에서 애완견으로 키운다고 혀를 찼다. 잡종 공주 뿐 아니라 병아리, 다람쥐, 잠시 맡아 둔 중닭만한 유황앵무새도 키우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 세 살던 집이 그 <어느 시인>의 집이었던 것이다. 그 시인은 잡종도 다람쥐도 앵무새도 다 괜찮은데 병아리가 문제라며 걱정했다. 병아리가 부리로 벽을 쪼면 벽에 금이 가게 되고, 벽의 금을 따라 물이 스며들게 되고, 종국에는 집이 무너질 거라는 것이다.

 

 

  그런 집주인의 태산 같은 걱정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동물을 키우다가 앵무새와 잡종이 너무 싸워서 앵무새는 돌려보내고 잡종만 우리와 지내게 되었다. 나는 워낙이 개를 보면 사족을 못 쓰는 관계로 괜찮은데 남편은 동물은 몽땅 싫어했다. 병아리는 시끄러워서, 앵무새는 무서워서, 다람쥐는 귀찮아서 싫어햇는데, 특히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에 대한 혐오증은 심각했다. 개를 사람처럼 안고 다닌다던지 개의 엄마,아빠를 자처하는 꼴을 보면 시비라도 붙을 태세였다. 잡종이 집안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베란다에 가두고 저지레를 하면 짜증을 냈다.

 

 

  그런데 개가 인류에 기생해서 종족을 번식시키는 특이한 생존방식을 취하는 만큼 그런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집안에서누가 가장 끝발이 있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잡종은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며 현관문을 지키고 남편이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해도 온 몸으로 아부를 떨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 년 이 년이 흘러 아이들은 자라고 나도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럴수록 잡종과 남편이 함께 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어느새 둘은 마치 연인처럼 발전을 하였다.

 

 

  잡종이 좋아하는 산책, 장난감, 음식, 놀이, 그리고 잡종이 두려워하는 색깔이라든지 산책 중에 서로를 잃어버렸을 때 잡종을 침착하게 이끌어 두려움을 가라앉게 하는 방법까지 터득하고 있었다. 특히 잡종이 음식을 먹는 모습과 그 부른 밸ㄹ 예뻐하는데 근래에는 내가 먹고 있는 음식까지 뺏어서(특히 생선이나 고기, 돈가스, 닭고기)잡종에게 헌납하는 것이다.

 

개에게는 음식을 나중에 줘야 버릇이 나빠지지 않는다고, 나중에 주라고 요구해 보지만 남편은 건성이었다. 내가 밥 먹는 옆에서 개에게 줄 음식찌꺼기를 모아놓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개밥을 뺏어먹는 것 같아지는 것이다. 제발 좀 그러지 마라고 하면 남편은 희색이 만면해서 개 좀 그만 질투하라, 고 햇다.

 

  가끔 내가 개를 질투하나, 반문해 보기는 한다. 그러나 나는 맹세코 개 따위를 질투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잡종을 누가 질투하겠는가.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환경은  하나도 모르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개에게는 그런 것들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진지하게 얼굴을 마주 보고 물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만 대봐, 묵묵부답. 애가 좋아하는 거 말해 봐, 역시 눈만 껌뻑껌뻑. 개는 알면서 어째 우리는 몰라, 한 참 후에 하는 말, 사람은 너무 복잡해. 역시 단순하게 기쁨과 슬픔을 표현 할 줄 아는 개를 질투할 수밖에 없는것이다.

 

 

~~~작가회의 회보에 실린 글인데

넘 재밌지않나. 널리읽히고자 베꼈쓰.

 

개가 좋아하는 건 모조리 시시콜콜 꿰고 있는 남편이 혹은 아내가

상대방이 좋아하는건 아는게 별로 없다는 거.

 

부부생활자들이 체크해봐얄듯 싶어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8 우히히히히 이게 뭘까요? [2] file 은수 2013.01.10 1926
247 꽃이 피워보이는 화엄세계~~ file 약초궁주 2012.10.24 1927
246 [re]니 몸이 아픈데 생겨나지도 않은 아이 걱정은....., [3] 랄라 2008.12.31 1928
245 4.10 화욜 휴진...11 수욜 투표후 정상근무~~ 약초궁주 2012.04.07 1928
244 김정희의 묵란...(산상난화) [1] file 평화이룸 2012.07.20 1928
243 장미란처럼~~ [2] file 약초궁주 2012.09.04 1930
242 1월의 책꽂이-게으름의 찬양. [8] 약초궁주 2009.02.05 1933
241 꽁지머리 한의사, 그녀는 ㅇㅇ (월간 산. 인터뷰기사) [11] 약초궁주 2010.08.18 1939
240 좀 잘된 조각이불 ㅋㅋㅋ [1] file 은수 2012.09.12 1941
239 치욕으로 <불멸>에 이르다. [4] 약초궁주 2009.01.08 1947
238 통영가서는~멍게비빔밥 나물밥 해물탕 강추! [2] 약초궁주 2012.12.27 1948
237 명절에 애쓸일 <몸, 따뜻하면 건강해진다> [3] 약초궁주 2009.01.23 1952
236 10토욜, 아침11시-찾아라 맛있는TV(MBC) [1] 약초궁주 2012.10.06 1954
235 문화+서울"소박하게 잘먹고 잘사는법" INT [4] file 약초궁주 2013.02.28 1954
234 내가 만약 처용이라면~~ [2] 약초궁주 2009.01.10 1965
233 와이어 없는 브라 소개 [4] 생강 2010.07.14 1965
232 탱고를 듣다가 [1] 은수 2008.12.03 1974
231 2008년 이프 홈커밍데이에 초대합니다 안티크 2008.12.16 1974
230 [re] 사자(事者) ...패혈증 원통합니다.~ 약초궁주 2013.01.04 1974
229 딸, 연애박사엄마 상담기 [3] file 약초궁주 2009.12.29 1975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