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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문에서 글 두꼭지 건졌다.

김연님의 18년 프로젝트.

김도훈 기자의 싱글라이프.

읽다가 혼자 낄낄거렸다.

요리도 청소도 인테리어도 잘하는

이 총각...

프릴달린 원피스 입는 여자 제일 싫단다.

아마도 공주병인가 아닌가

남자들끼리 알아보는데 레이스와 프릴을

따지는갑따.

시크하게 맨인 블랙으로 차려입는 인간.

쿨하다는 거, 여자 남자 공부도 재밌다.~~~~~~~~~~`

 

 

봄이다. 사랑의 계절이다. 연애의 계절이다. 지난겨울 주춤했던 어머니의 불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란 소리다. 그러니까 이런 불평 말이다. 너는 벌써 서른넷인데 데려오는 여친 하나 없는데다 보라는 선도 들어오는 족족 거절하고 있으니 대체 언제쯤 결혼을 할 것이며 친구들은 벌써 애가 둘이라는데 나도 손주 한번 안아봤으면 좋겠는데다 아버지 퇴직 전에 결혼하지 않으면 축의금도 제대로 못 거둬들이니 올해는 알아서 단디해라.

 

전화기 너머로 불평이 현란하게 펼쳐지면 나는 귀를 닫고 머릿속으로 노래를 부른다. 대개는 다이나믹 듀오의 솔로다. 나만이 내 인생의 디자이너! 미뤄 왔던 피시게임의 만 랩을 끊어! 밤새 마시고 필름도 끊어! 난 자유란 바다로 돌아가고픈 물고기! 솔로! 홀로 있고 싶어!

 

서울시 미혼 남녀들이 생각하는 결혼 적령기는 남성이 31살, 여성이 29살이라고 한다. 나는 결혼 적령기를 이미 3년 초과한 셈이다. 그러나 8년을 홀로 살아왔다. 몸과 마음 모두 독신의 삶에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내가 왜 다른 인간을 내 라이프스타일에 끌어들여야 하는 걸까.

 

고민하다 보면 도대체 답이 없다. 나는 요리를 잘한다. 빨래와 설거지는 취미다. 인테리어도 잘한다. 심지어 시즌에 맞는 꽃을 사다가 화사하게 꽂아 놓을 줄도 안다. 내가 뭐가 부족해서 나만의 공간을 누군가와 나눠 써야 한단 말이냐. 생각해 보니 화장실도 나눠 써야 한다. 이거야말로 최악이다. 소리를 감추기 위해 쓰지도 않을 물을 콸콸 틀어놓는 일 따위 너무나도 성가시지 않은가.

 

그럼에도 올해는 선을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잔소리를 더는 대충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엠넷의 <총각 연애하다>라는 프로그램을 애청하며 ‘선의 도리’를 배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연애라곤 해본 적도 없는 찌질남들을 절세미녀들과 소개팅시키는 리얼리티 몰래카메라다.

 

 출연한 총각들은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 분에 넘치는 여인들을 앞에 앉혀 놓고서 ‘맞선자리 파토내기 신공’을 A부터 Z까지 현란하게 저지른다. 쩝쩝거리며 음식물 소리내어 씹기. 첫 소개팅에서 소주방 및 노래방 데려가기. 만나자마자 “내가 나이가 많네요. 오빠라고 불러줄래요?”라고 요청하기. 어울리는 선물을 가져왔다며 원태연 시집 내밀기.(나로서는 이게 제일 끔찍했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내가 꼭 <총각 연애하다>의 법도를 지킬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만 말해도 여자들은 다 달아날 테니까.

 

‘저는 예전만큼 팔리지는 않는 영화잡지 기잔데요. 연봉은 업계 최저인 한겨레에 최적화되어 있어요. 그 수익의 절반은 쇼핑과 여행에 투자할 거고요. 여행은 혼자 가는 걸 좋아하니까 신혼여행만 빼고는 각자 휴가를 가야죠. 전 프릴 달린 원피스 입는 여자들 제일 싫으니까 옷은 시크하게 둘 다 블랙으로 통일합시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났다. 어머님, 어서 선을 잡아 주시지요.

 

김도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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