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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처자인지 알 수 없지만, 주욱 글을 읽고 보니 바로 6년전 랄라 모습 보는 것 같네요.

 

내막종으로 기어이 배까지 열고서 저 사람이 날 살려줄거다라는 직감만 믿고 무작정 쌤 한의원을 찾았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해 3월 수술 후였지만, 저는 선생님을 찾은 8월에도 몸이 회복되지 못해 헤매닥 거리고 있었습니다. 진맥 짚고, 침맞고 약지으면서도 선생님께 간절한 한마디를 건넸지요. 애기는 낳을 수 있나요?

 

선생님 눈 동그레지면서 지 몸이 이지경이면서 무신 생겨나지도 않은 애기 타령이냐고. 얼마나 세뇌(남의 집에 시집왔으면 대를 이어야한다는)당했으면 자기 몸이 이 지경인데 자기 몸 돌볼 생각도 못하고. 자기 병 얘기를 남 얘기 하듯 한다면서 불쑥 메모해주신 책 이름! 노스럽 박사의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침 맞고 한의원 계단을 내려놓으면서 몸이 약해져서인지 빙글빙글 계단이 돌더이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신체적인 병약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제 마음을 제대로 찌른 한방! 언니가 부축해 주었지만 저는 선생님 한의원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그 길이 아마득하게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느낌이 아주 생생하게 제 뇌리에 남아있답니다. 절대로 잊을 수 없지요 그날이 바로 제 인생에서는 중요한 터닝포인트였으니까요.

 

오늘은 아무 생각말고 푸욱 쉬라는 선생님 충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신촌 서점에 가서 기어이 노스럽 박사의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샀지요. 그 책을 읽으면서 이 자그마한 여한의사가 나 한테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뼈속깊히 느끼면서 울고 또 울었던 날이 엊그제 같네요....

 

이제 저는 쌤이 써 놓은 이런 글만 읽어도 쌤이 무엇을 안타까워하는지 느껴요. 기어이 핵심을 보지 못하고 언저리만 걱정하는 환우들을 보면 안타까우신거져. 그래서 기어이 한해를 보내는 인사글 남기려고 들렀다가 불라불라 말이 길어지네요.

 

글에도 쓰셨듯이 핵심 언저리만 빙빙 도는 환우들에게도 결국 샘이 최선을 다하리란 것을 믿는답니다. 그리고 기어이 들을 귀가 있는 환우라면 쌤의 바램대로 자신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왜 그렇게 확신하냐구요. 바로 쌤의 환자 제가 그러하니까요.

 

쌤!!

서른 셋의 나이로 선생님을 만났는데,

내년이면 어느세 서른 아홉! 불혹으로 넘어가기에 온갖 마음치레를 한다는 그 나이가 되네요.

그런데 전 두렵지 않아요.

이 세상에 아프면 달려갈 사람이 하나 있다는게 이렇게 큰 위안이 될 줄은 쌤을 만나고 살아가고 있는 한해한해가 지날수록 더 세록세록해요.

 

힘빠지시고 더 이상 앵벌이 하실 수 없으신데 약주 잡줏고 싶으실 때마다 대 놓고 사드릴테니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랄라와 같은 하늘아래 살아주세요. 사랑합니다.

 

질풍노도와 같았던 2008년을 보내며 쌤의 도반 랄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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